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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우리 몸이 세계라면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고객의 특성에 맞춰 세련된 논리, 아름다운 이미지와 함께합니다. (...) 담배회사의 전략을 보며, 고정희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습니다.

호박꽃보다야 장미가 아름답고요

감꽃보다야 백목련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읍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라면 대부분이 담배일 것이다. 보다보면 동방프로젝트의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생각난다. 하기사 일본에서는 '벚꽃나무 밑에 시체가 묻혀 있다'는 괴담같은 속담이 있기도 하다.

 

행운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연찮게 책이 현대의 이슈들을 많이 다루게 되었다. 일단 전염병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압도적인 영향을 보면서 거의 일용직이나 지옥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걸리는 코로나19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요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문에 꽥꽥거리는 철없는 @ㅐㅅㄲ들이 많은데, 취준생인 것만으로도 큰 복이며 뒷받침해주는 부모도 자본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빨리 온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러니 비정규직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냅두자 주장하는 사람들은 너ㅅㄲ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던 간에 비정규직을 죽이자고 주장하는 살인자들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전 저서처럼 표나 그래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처음에는 좀 지루할지도 모르겠는데, 중반으로 넘어가면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P.S 일본이 한국을 근대화시켰다는 의견에 대해 꽤 비판을 가하시던데, 그것에 대해선 좀 별로였다. 역사는 대체로 역사학 전공한 분이 아니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좀 불안하다고 할까. 아무튼 이에 대한 것은 전공자 분들이 직접 읽고 판단하시길 바란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필라델피아에서 발행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 그런데 담배회사가 제시한 광고의 절반 이상은 담배에 관한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담배회사가 후원하는 술집, 클럽 혹은 행사 광고였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다니는 곳이지요. (...) 담배에 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흡연을 유행에 따르는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해, 젊은이들이 흡연을 하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이 책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페미니즘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남성이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담배를 피는 것에 관한 글이 대표적이다. 이미 남녀노소가 모두 담배를 피는 마당에 유독 여성이 담배를 피는 게 자본주의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는 이런 식의 지적은 페미니스트에게 꼰대라고 몰매를 맞기에 딱 좋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이용하여 장사해 돈을 벌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담배는 몸을 심각하게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악질이다.

사실상은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새는. 그리고 담배 피는 분들만 자신이 멋있는 줄 알지; 멋있는 사람은 사실 담배 피는 포즈뿐 아니라 그냥 뭘 해도 멋있음()

 

한스 셀리에는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학자입니다. 1000편이 넘는 논문을 썼고, 10여 차례 노벨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던 스트레스 연구의 대가이지요. (...) 1969년 셀리에 박사는 필립 모리스로부터 3년간 15만 달러를 받는 '특별 프로젝트'를 지원받습니다. 그리고 1969년 6월 12일, 법정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담배가 가진 장점을 증언합니다. 이후 캐나다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아내가 임신 중인 남성이나 혹은 범죄자들에게 흡연이 가진 유용성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근데 페미니스트라면 담배를 안 피우는 게 맞다. 아내가 임신 중인 남성이 왜 스트레스를 갖는다고 하는지 아나? 이건 임신에 관련된 동인지 아무거나 몇 개 골라서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바로 아내가 임신하면 아이에게 혹시나 해로워질까봐 쎅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소위 '쪼이지 않기' 때문인데, 스토리를 훑어보면 이 때문에 남자는 '주로' 10대 여성을 납치해서 성욕 해소를 하곤 한다. 스트레스라는 것도 돈 잘 벌고 페미니즘에 대해 전혀 고려 안 하는 인간들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 게 자본주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낙태를 찬성하는 의견을 반영하는 영화를 보러 페미니스트들이 모인 자리를 간 적이 있다. 그 페미니스트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밖에서 담배를 피러 갔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났을 때는 무당들이 종두장을 개화운동이라고 비난하며 불태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천연두에 걸리면 큰 굿을 해서 마마신을 달래는 게 하나의 풍습이었기에, 무당들은 우두술이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굿 좋아한다. 춤으로써 ㅎㅎ

 

다만, 한국인의 범죄율이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데에는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외국인을 묘사하거나 언론을 통해 외국인의 범죄가 더 부각되거나 빈번하게 보도되는 것은 이러한 편견을 강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조선족을 너무 심하게 묘사해서 영화 청년경찰이 신고당했다고 들었다. 더욱 세상이 진보된다는 증거일 듯하다. 기존에 외국인들을 욕했던 매체들도 이 참에 팍팍 신고당하길 바란다.

 

이 글은 1348년 프랑스에서 당시 유행하던 흑사병의 원인에 대해 작성한 문서입니다. (...) 13세기 스콜라 철학자인 알베르투스의 책을 인용해 화성과 목성이 만나, 공기를 부패시키고 역병을 돌게 한다는 말도 합니다. 뜨겁고 습한 목성이 뜨겁고 건조한 화성과 만나면 불길이 일어나는데, 이 기운이 지구의 대기로 퍼진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 1345년 3월에 있었던 화성과 목성과 토성이 함께 모인 천체의 변화로 유럽에 엄청난 재앙이 왔고, 그것이 바로 흑사병이라는 설명입니다.

 

 

당시 사람들이라면 황망한 기분이었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나는 이런 거 굿처럼 꽤 좋아한다 ㅎ 그나저나 알베르투스가 이런 얘길 했다는 게 퍽 충격적이다. 역시 13세기 사람이라 별 수 없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잔혹하고 사악한 인물로 묘사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도 유대인입니다. 사채업의 성격상 돈을 받는 과정에서 유대인들은 무자비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수백 년 쌓인 유럽에서 그들은 증오의 대상이었던 것이지요. 소수자라는 낙인, 사채업으로 형성된 증오에 더해 경제적인 이유도 함께 작동합니다. 사채업자인 그들이 처벌받거나 사망한다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커서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읽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샤일록 말고는 주인공들이 전부 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아예 모르고 있는지 아님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무튼 그랬던 것이다. 얘들아 돈 갚아 삥땅칠 궁리 그만해..

 

그럼에도 아직도 각종 SNS나 온라인 사이트에는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정보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2007년 미국의사협회지에 출판한 한 논문은 백신에 대한 내용을 다룬 유투브 영상을 분석해 그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 중 32%가 백신을 반대하는 영상들이었는데, 그것들의 조회수나 평점은 백신을 권장하는 영상들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결국 이상한 비제이들은 뮌하우젠 증후군이 있을 경우도 있다고 본다. 그런 것들에게 동조해서 구독하고 괜히 호기심에 방문해보는 인간들이 문제지.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고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성전환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시기도 외국과 달랐습니다. 주로 10대 후반에 성전환을 받는 시기도 외국과 달랐습니다. 주로 10대 후반에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를 시작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가족의 반대로 인해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2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성전환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특히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가 건강보험으로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트랜스젠더는 호르몬 투여나 성전환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노동을 전전하다가 성전환이 더 늦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근데 사실 캐나다나 뉴질랜드 말고는 여성이나 성소수자가 괜찮게 지낼 수 있는 지역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태국도 정작 법적 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하고 말이다.

아는 분이 비수술 트랜스젠더인데 캐나다 학교를 다니신다. 그런데 학교 내에 LBGT센터가 있고 여성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문제가 없게 서류를 준비해주겠다나. 또한 혹시나 지금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일시적이거나 트랜지션을 다 못하는 경우에도 학교에 서류와 법적인 서류가 맞지 않는 것에 대해 보증을 하겠다고 하더라. 저런 세상도 있구나하고 좀 놀랐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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