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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자장가

별이 떨어지지 않도록

창문이 개울처럼 출렁이지 않도록

늑대가 심장에 들어서지 않도록

머릿속에 코일이 엉키지 않도록

애인의 꿈에 악마가 찾아가지 않도록

우리들의 달이 썩지 않도록

달링, 눈을 감아요 울음을 그쳐요

 

 

 

 

 

그러고보면 엄마가 들려준 자장가가 섬집아기였는데 그 노래의 에피소드가 겁나 험난했었다.

 

이미 블로그에 상세히 올린 듯하니 다시 그 가사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자장가로 부를 노래는 잘 선택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머니는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동산 뒷동산에도 있는데 왜 하필 그 곡을 택하셨을까.

 

 

보통 동시나 동화책을 쓰는 사람이 자서전이라던가 펑전이라던가에 유년에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연을 쓰기는 한다. 그 다양한 표현 중에서도 일반 시집으로 드러내는 형태가 가장 각별하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동시나 동화책도 시와 굉장히 비슷한데 그 똑같은 형식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니 낯설어지는 듯하다. 확실히 꽃밭으로 들어가 몰래 자위하는 여자애들 이야기는 동화로 쓸 수가 없겠지(...) 이 시는 동시나 동화책으로 쓸 수 없는 줄거리들을 표현해냈다 할 수 있겠다. 하긴 간호사로 일하면서 병든 환자들을 많이 접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적이고 아이들을 위한 시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특별한 사명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시집에서는 연애부터 자연환경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둡고 대부분 소녀의 잔혹한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아버지는 그 자신의 문제에 방황하느라 소녀의 정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는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언니들은 질투에 휩싸여 그녀에게 시체놀이를 할 것을 강요하며 괴롭힌다. 일단 평온하게 가난한 사람의 복지를 논의하기에는 절대 무리인 절박한 상황이다. 이는 설령 교실에 태양이 들어오더라도 자신에게는 미치지 못한다는 구절을 통해 충분히 표현되고 있다. 궁극적인 복지로 인해 하루 세 끼 식사는 물론이고 그녀의 꿈과 영혼을 지켜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다. 내가 어렸을 때 나와 주변의 여자애들이 겪었던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갓건배같이 세상에 분노한 여성이 있는가 하면, 갓건배에게 분노하여 남성이라는 기득권층에게 아첨하기 위해 갓건배 죽이러 가기 퍼포먼스를 하는 여성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이해하고 화해할 줄은 모른다. 그들이 서로 비슷한 일을 겪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발악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자장가는 왜 그렇게 슬프고 비뚤어져 있는가. 이 운명은 어디서부터 부수고 가루로 만들어야 해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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