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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역사저널 그날 고려 편 3

노비가 비록 천하다고 하더라도 또한 하늘의 백성인데, 예사로 재물로 논하며 거리낌 없이 매매하고 혹은 소나 말과 이를 바꾸기도 하는데 1필의 말에 대해 (노비) 두세 명을 지급하고도 오히려 값을 치르기에 부족하니, 소와 말이 사람 목숨보다 더욱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고려 시절에 말 1필 당 노비 2~3명이 교환되었다는 것보다 저 시기에 저런 말이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지 않나? 논란이 있겠지만, 지금 사람 목숨 값보다 기계가 더 비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만적이 오늘날 태어났다면, 오히려 기계에 매달려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인간 목숨의 존엄을 주장하는 만적을 조롱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탑 위에 올라 시위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고려 시대 때 여성들은 차별을 차별로 느끼지 않았다고 어떤 팟캐스트 방송에서 말하는데, 고려사 기록에 지금의 서울 근교에서 몽골군이 젊은 여성들 수백명을 붙잡아 유방을 베어 요리해먹었다는 기록을 봤던 기억이 있다. 차별임을 느끼고 항의하는 순간 죽지 않을까...

 

또한 최충헌의 조카인 박진재와 같은 인물은 최충헌을 음해하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는 이유로 정말 잔인하게도 다리의 힘줄을 끊깁니다. 그러고는 백령진, 그러니까 지금의 백령도로 유배되니까 당연히 박진재는 힘 하나 못 쓰다가 병사하죠. (...) 무슨 조폭 영화에 나오는 두목 느낌이 나죠.

 

 

그러고 보면 만적 무리들을 물에다 담그는 것도 조폭 같기도 하고;

 

최충헌은 개경의 자기 집에서 매일같이 전투 훈련을 하고는 있습니다. (...) 또한 금패를 찬 거란 장군 인형을 만들어 사로잡아 죽이게 한 다음 개가를 울리면서 귀환하는 모습을 꾸미기도 합니다. 또한 이때 기생들에게 봉래산 선녀가 축하하는 춤을 추게 했습니다.

 

 

근데 저렇게 시뮬레이션한다 해도 실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거 ㅋ

 

전쟁 막바지인 1253년에 춘주, 그러니까 지금 춘천에 있는 봉의산성이라는 곳에서는 우물이 마르는 바람에 소와 말을 잡아 그 피를 마셨다는 기록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춘천에 산성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았다. 지금도 남아있다는 듯.

 

요즘에는 석궁이라는 스포츠로 즐기시는 분들도 많고요. 이 쇠뇌는 고려 시대 내내 매우 중요한 무기로 사용됐습니다. 고려 말기까지 활과 쇠뇌를 담당하는 궁노도감이라는 전문적인 부서가 있을 정도였죠.

 

 

석궁하면 그 현대에서 석궁으로 사람 쏴서 재판받았다는 그 분 생각나고.. 근데 김윤후인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시골 동네에 사는지라 석궁은 없었을 거라고 ㄷ 우리나라 활 쏘는 실력은 역시 대단한 듯.

 

왕의 아들로서 후계자가 될 사람을 고려 시대에는 태자, 조선 시대에는 세자로 불렀는데, 드라마를 보면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태자 또는 세자는 발랄한 10대나 20대로 묘사되죠. 그런데 원종은 상당히 나이가 든 태자였어요. 이때 이미 불혹을 넘었습니다. 마흔한 살이죠. 파트너가 될 쿠빌라이 또한 이때 이미 나이가 마흔다섯 살이었고요.

 

 

확실히 사극 드라마 방영하다 보면 실제 나이와 달라보여 고증이 틀리단 소리 많이 나왔죠. 근데 사극 무신에 나왔던 원종은 그래도 꽤 고증이 잘 되었던 것 같은데 너무 일반화시키시는 것 아닌가 싶기도.

 

이익주: 쿠빌라이는 아릭부케를 공격하기 위해 악주라는 지역에서 출발합니다. 한편 고려의 태자 원종은 뭉케 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육반산이라는 곳에서 듣고 개봉 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북쪽으로 올라가던 쿠빌라이도 개봉을 거쳤겠죠. 두 사람이 만난 지점을 사료에서는 양초지교로 부르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개봉에서 1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원종이 일단은 개봉까지 갔다가 다시 양초지교까지 130킬로미터를 더 이동했다고 봐야겠지요.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지 않았으면 못 만났을 겁니다.

(...) 최원정: 저 넓은 땅에서 어떻게 우연히 만나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다만 그 당시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쿠빌라이가 이동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고 쫓아가 딱 마주쳤을까요?

 

 

고려는 사료가 굉장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역사적 사건에 군데군데 공백이 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크쇼 참여자들이 각각 추리를 하는 것도 이 책의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