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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1

 


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1

저자
다테 야스시 지음
출판사
AKNOVEL | 2013-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다테 야스시의 라이트노벨 소설 『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제1권....
가격비교

 

"모르면 배우도록, 그의 발상, 번뜩임은 신의 영역에 이르고 있지. 시청자를 쌈싸먹는 애드리브, 막말과 호통, 공채다운 정통 개그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 두뇌는 저 복룡이나 봉추하고도 비견할 수 있다고. 고유명수로서 언제나 맨 먼저 상큼하게 나서는 그 자태는 쩜오 그 자체. 그야말로 진정한 희극인, 하얀 거성, 악마의 아들... 그게 바로 명수 옹이다."

 

 

 

요새 하도 일본 작가들이 혐한을 작품에 마구 던진다고 해서 기분이 우울했는데

이 책은 무한도전을 극찬하고 있다. 특히 명수옹을.

원작에서 짰는지 아니면 번역가가 짰는진 알 수 없긴 한데 명수형 이거 보고 기분좋아할까 ㅋㅋㅋㅋ

 

 일단 스토리 이전에 세계관(?)을 설명한다면 대충 이렇다. 사람이 죽었다. 그 주변의 산 사람은 계속 죽은 사람을 생각한다. (좋은 만남이던 안 좋은 만남이던 주변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 없고 무덤 속에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충격을 준다.) 그리고 그 산 사람의 생각에 부응하여 죽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자신과 죽은 사람의 생전 관계에 따라 그 귀신이 나타난 이유를 멋대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귀신은 수호령이 되던 원령이 되던 산 사람에게 붙어다니게 되고, 아무리 끼가 있는 영능사라고 하더라도 귀신은 하나 이상 두기 힘들다. 만일 정말 드물게라도 그 원령이 여러 마리 붙어다니고 그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면 원귀가 된다.

 이 책이 예능을 가장한 만담으로 덮고 있지만 언뜻 보면 참 끔찍한 일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면 저 세상에서 편히 쉬었을 영이 다른 사람이 멋대로 생각한 것으로 인해 지상에 소환되었고, 그 영에게 멋대로 '자신을 저주하라'라고 말을 걸어 원령으로 만들다니. 

 

 

 

 

실로 하늘이 무섭지 않은 것 같은 그 사람이 바로 이 깜찍한 주인공 우도 루리이다.

 

 어찌 보면 그녀에게 그가 꼭 필요한 게 이해가 된다. 자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 누구보다도 센 원령이 되어 자신을 해치려 하고 있으니, 기분 전환으로 사람과 농담따먹기하려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게 귀엽기도 하고. 눈이 부리부리하지만 단호하지 못하고 성격좋고 만개 로리로리 천국을 좋아하는(어째 토라도라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콘노 타카미가 말려드는 것도 어쩔 수 없지.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이 들렸던 소설이었고, 나도 그 독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한다. 예컨대 왜 루리의 과거가 그렇게 빨리 돌직구로 등장하는 거냐. 주인공 과거는 단순하고 루리의 단짝친구 스이의 등장도 적절하니 그건 넘어간다 치고, 애초에 두번째 에피소드가 너무 우울했던 차란 말이다. 분위기를 좀 풀려고 하는 찰나에 루리의 이야기까지 섞이니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때문에 감당이 안 된다고. 작가가 유명해지려고 일부러 의도했으면 안타깝게도 판단 미스. 의식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질렀다면 참으로 불친절한 센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가가 엄청나게 커버해줘서 무사히 소설의 진미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요행이었다. 이 소설의 번역가는 김지연인데, 라이트노벨 번역은 처음이라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책과 콩나무 출판사의 일본동화를 주로 번역했던가보다. 책과 콩나무 출판사 카페와는 나도 조금 인연이 있고 번역가 이름도 왠지 낯설지 않은게, 참 멀리 돌아서 만났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꽤 본인에겐 꽤 인상깊었던 소설이라 리뷰를 좀 길게 써버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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