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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사랑에 휘청여도 배는 고프다

밤하늘

별도 반짝이고 달도 일렁이기에
마냥 반짝이는 밤하늘인줄만 알았지.

별 따라 달 따라 앞으로만 가면
마냥 반짝이는 밤하늘일줄만 알았지.

누가 알았겠어.
갑자기 땅바닥에 닿을 줄이야.

누가 또 알았겠어.
갑자기 머리를 박을 줄이야.

별도 반짝이고 달도 일렁이던 그 예쁜 밤하늘이
고작 호수인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일단 이 책은 인디서점에서 산 책이므로 알라딘 같은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책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강릉에 분수공원이라고, 큰 광장을 기대하고 가보면 큰 실망을 하게 되는(...) 아파트 도심 사이의 조그만 놀이터가 있다. 거기서 큰 길을 건너가면 해장국집이라던가 커피집이 모여 있는 상점가가 나온다. 거기에서 맨 구석 빌라가 있는 곳으로 가면 깨북이라고 아주 작은 서점이 있다. 오후 2시에 여니 조조영화 한 편 보고 해장국집에서 돼지국밥 먹고 들르면 되겠다. 그 주변에 북카페나 선인장카페도 있는데, 나름대로 좋은 가게 같았다. 아무튼 깨북은 매우 작은 규모인데다가, 내가 갔을 때는 직원들로 보이는 세네명이 큰 원탁 테이블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어서 복작복작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디자인도 겸해서 장사를 하고 계신다나. 아무튼 이 책을 하나 사니 꽤 여러 개를 챙겨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깨를 담은 병을 하나 주시는 게 가장 특이했다. 무언가를 더 못 주셔서 미안해하시는 주인장님을 보면서, 조만간 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를 보면서 큰 교훈을 얻었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극단적으로 어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심리를 왠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고난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절머리나게 그 안에 오래 있었으므로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듯하다. 박소란의 심장에 가까운 말에서도 어둠에서 벗어나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화자가 등장하지만, 이렇게 절절히 보여주는 건 안승현만의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시의 주제는 사실 이미 다른 대중음악들에서도 흔히 쓰이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도 헤어진 후면 하물며 술이라도 섭취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배고픔은 무척 생리적인 상황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연애의 경험이 많아질수록(그렇다고 스킬이 늘어나는 건 아니더라.) 위장의 꼬르륵 보채는 소리가 방구소리만큼 커지면서 더 잘 의식되더라. 하지만 받는 사랑이 부족하다 생각하기에 더더욱 배가 고픈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배고프다면 우리는 기운이 없어서 계속 무언가에게 사랑을 주기가 부족한 게 아닐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만히 보면 시의 레벨은 정말 낮은 편인데, 이 분이 시의 제목을 아주 잘 뽑는다. 그것도 사랑 시만. 이별에 노련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라니. 음표를 붙이면 70~80년대 디스코 음악 정도는 훌륭하게 뽑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에 휘청여도 배는 고프다 중 명시

->http://vasura135.blog.me/22107833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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