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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bel Prize in Literacture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저자
앨리스 먼로 지음
출판사
| 2007-05-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2007년 5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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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알아서 하겠지. 가고 싶은 곳엔 가봐야지. 어쨌거나 곧 결혼한 여자가 될 테니까."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의 말은 '이제 네가 성인이라는 걸 인정해야겠구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했고 '너도 곧 구속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뜻인 것 같기도 했다.- p. 148

 

 어릴 때는 몰랐다가 머리가 크고 남의 일에 (특히 불상사에) 관심이 생기는 나이에 접어들 때 왠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감춰져 있던 여러가지 비밀들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사촌의 딸이 태어날 때 아빠가 없었던 게 아니라 그 내면에 '여러가지 과정'이 숨겨져 있었다던가, 혹은 이웃사촌이 어떤 유부남이랑 바람나서 사이좋게 동네를 도망갔다던가.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인생을 살면서 한 두번 들어보기도 하고 실제로 직접 마주해보기도 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든 모면하던가 모른 체 하던가 하여 지금 여기에 생존하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입장이라던가 진실을 알면 버텨나갈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엔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이 소설은 단편집인데 '사람이 한 번은 물리고 지나갈 수 있는 꽃뱀같은 로맨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며, 그 사람들이 과거의 일이라던가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감돌진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에선 그렇다.) 하지만 뭔가 이 기분은... 묘사할 순 없지만 소설 하나도 안 보고 어톤먼트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그 충격적인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곰이 산을 넘어온다' 소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뒷목잡고 넘어가리라 생각한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뿌린다면 이 소설은 이전 소설에도 잠깐 언급된 모파상의 목걸이와도 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여자는 절대 남편 앞에서 아픈 모습 보이면 안 된다는 거 ㅡㅡ

 실제 남편이 비슷한 직업이었는지는 몰라도 어느 소설이던 대게 교수 남편과 전업주부의 결혼생활이 등장하는 점이 특이하다. 남자들이 쓸데없이 권위의식 쩔거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자가 일생껏 힘겹게 그 남편을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닌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동료로 똘똘 뭉쳐서 남편을 욕하느냐? 아니다. 그렇다고 도피를 꿈꾸거나 바람을 피느냐?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쐐기풀'이라는 소설의 경우에는 몇 초간 바람피려는 마음을 가지려다 단호박같은 상대 남자에게 매우 세게 걷어 차인다. 개인적으로 소설 중 이 여주가 제일 불쌍하다 생각함;;;;) 페미니즘 소설이라기보다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남성이 지배권을 잡은지 하도 오래 되서 여성의 몸 속에 근원적으로 박혀버린 존재론적 차별의 벽에 대해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작가가 내가 본 어떤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파탄적인 커플브레이커라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소설은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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