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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You are what you read 01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저 말고라도 일을 할 사람은 많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는 제 자신이 계속 앉아있을 곳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서른 살을 기점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생활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카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던 게 먼저였죠."

 

 

 

 

나도 그렇지만 서른 살을 기점으로 뭔가 시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비록 창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불행을 경험하지 않도록 사회를 바로잡으려 하고 있지만, '자기만의 방'이 상당히 끌리는 주제라는 데엔 공감한다. 먼저 자기 자신이 발 디딜 기반이 있어야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자신이 쓸 돈만 모을 게 아니라, 내 내부에 복받쳐 오르는 무언가를 밖으로 끄집어내고 공유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특히 카페와 서점을 보면 묘하게 그런 다짐을 반복하게 된다.

Q. 책을 정리하면서 딱 3권만 남길 수 있다면?
A: 어차피 지금 있는 책이 충분히 도서관 차릴 수 있는 수준이고 훗날 성공하면 CCTV 달고 바코드 일일이 다 붙여서 책 들고 나가면 경보음 울리게 할 계획이라 3권만 남길 일이 없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라면 난 지금 있는 책 모두 팔 계획이다. 굳이 남긴다면 성경 정도일텐데 이건 굳이 남기는 이유가 종교 때문이라. 책은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미련은 없다. 미련이 있다면 죽음도 싫어할 텐데 난 딱히 지금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단지 내 내장과 같이 책도 싹 다른 사람에게 기부되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패트릭은 동성애자로 힘든 사랑을 하며, 샘은 어릴 적 아빠의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선택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현재의 우리가 되는 데에는 아주 많은 원인들이 있는 것 같아. 우리들은 그런 원인들에 대해 대부분 전혀 알 수가 없을 거야. 하지만 비록 우리들이 어디에서 태어날 것인가를 선택할 능력은 없다 해도, 태어난 곳에서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는 있어. 우린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지.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대해 만족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어."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대게 술에 만취한 채 영화를 본 것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나는 그렇다.

나에게 중요했던 것들만 기억하고 있을 뿐, 좀 더 정확한 실상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에서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단 사실을 알았다. 태어나서 자신이 생각하여 가는 길은 바로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선택하여 기억하는 것 또한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레벨을 맞춰간다. 잘난 척하지 않고 몸을 숙여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거나, 혹은 위로 올라가 그 사람과 함께 특별한 경치를 감상하거나 한다. 그게 자존감을 지킨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그때 즈음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봤다. 당면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때였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나에게 아주 간단한 해답을 알려줬다. '하기 싫은 건 하지 말자.' 라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반대로 하기 싫은 건 최대한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별로 좋아하는 영화와 말이 아닌데 (싫어하는 일에 도전해서 극복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생각해서.) 이거 꽤 좋아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다. 이번으로 한 세번째 들어보는 듯.

솔직히 싫은 건 피하자는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님들도 고생을 해봐라! 내가 즐기게!'라는 심보도 있지만(???) 힐링이랍시고 세상 만사 도피하여 휴양지 도처에 쓰레기를 가득 버리고 바닷가에서 고기 태우고 풍등과 폭죽으로 인근 숲 불지르며 즐기려는 속셈으로 꽉 찬 인간들의 핑계가 될까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우린 아직 젊으니까 한창 놀아도 된다'라는 구절이고, 그 다음이 '요새는 장수하니까 지금 정줄 놔도 괜찮다'라는 구절이다. 언제까지 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너님들도 장수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ㅋ 그저 젊은이들 돈 쓰게 만드려는 마케팅에 불과함. 카모메 식당도 결국 돈을 내서 음식을 먹는 곳이란 사실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어,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매달 마지막 주에는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금요일 밤을 지새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중 하루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 모노노케히메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여운이 남아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은 사랑하고 애니는 좋아한다 ㅋㅋㅋ 모든 것에서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고,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면서 내 삶에서 배운 교훈을 적용시킨다. 애니 작품이 좋지 않을 땐 비판하지만 기왕이면 회사, 아니 애니 자체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이 정도면 좋아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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