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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저라고 딱히 성질이 불 같은 건 아닙니다. 순전히 술 때문이죠. 하지만 사랑해 마지않는 <천공의 섬 라퓨타>를 보는 데 방해받았는데 꼭지가 안 돌 수 있나요?- p. 58

 

 

 인상깊은 글귀에 쓰여진 말은 이 에피소드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

사실 저 욕하는 '불량엄마'의 애들이 이 여자 집 벽에다 공을 튀긴 것부터 상당히 잘못된 짓이긴 했다.

그리고 나는 불량엄마던 누구던 간에 초인종 눌러도 문 안 열어주는 타입. (사교성 제로라 이웃들과 별로 안 친하다.)

 

 만슈 기쓰코. 성기 냄새가 나는 여자라는 별명이다. 상당히 과감한 별명인데 취하면 더 대담해져서 가슴을 보여주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아니 사진 찍은 걸 보니까 생긴 것부터 흐트러진 나와는 다르게 아주 똑똑하고 단정하게 생겼던데 대체 왜... 게다가 술을 마시던 시절엔 (일상적인) 주량도 위스키 한 병인가 일본주 세 병 정도라고 하니 놀랍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여자가 담배피고 술 좀 마시는 거 가지고 욕하면 안 되지.' 라고 생각했고 그런 식으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그 정도가 아닌가 보다.

 그럼 조금만 다른 입장에서 접근해보자. 만슈 씨가 정신병원에 간 계기가 주변 사람들에게 알코올 의존증으로 의심받아서라고 하던데, 그녀의 주변에 있던 일반 사람들이 좀 더 복합적이고 세심한 시각에서 바라봤다면 좀 더 일찍 그녀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잘 생각해보라. 그녀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성격이 소심해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마음이 열린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한 말들은 직장 문제와 '가정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 가정에 관한 이야기가 뭔지 상당히 궁금한데 그녀는 이 만화에서 직접적인 것을 거론하지 않는다.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쪽 문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녀가 그렇게 술을 마시기까지 싸움은 커녕 말 한마디 없이 묵묵하다가 갑자기 그녀와 따로 살기 시작한 남편 문제일 수도 있겠다. 나는 왜 그녀가 정신병원에 갈 때 같이 동반한 사람이 없었는지 그게 궁금하다. 아내와 자식이 있는 중년의 남성이 직장에서 퇴근하는데 대문가까지 와서 맞아주는 생명체가 개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동시가 갑자기 떠오른다.

 옛날 아일랜드 동화에서는 숲 속에서 요정을 만나서 흐드러지게 춤을 추고 온 여인네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러시아 동화에서는 말 대신 딱정벌레나 고양이를 타고 (지브리의 고양이 버스는 사실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모험을 떠나는 할머니들 이야기가 셀 수도 없다.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또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면, 그 사람은 멀쩡하다. 그러나 꼭 그런 문학적 성격을 광기로 받아들이는 몇몇 인간들이 있다. 솔직히 난 그 인간들에게도 뭔가 정신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일단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그나마도 경중이 있는 법인데

술에 취해서 남들과 내가 차마 인정할 수 없는 행패를 부리는 사람,

술이 깬 이후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는 사람,

그리고 술 자체가 아니라 술에 취해 고양되고 그로 인해 변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이런 분들은 알코올 중독을 의심할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심각하니 당장 병원에 가야 합니다.

 http://www.alcohol114.com/self.htm 여기서 자가진단해 보시길. 참고로 전 10점입니다.

 

 사실 난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시는 게 상습적 과음을 예방할 수 있다는 데 절대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 때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는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데도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술을 마신다면, 그것야말로 술에 매달려 사는 인생이 아닐까? 정상인과 비정상인은 종이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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