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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비너스에게


비너스에게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청소년소설
지은이 권하은 (자음과모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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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뼛속까지 이해한 뒤에야 시작되는 사랑이라니,
그런게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아마 봄이나 여름날 토요일날 신공에 가보면 그런 모임을 간혹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데, 그 중 한 절반정도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입고 다니는 모임. 대부분은 젊은 10대들의 모임이지만 간혹 30대와 40대들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을 통솔하고 다니지는 않으며 그들을 돕는 선에서 그친다. 왜냐하면 그 모임의 주인공들은 바로 10대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먹밥을 어떻게든 뺏어 먹으려는 인근 노동자들과 사투(?)를 벌여가며 상담을 하고, 성교육을 하고, 재미있는 공연도 벌인다. 이들은 10대 레즈비언, 즉 '띵'들이다.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모임의 이름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 이 외에도 수많은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모임이 수두룩하다. 온라인에서 채팅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모임이 있는가하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하고, 미국의 자부심 걷기대회처럼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에 참가하기도 한다. 가입을 하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타 아직 비밀스런 요소들이 있지만 일단 인터넷에서 마음이 맞아서 모인 그들이 밖으로 나가서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스로 사랑과 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탐구하고 지식을 공유한다. 10대의 '자발적인' 성매매는 뉴스거리가 되는데, 어째서 그들은 뉴스에 나오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이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다. 같은 학교 남학생 선배를 짝사랑한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뿐이다. '띵'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도 않고 물론 그들의 활약도 등장하지 않다. 가벼운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다닐 뿐이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까지나 그 남자아이의 개인적인 시점으로 진행된다. 결국 다른 좋은 남자를 사귀게 되었지만, 그 관계는 매우 비밀스럽다. 왜 그들은 숨어 살아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동성애자들의 결혼도 허가받지 못하며, 재산상속이라던가, 심지어 군대에 입대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고, 동물이나 물건이 아닌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들은 이런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동성애자보다도 더 '이상한' 이성애자들에게 피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갖가지 피해가 그저 넌지시 제시될 뿐, 허무하리만큼 깔끔하게 넘어간다. "그저 싸이코 한 명 만났을 뿐이야." 어찌보면 신랄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관계는 적대적인 세상으로 인해 상처받는 동성애자들에게 주는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10대 동성애자들에게 손사래치는 어른들은 그들이 아직 철들지 않아서, 혹은 사랑을 몰라서, 혹은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서 동성애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힘든 사랑을(혹은 이성애자 친구들보다 더 힘든 사랑을)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띵들이 있다. 요즘 세상에는 실패한 부부관계와 이혼이 얼마나 흔한가. 이 책에는 17살 중학생의 사랑에 대한 고찰이 비너스에게 보내는 편지로 표현되어고 있다.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게 있다. 요즘 동성애자에 대한 망상과 오해를 무럭무럭 키우는 퀴어소설들이 많지만 이 책은 아마도 유일하게 퀴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소설이니 특별히 별 다섯개로 평가하겠다. 한 번 읽어보시길. 아울러 비소설책으로 '열정세대'와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를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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