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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동네 서점

"그런데, 여기서는 원래 사려던 것도 아닌 책을 늘 두세 권씩 사게 되네요. 하하하."

 

 

 

예전에 백수 3개월 생활했을 때 어느 동네 서점에서 일하려 한 적이 있다. 확실하게 거절당했다.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도 미혼의.

 

 결혼하면 그만두고(어차피 내가 그만 안둬도 자기들이 막 해고할 거면서), 힘들다고 질질 짜고, 최저시급 정확히 따지고 들고, 섹드립만 했다하면 씍씍대는 여자이니까.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대기업 서점에 이력서를 냈다. 취직해서 잘 지내고 있다. 물론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는다 욕먹고 기타 갖은 수모를 당하지만 어쨌던 입사지원 때 여자란 이유로 면접부터 거절당하진 않았다. 처음엔 그 동네 서점에도 라노벨 알아보러 좀 다녔는데 지금은 발길을 끊었다. 이유 없이, 그냥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원인은 있었다. 동네 서점이라. 동네 도서관도 그렇듯이 난 동네 서점을 좋지 않게 본다. 아니, 더 안 좋게 본다. 그들은 이윤까지 따지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나 알라딘이 대기업이라 욕먹지만 그들이 낫기도 하다. 슈발 있는 욕 없는 욕 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차별없는 취직을 시켜주잖어.

 

 

 

일단 단점부터 까고 시작하겠다.

 

 아무리 장사에 잇쇼겐메이를 강조하는 일본이라지만 서점에서 책 파는 거 가지고 카리스마라니 무슨 곰방대 피는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여성에게도 카리스마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저자는 전혀 책 파는 여성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알라딘 관계자도 지적했지만 그 외의 편협한 의견이 너무나 많다. 서점은 문화공간이 아니라는 둥, SNS로 자신의 서점이 취직하기엔 일이 너무 많아 별로라 하는 서점직원들의 지적이 짜증난다는 둥. 한 마디로 그가 마초이자 꼰대라는 데서 이 서적은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꼬우면 자신도 SNS를 하며 적극적으로 서점의 인터넷 홍보를 전개하면 된다. 그깟 자존심 때문에 트렌드를 거부하다니 분명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마이너스이다.

 역시 여기서도 열정페이가 문제다. 서점직원에게 서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로봇을 만들어주게 한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자신이 로봇 만드는 법을 직접 연구해서 만들어주는 방법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단 말인가? 그리고 가능한 한 정직원으로 사원을 뽑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서점 일이 어렵더라도, 하물며 '커피 값을 줄이더라도' 직원의 임금에 대해 신경을 써준다면 직원들이 SNS에서까지 불평을 했을까? 서점 직원이라면 서점에 들어오는 모든 신간에 대해 파악을 해야 하는 건 맞다. 특히 서점에서 강조하는 책이라면 예의주시를 해야지. 하지만 노동을 집까지 끌고 들어온다는 문제도 분명히 있다. 오버워킹과 과로사는 최근 노사 모두가 걱정하고 신경쓰는 문제인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고 젊은이들만 탓하고 있으니 정말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과 서적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글쎄, 반경 3미터 정도는 거리를 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귀하다. 나도 아무 지식없이 서점직원 일에 뛰어들었다가 잡지도 제대로 반품 못해서 출판사 직원들에게 한소리 많이 들었고, 매장을 청결하게 가꾸면서 내 방식대로 진열하는 방법을 너무 힘들게 연구했다. 이 책은 내가 몸과 정신에 상처입고 치받아가며 공부했던 걸 굉장히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어디서 서점일에 대해 제대로 배우기 힘든 상황에 처한 서점 직원은 의외로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서점 직원이란 직업을 미화하는 책이 많은 게 현실이고... 적어도 이 책을 접하면 서점 직원들에게 막말하고 편견을 뒤집어 쓴 채 접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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