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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왜부처님은주지를하셨을까원철스님의주지학개론
카테고리 종교 > 불교 > 불교일반
지은이 원철 (조계종출판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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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주지가 되는 법에 관해 적힌 책이다. 그러나 주지가 되는 법에 대해 중국의 에피소드와 함께 우리나라 절 이야기를 살짝살짝 곁들여주는 센스를 갖추고 있다. 어쩐지 표지에서부터 남다른 포스가 있다고 생각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심하게 짧은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는 책이 드물 것이라 한다. 성철스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도 몇 날 며칠을 졸라서 출입한 사찰들이 꽤 있다고 하니, 서양의 수도원 못지않게 뚫기 힘든 곳이라 짐작해본다. 불교에 관한 책이다보니 절에서 쓰는 용어도 알지 못하면 곤란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용어들을 찾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지식의 부족함을 어디에 탓하겠는가.

 

 여러 이야기들이 많지만 결국 이 책의 결론은 주지되기 어렵다는 한탄이다. 절에서 있다고 해서 아무나 주지될 수 없는가보다. 절에서 얼마간 생활해봤다는 분의 말에 의하면 절에서는 위계가 철저하며, 무엇보다 수행과 관직(?) 사이에 갈등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절의 리더'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부족했다. 복도 갖춰야 하고 절의 풍수와 맞아야 한다니, 그 까다로움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본다. 목숨을 걸어 절을 지키는 주지들도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찰과 주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지, 절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정작 주지에 대한 책들은 많지 않았다. 이 책으로나마 주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까놓고 털어놓는 절이야기라고 해도, 책에서 등장하는 스님들의 대화는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외계어같을 뿐 정상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철스님도 아직 내공이 그 곳까진 달하지 못했는지 도통 모르겠다 하시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러나 스님들의 운치있는 대화와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깊은 지혜는 읽는 사람들이 감탄하도록 만든다. 여태까지의 고고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확 깨뜨리는 박력있는 스님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스님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시려 하셨는지, 원철스님의 구수한 입담때문에 절이야기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스님이 나라를 걱정해야지 나라가 스님을 걱정하는 건 대체 무슨 상황이냐'라는 따끔한 비평은 읽는 사람마저 후련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그 비평이 맞다면.)

 

 본인은 최근에 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경전도 좋았고 밀교도 좋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꽤 오랜 역사를 지낸 우리 선종불교의 모습도 소박하고 넉살스러우며 지혜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사찰사건으로 인해 요즘 사람들은 사찰의 부패에 대해서 한탄하고 헐뜯고 있지만, 그렇다고 불교까지 싸잡아 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성범죄가 많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전부가 성범죄자가 아니듯, 우리나라 불교의 대중들이 모두 다 썩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게다가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갖가지 시민운동을 일으킨 스님들도 많다. 본인은 단지 우리나라 덕성과 복과 법력과 시기를 잘 타고 난 주지가 우리나라에 한 번 더 와서 불교계를 한 번 벌떡 일으켜 세워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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