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Nobel Prize in Literacture

충만한 힘

 


충만한 힘(파블로 네루다 시집)

저자
파블로 네루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7-03-2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사랑과 열정의 시...
가격비교

 

그는 이 세상이 하는 만큼 많이 무게를 단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이 죽은 사람을 어깨에 메고 간다. 분명히
하늘은 빵을 풍부하게 구우시리라.- p. 43

 

 파블로 네루다에게는 실례가 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유서를 떠올렸다. 구글 기사를 보니 참 많은 노조 사람들이 유서를 쓴 듯하다. 'ㅈ같은 세상 드러워서 간다'라고 그 이상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쌈박간단하게 메시지를 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상세하게 노조의 근황을 적으며 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해 줄 것을 애원하다시피하는 꼼꼼한 글도 있었다.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라면서 유서에까지 자신의 원통함을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의 점을 찍어버린 노동자분도 있었다.

 유서를 쓴 사람들의 사연이 많다지만, 노조 분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번째는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을 이기지 못해서. 두번째는 자신의 자살로 인해 그래도 조금이라도 세상에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목적에 따라서. 두가지 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를 쓴 심경에 딱 맞는 것 같다. 그의 시는 희망에 젖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시샘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조소를 던지고 있으며 죽은 사람들에 대한 시를 쓰는 등, 굉장히 침울하고 불안한 면을 보인다. 그 위태로움이 딱 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민중들의 심정을 헤아릴 뿐만 아니라 그 마음에 파고들어 하나가 되는 그 완벽한 감정이입이란! 역자의 코멘트대로 진정성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 시를 읽고서 나는 순식간에 그의 팬이 되었다. 그들의 육체에 잠입하여 그들과 함께 유서를 쓰고, 그들과 함께 여러번 올가미에 목을 매달아야 했을테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쩌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란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디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모두 성불하셔서 다시는 이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지 마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정원

'The Nobel Prize in Literac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0) 2014.03.04
롤리타  (0) 2013.07.21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2  (0) 2013.06.19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1  (0) 2013.06.12
기도시집  (0) 2013.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