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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여보, 나 좀 도와줘

그 가운데 하나로 여성관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해 주었다.

"결혼한 후 10년 동안은 가끔 부부 싸움을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주먹질을 한 일도 한두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야 운동에 가담한 뒤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로 인해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체계적인 여성관을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일단 정치계에선 여태까지 진출한 여성이 적다보니 여성관이 편협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난 노무현이 말한 정도가 가장 솔직하고 괜찮다고 본다. 글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 과거에 나는 페미니즘에 무지한 사람이었고 이러한 행동을 했다.

2.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이렇게 바뀌었다.

3. 그러나 나는 지금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니 여보 나 좀 도와줘!)

 

나도 과거의 실수투성이 나 자신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리하거나 변명해보아도 과거의 나 자신은 바뀔 수 없다. 과거의 내 자신에 대한 기록을 삭제하든 안 하든, 어차피 지금의 나 자신도 부족하다.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번까지 하지 않는다면, 아직까지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3번을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로 고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건 '내가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니 나는 잘났다'란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실제로도 이런 말을 한 사람에게 그런 마음가짐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남성이 아무리 노력해도 여성보다 여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딸리는 건 사실이다. 아니 그래도 살면서 남성으로서 배웠던 게 있잖아. 힘들어도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이걸 인정해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한때 좋아했던 당의 어떤 분이 과거에 한남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의 변명은 상당히 치졸했다.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고 배웠더라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더라도 대처는 잘 했을 것이다. 덕분에 그를 옹호하던 다수의 친구들과 인연을 끊게 되었는데, 그의 사과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을 비교할 기회가 생긴 건 큰 수확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란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대규모로 나오는 정치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은 시간이 없다 보니 낙선한 분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었다. 그 중 남자들은 잠들어 있는 아내까지 깨워서 재선을 하니 돈을 다시 지원해달라 싹싹 빈다고까지 했다. 제목을 보니 그 이야기가 다시금 생각났다고 할까.

 

아무튼 시간이 꽤 흐른 책인데도 페미니즘 의식이 제법 들어있는 책이다. 특히 아예 노무현에게 여자가 전화하지도 못 하도록 관리하는 저런 사람들을 비서로 뽑은 것도 인복이라고 본다.

자기 분야에서 주류로 부상한 사람들 중에 룸싸롱 안 가본 사람들이 노무현, 박찬욱, 봉준호 정도라고 하더라. 그를 띄워준 건 그에게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다. 노무현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고, 그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렇게 강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DJ에게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허점은 허점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이건 말장난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너무 완벽하고 또 그 완벽성에 대해 너무 자부심과 확신이 강해 다른 사람들에게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논쟁을 하면 항상 이겨 버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꺼내기를 어려워한다. 그러니 남의 머리를 빌리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떨어진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특히나 YS가 남북 문제, 북한 핵 문제, UR 문제 등을 놓고 죽을 쑤고 판을 망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든다.

 

 

ㅋㅋㅋ 이렇게 마음 놓고 써도 되는 건가 출판은 되겠지만 이후에 폭풍 몰아치는 거 아님;?

 

"그래도 남자한테는 여자가 서너 명은 항상 있어야지. 한 명은 가정용, 또 한 명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뺑뺑이용, 그리고 또 한 명은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오솔길용,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순간 청년들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해 버렸다.

"아니, 변호사님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다 하십니까?"

청년들의 표정은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참 난처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다. 여학생이 화내고 덤비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남학생이 펄쩍 뛰는 것은 이해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 아재들은 그나마 아재농담이나 하지 저 시절의 아재들은 진짜;;;; 그나마 이후에는 청년들이 페미니즘 책을 추천해줘서 노무현 대통령이 읽고 반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중요한 사실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농담을 했어도 룸살롱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음을 재차 강조한다.

 

한편 그때의 '노가다' 생활을 돌이켜 보면 환경에 따라서 사람이 얼마나 파렴치해지고 거칠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함바에 딱 들어가면 마치 감방에서와 같이 텃세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 맨날 모였다 하면 화투요, 입만 열었다 하면 욕이다. 옛날 누굴 두들겨 팬 이야기, 여자 겁탈한 이야기, 일 저지르고 도망친 일 등등.......

(...) 한번은 일터로 나가는 길에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에게 음담패설로 희롱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들도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욕만 됫박으로 얻어먹고 코가 납작해져 버린 일이 있었다. 분풀이할 궁리 끝에 다음 날 아주머니들이 지나가고 있는 길거리를 향해 나란히 줄지어 서서는 바지춤을 내렸다. 그리고 단체로 오줌을 갈겨 댔다.

 

 

이런 거 보면 그래도 세상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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