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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저자
최규석 지음
출판사
길찾기 | 2009-08-10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치킨집 간판에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닭다리를 들고 활짝 웃고 ...
가격비교

 

둘리야!

이제 제발 네 걱정만 하고 살아!

더 이상... 명랑만화가 아니잖니!

 

 

 

최규석의 만화는 보통 이 법칙을 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규석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미성숙의 느낌이라고 할까... 순박하고 투박한 느낌이 나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고 할까. 특히 아직 뎃셍티가 남아있는 그 그림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습지생태보고서같은 만화를 보면 개구진 캐릭터 얼굴의 완성도는 마음에 쏙 들지만 동선에 방해가 되는 잔가지들을 많이 지워낸 티가 나서 좀 아쉽다.) 열린엔딩만 빼면 그렇게 내용이 복잡하지도 않아서 일반인들도 간단히 보기에 좋다.

 예를 들어서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단편 <공룡 둘리>가 그 예이다.

 

 

 

표지를 보고 뿜을 수는 있겠지만 (...)

내용을 보면 단순한 동심파괴로 치부할 수도 없는 게 이 만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예전에 짱구를 그리던 만화가가 등산하다가 사망한 이후로 짱구만화의 결말이라던가 짱구가 어른이 된다는 내용의 만화도 여러가지 나왔던 적이 있다. 이 만화도 비슷한 테마를 취해 내용을 전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어른의 씁쓸한 세계만을 다룬 만화가 아니다.

 중요한 건 둘리가 공장 노동자로 취직해서 일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구해주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공장 노동자로 취직했다. 하지만 둘리같이 확실한 신분증명이 안 되는 사람들은 온갖 차별을 받았고, 공장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서 다쳐도 그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고길동 이후의 고씨 인간들. 기세 좋게 둘리 일행을 발로 걷어차고 몇 번이나 쫓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슬쩍 불쌍한 마음이 들어 다시 한 번 돌아서는 고길동은 이 만화 안에선 죽은 인물이다. 사실 희동도 고길동의 아들이 아니며, 미국으로 간 그의 친척의 아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다. 엄마아빠를 거의 못 보다시피 자라서 그런지, 그나마 그를 돌봐주던 둘리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서 그런지, 희동은 가슴 속의 울화를 폭력으로 풀게 된다. 반면 고길동의 아들로 애니메이션에도 그닥 비중이 없던 철수는 둘리 일행 쫓아내기 프로젝트를 오래 전부터 세워뒀으며, 도우너를 과학자에게 팜으로서 그 끔찍한 소망을 모두 이루게 된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라 할 수 있겠다.) 원작에서도 고길동을 호구로 아는 불량배 캐릭터로 만들려다가 검열 때문에 심심한 캐릭터로 등장했다고 하니, 원작의 소원을 충족시켰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만화 말고도 촌절살인의 유머와 웃지 못할 현실이 적절히 섞인 단편들이 많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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