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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커밍아웃북

아직까지 동성애가 낯설거나 불편하신 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은 과감하게 지금 당장 이 책을 덮으셔도 좋습니다.

여전히 동성애라는 주제가 불편하지만 어떤 호기심과 의문으로 아직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앞으로 제가 하는 이야기를 굳이 동성애라는 틀 안에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야기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 얌전해보이는 제목만 읽고 이 책을 집어서 표지가 어떤지도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여자 찌찌가 매우 적나라하게 잘 보이더라.

 

이걸 도서관에서 당당하게 집어서 사서에게 보여줬다니; 사서가 매우 심상치 않은 눈으로 쳐다봤지만 어차피 내가 책을 하도 접어대고 자주 들르고 이 책 사주세요 저 책 사주세요 시켜대서 블랙리스트에 적힌 상태이니 뭐 동성애자로 찍혀도 새롭게 아쉽진 않다. 사실 양성애자이지만. 하지만 표지가 이랬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가리던가 e-book으로 구입하던가 좀 더 다른 방법을 취했을 것이다. 일단 나도 밖에서 당당히 펴 읽을 수 없어서(...) 소심하게 집에서만 읽었다. 밖에선 시집을 따로 읽고. 남남상열지사도 예전에 e-book으로 사서 읽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여러분에게 미리 알려드리니 조심하세요.

 

나의 연인 가제루상이 한국어 다음으로 가장 잘하는 언어가 일본어다. (...) 나도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가제루상과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15년 10월 1일부터 나는 기무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팟캐스트,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레즈비언은 평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팟캐스트 홍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자신이 진행중인 레즈비언 방송에 대한 소개가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지만, 역시 서두에 나온 남의 연애담이 너무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오히려 나에게 레즈비언이라는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에 가까웠다. 이유는 정말 많다. 한국 사회, 선생님, 친구들, 미디어, 그 어느 것 하나도 나에게 레즈비언을 평범하다고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이 주제는 언제나 심각한 것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다루더라도 카테고리는 시사교양, 예를 들면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시사매거진 2580' 등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심각하고 무겁고, 뭔가 큰 문제라도 있는 주제인 것 같지 않은가.

게이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방송인 홍석천, 김조광수 감독, 김재웅 디자이너 등이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을 했고, 그 외에도 영화, 음악, 미술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이들이 있어 레즈비언에 비해서는 덜 심각한 이미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다만 레즈비언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는 무겁다.

 

 

나는 그런데 동성애자가 평범하다는 이 사람의 주장과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여성 애인을 사귀었을 때, 이모가 어머니에게 아웃팅을 했었다. 그런데 두 분이 주장하는 바로는 그게 '사춘기 때의 방황'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리스 시대에서도 여성이 여성을 좋아할 때도 있었으나, 그건 결혼 전의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남성은 오히려 동성을 좋아하는 게 훌륭한 사랑이고, 여성에게 매달리는 걸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자신을 동성애자라 자각하는 때가 대부분 청소년기인 것도 일가족이 그렇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에도 내가 여성을 좋아하는 건 한 때의 치기가 아니라 생각했으며, 지금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철저히 여성을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친동생이 내가 레즈비언인 걸 알면서도 내 앞에서 동성애자 친구를 공격하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이성애자를 대하는 태도로 동성애자를 대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생각한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대화를 포함해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법을 이성애자들에게 기본적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그녀가 전학을 간 이후에 종종 연락을 했다. 2003년, 대학교 1학년 때 싸이월드에서 방명록 대화를 몇 번 주고받은 게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였던 것 같다. 아마 그녀는 지금쯤 결혼도 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중학교 시절의 일에 대해서도 나와는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는 그저 한 때 친했던 친구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을지도.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 첫사랑이었다.

 

 

나도 첫사랑이(여자이다.) 바람핀 이후 충격받아서 연락 다 끊었더니 싸이월드에 욕하고 그 다음부턴 조용하더라 ㅋㅋ 싸이월드는 항상 30대들 첫사랑과의 마지막 대화창이냐 ㅠ

 

일본 오키나와 자마미섬의 어느 골목

 

계속 걸어 들어가면

토토로와 고양이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원령공주와 천공의 성이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볼 것만 같다

붉은 돼지가 비행기를 타고 머리 위를 지나갈 것만 같다

센과 치히로, 하울과 포뇨가 모두 저 숲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골목이다

 

 

일본 좋아하신다길래 나와 같은 동성애자 오덕이신가하고 설렜는데 지브리에서 그치신 듯.

 

나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아직 만 명도 되지 않는다(하지만 2016년 올해의 목표를 십만 명으로 잡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몇 만, 몇십 만, 몇백 만이 되는 것도 아니고 파워블로거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안 봐서 도움을 주긴 힘들겠네 ㅠㅠ 지금도 계속 방송하고 계시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일단 팟캐스트에서는 검색해봤는데 방송 자체가 보이질 않는다 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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