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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허니와 클로버 1~5

가족에게 대역이란 없다는 걸 알았지.

 

 

 

다른 사람들은 이 결말에 대해서 옥신각신했었는데 난 유독 덤덤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테마와 어울리려면 그런 결말이 나와야 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봤다가 이번에 만화로 본 허니와 클로버. 쓸모없는 설명을 해주는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그림체의 변화와 컷만으로 분위기를 확실하게 드러내주는 것 때문에 나는 만화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타케모토 유타에 대한 설명과 그가 살고있는 시대상에 대한 부분이 예리하게 드러나서 놀랐다.

 

 

 

3평 플러스 부엌 1.5평. 욕실 없음. 대학까지 걸어서 10분. 지은지 25년. 집세 3만 8천엔. 방음이라고는 제로에, 전부 자취생. 아침 햇살이 눈부신 동향. 미대에 합격해 도쿄에 상경했는데, 학교 주위가 온통 밭이라 놀라고, 내가 지은 밥이 너무 맛없어 놀라고, 대중탕 요금에 놀라고, 산더미 같은 과제에 놀라고.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다 일상.

 

이런 곳에서 사는 미대 남학생 3명에게 하구미라는 아름다운 여고생이 소개되었다.

이 3명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명은 이미 불가능한 사랑에 매달려 있어서 타케모토에게 양보하는 식으로 포기한다. 이 녀석 아닌 척 하지만 곁눈질 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6~10권 리뷰에서 지속하기로 하고. 타케모토는 '안 그래도 부모님 사이의 분위기가 복잡한 나같은 것이 감히 그녀를 좋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여 지레 겁먹고 포기한다. 그의 졸업작품은 번뇌에 가득차 있다. 탑에서 사리가 쏟아질 듯하다(...) 너무 속이 좋아 어른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라 항상 자신의 졸업작품은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 '영원히 학생'으로 전락한 시노부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구미를 그냥 손에 올려놓은 채로 이리저리 팽개치고 다닌다.

 내가 뜬금없이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이유는 그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 갖가지 이유가 2015년에 출간된 김종욱의 소설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단편집에 나오는 열두 가지 이유 중에 잠정적으로 속하기 때문이다. 온갖 유혹을 물리치며(?) 40살에 접어든 화자 아니 작가의 고백은 (플레이스테이션 2가 일본에서 선풍적으로 팔릴 때쯤인) 2000년도 초반에 졸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즉 30대 후반이나 40살이 되었을 이 캐릭터들의 독백과 소름끼치게 맞아들어간다. 최근 40대는 '신청년'(매일경제 기사) 혹은 '영포티'(라이프 트렌드 2016)라고 불린다. 그들은 더 이상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을 사기엔 이미 빚이 있는데 또 빚을 져야 하니 포기한 건 아닐까?) 그리고 결혼, 출산 등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하는 데에도 돈이 들고 애를 낳는 데도 돈이 드니 포기한 건 아닐까? 아니 그리고 1번에서 이미 집이 없는데?) 창업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요즘 자영업자들 창업하면 1년 내로 망한다는데?) 또한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한다. (이미 앞에서 집도 결혼과 출산도 창업도 다 못하는데 소비라도 왕창 해야 하지 않겠음?) 이렇게 그들은 자신들을 어리다고 주장하는 50대, 너무 순종적이라고 생각하는 10~20대들에게 절규한다. 우리의 20대를 보라고. 우리도 당신들의 20대 못지 않게 아름다운 삶을 살았노라고,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렇게 가난하다고. 그들에게서 우리가 느끼는 건 인간의 나약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험을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는 건 나쁜 일이라고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있는 사람은 그 와중에도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네잎클로버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떤 교수가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당신들 사이에서 변종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네잎클로버같은 무리에서도 변종은 항상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학생들은 네잎클로버를 찾는다는 생각보다는 세잎클로버와 다른 것을 찾는다는 관점으로 열심히 클로버들을 뒤졌고 결국 모두 네잎클로버를 찾았으며, 심지어 그 드물다는 다섯잎크로버를 찾아낸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잘못을 했다. 네잎클로버를 못 찾은게 아니라, 네잎클로버가 반드시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끝나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신이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무집착을 모토로 삼는다고 이야기하며 거들먹거렸지만 실상은 다른 사람을 사랑해보지도 않았다. 한 사랑에 매달리느냐 포기하느냐에 너무 고민하느라 다른 사랑을 선택하는 제3의 길을 잊어버렸다. 결국 기억하는 것도 잊혀지는 것도 모두 사랑으로 귀결된다. 평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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