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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섬과 섬을 잇다 2

송국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지적장애가 있던 그는 스물네 살에 뇌출혈로 더욱 중한 장애를 입게 된다. 말할 수 없었고, 오른쪽 팔다리를 쓰지 못했다.

(...) 시설에는 종종 시설 바깥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찾아왔다. 그들 대부분은 그보다 장애가 중했다. 그럼에도 시설 바깥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국현은 그 삶을 소망하게 되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컴퓨터를 사용하여 상대방과 이야기하며, 일도 하고, 결혼도 하는 삶. 그리하여 2013년 10월, 그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쉰둘의 나이에 시설에서 나온다.

하지만 시설 바깥의 삶은 그가 상상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사실 좀 오래된 책이다. 1권은 한참 예전에 봤다. 2권을 사서 보려고 한 순간 주X민에 관련된 어떤 사건이 터졌던 걸로 기억한다. 여혐 작가를 옹호하다가 어정쩡하게 사과했는데, 그 때문에 상당히 그에게 분노하여 한동안 이 책을 못 봤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만화만 보지 않으면 되지, 글을 쓴 사람은 또 따로 있다. 게다가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련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현재 다시 관심이 생긴 복지 사각지대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최근 바쁘다보니 만화책 외에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소설 읽고 싶은데 사정상 읽지 못하고 ㅠㅠ 그러다보니 2권을 마무리짓기 위해 이 책을 집었다.

 

1권에서도 만화에서 죽은 사람들이 목만 남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장면이 나오긴 한데, 2권에서는 만화가 좀 순화(?)되었지만 이번엔 시인 분들이 글을 쓰셔서 그런가 글 부분에서 하드코어한 부분이 좀 더 강화되었다. 태극기에 목을 매달으셨다는 분이 개인적으론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개연성이 없다고 난리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 모른다.

 

주로 노동자와 비정규직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에서 이런 분들에 대해 여러 교육도 하고 토론도 벌이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5월에 있을 정치 경제학 강의 들으시면 될 거다. 홈페이지 사회주의자도 있고 socialist.kr을 찾아보면 된다.

 

 

 

2014년 4월 10일, 이의신청 차 장애등급 심사를 하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찾아갔다. 장애인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는 억울하다고 외쳤다. 등급 재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급지원을 받고자 했지만 이마저 3급이라는 이유로 받을 수 없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구청에서 복지사각지대 조사를 하고 긴급복지 신청을 받는다기에 이곳 문도 두드려봤지만 구청은 '조사만 할 뿐 지원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결국 그가 받을 수 있는 복지는 월 24시간 제공되는 가사간병서비스뿐이었다.

(...) 그로부터 사흘 뒤인 4월 13일 일요일 오전 10시 56분. 국현이 사는 집에 불이 났다. 같이 살고 있던 장애인이 그의 활동보조인과 외출하고, 국현을 데리러 오기로 했던 교회 버스가 도착하기 전이었다. (...) 나흘 후인 17일 새벽 6시 40분, 그는 숨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이었다.

 

 

 

지금은 40시간까지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다만 24시간까지는 부담금이 없고, 그 이상의 가격은 부담을 해야 한다고. 장애등급은 현재 폐지되었고, 단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송국현 씨가 3급이면 지금은 장애가 심한 장애인으로 구분되어, 1급과 대충 비슷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문제가 있다. 장애 성격에 따른 복지의 개별화가 고려되지 않았는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는 하지만 맨날 '나중에'로 미루는 현재 여당도 그렇고 야당으로는 불안감이..

 

사흘이면 끝나 가을 금강산 여행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던 현장 파업 철야농성은 54일간 계속되었고, 200명의 조합원 중 약 120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농성 첫날 밤, 마치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처럼 3.6.9를 하며 시작했던 농성은 용역과 '기륭전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구사대를 동원한 사측의 끊임없는 침탈 위협과 폭력에 노출되어갔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숨겨왔던 끼와 재능을 발휘하며 파업 중인 공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밤에는 달빛을 받으며 강강술래를 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구사대 이름 진짜 유치하지 않냐 아이돌 빠돌이 빠순이들도 저런 이름 안 쓰겠다 ㅋ

 

여러 차례 전주를 오가며 김미숙(진기승의 부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 글은 그녀가 들려준 신성여객 버스기사 진기승의 일대기를 자서전 형식에 담은 것이다.

(...) 갖은 일을 전전하다 당구장에 음료수를 넣어주는 사업을 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편이라 결혼 전 그다지 모은 돈이 없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3월이었다. 백화점에서 일하던 누나가 소개한 여자였다. 이름이 김미숙이라고 했다. 첫눈에 내 여자란 걸 알 수 있었다.

 

 

 

왠지 운명이 기구하게 되니까 그때 돈을 못 모아서 버스일을 하게 되었다고 지난 세월을 탓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픔 ㅠㅠ 언제까지 우리는 우리 자신만 탓해야 하는가.

 

2010년 12월 8일 나와 동료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 아내는 속상한 마음에 한 포털사이트 '아고라'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남편은 물대포에 맞고 경찰들 방패에 맞아 쌍코피 터지고 귀가 퉁퉁 부어서 삭발까지 한 모습으로 며칠 만에 씻으러 들어왔는데 그 순간에 정말 이 더러운 세상 살기 싫다... 그 쥐꼬리만 한 월급도 석 달째 안 나오고 애들 학원 끊고 생활비도 바닥나고. 지치고 한계에 다다르니 극한 상황만 떠오릅니다. 저희 가정만 이러겠습니까?"

 

 

 

지금은 물대포를 쓰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어째서 민주국가라는 데 그런 게 있었는지 모르겠음.

 

"노인이며 아줌마들이 저놈들 배부르니까 저 지랄병을 한다고 비난하더라고요."

언론의 보도에 의해 버스기사들 급여가 280만 원으로 알려져 있을 때였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선 기사들의 급여가 320만 원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는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시민들의 홀대를 감내해야 했다.

 

 

 

항상 생각하는게 선진국은 언론으로 대중의 의견이 이슈화되서 그걸 정책으로 만들도록 정부를 강제로 밀어붙인다던데, 그럼 언론이 짱 아닌가? ㅋㅋ 대중 의견이라며 지가 하고 싶은 말 아무거나 쓰면 되지.

 

2014년 5월 27일, 이른 아침부터 문자와 SNS를 통해 또 한 명의 해고노동자의 고공농성 소식이 들려왔다. 구미에 있는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가 가동이 중단된 공장 안의 45미터 굴뚝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증단되었다고 오타가 났더라. 이런 건 편집자가 좀 신경써서 체크했으면 좋았을 것을. 중요한 장면인데 오타로 집중력이 확 식었다.

 

"시민 여러분 저희는 기륭전자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2005년 문자해고 잡담해고 등 무자비한 해고와 차별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몽땅 해고했습니다. 당시 노동부도 검찰도 회사가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고용했다고 인정했습니다. (...) 하지만 해고당한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잡담해고는 뭐임;? 직장에서 입 열면 해고시키겠다는 건가?

 

평소에 조합원들은 컵라면과 김치로 먹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연대 오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밥과 반찬을 챙겨서 먹이려고 했다. 일일주점과 행사 뒤풀이가 있을 때면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고 고마웠던 이들을 초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오지랖'으로 온 10년이기도 했다.

회의는 샛길로 빠졌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밥상을 차려 또 한바탕 소란스런 시간을 보내고서야 다시 회의가 시작된다.

(...) 소수의 인원으로 투쟁했던 2010년 합의 당시 이야기가 길어지자 결국 한 조합원이 뛰쳐나가버린다. 투쟁 10년 토론회 영상과 사진 촬영 작업을 위해 와있던 한범승 씨와 정택용 씨가 촬영은 어떡하냐며 난색을 표한다.

"괜찮아. 근처 아울렛 가서 쉬다가 다시 올 거야."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쯤 지나자 나갔던 조합원이 슬그머니 다시 들어와 앉는다. 다른 조합원들은 모르는 척 회의에 집중한다. 그렇게 함께 투쟁하며 사랑하고 싸우며 보낸 애증의 10년이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거의 한 장 분량을 옮겨 적었다. 이런 게 바로 성숙한 동료애지.

 

익명의 제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만들었다는 '대외비' 문건을 공개하며 "유성기업을 놓고 청와대부터 국정원, 경총, 경찰, 노동부에 이르기까지 유관기관이 대응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6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은 위원은 "창조컨설팅이 관여한 10여 개의 노사 분규가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끝나 의심하고 있던 차에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자료를 받았다"며 "(노사 분규 보고를) 정기적으로 매주 한 번 받았던 인물 이름이 청와대 아무개 국장, 경찰청 누구, 국정원 누구까지 다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주X민이 뭐라고 지껄일지 궁금해서 끝까지 전부 읽었는데, 김X민과 주X민이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이 나온다. 앞으로 벌어질 여성차별 발언을 범인들이 미리 예견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운동권들과 같이 놀았던 적이 있는 내 견해론 아무리 진보단체라고 해도 여성차별에 대해선 디른 견해를 가지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서 고르는 게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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