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스스로에게 다르게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호화로움에 둘러싸인
멋지게 치장한 자가 아니니까요.
당신은 아낄 줄 아는 소박한 존재입니다.
당신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가는
턱수염 난 농부입니다.- p. 44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모습.
수없이 많은 여성이 그에게 빠져들었다고 하던데, 과연 요즘 남자배우들도 뺨칠만한 얼굴이로세.
정말 놀랄만큼 순수한 시였다. 처음에 루 살로메와 러시아 여행을 할 때 영감을 받았던 시라고 들었는데, 과연 중간에 사랑시라고 할 만한 요소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러시아 여행을 하고 중간에 런던여행을 해도 아무런 영감을 받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 때 시인이 느꼈던 감정이 '순례'의 무거운 분위기로 심화되어 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있는 그대로 투영하면서도 그럭저럭 장편의 시를 완성시킬 수 있다니, 조금 감탄했다.
어머니가 심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그에 호되게 질린 릴케는 기독교 자체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기도시집을 쓰는 게 아이러니하기는 했지만, 일면으로는 이해가 가는 면도 있었다.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것과 마주쳐서, 어떻게든 그 갈등을 자기 안에서 풀어나가기 위해 시를 쓴 것이 아닐까. 성경의 구절들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침묵과 검소함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 쓴 점은 참신했다. 또한 릴케는 예술가들이 예술을 창조하는 장면을 사람들이 종교심에 힘입어 성당을 세우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도 그와 비슷하게 예술의 중요성을 역설하긴 했지만, 이국적이고 섬세한 아름다움에서는 기도시집이 더 뛰어나지 않았나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이 시에서 비유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러시아 성당.
'The Nobel Prize in Literac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2 (0) | 2013.06.19 |
---|---|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1 (0) | 2013.06.12 |
우리동네 아이들 (0) | 2012.07.30 |
재즈 (0) | 2012.02.15 |
우리들이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 달라 (0) | 2012.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