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ligion&Development

숨쉬듯 가볍게

자신의 성공담을 가지고 자기처럼 성공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스승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한 수집품을 모으는 사람일 뿐입니다.

 

 

 

결국 기질은 타고 났으니 어딜 가서도 남은 이런 취급을 받지만 나는 저런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성인이 되었을 때서야 알게 되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남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것밖에 없다. 물론, 내가 변한다고 해서 남이나 환경이 변화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면 버리는 게 좋다. 물론,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질 때는 그냥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게 좋다. 하지만 만약 그 장소가 돈을 버는 곳이라면 그냥 말을 섞지 마라. 침묵하고 무시하기만 해도 그 환경을 반 정도는 벗어날 수 있다. 대신 누가 무슨 말을 걸면 그 말에 귀를 기울일 것. 이 책의 핵심은 그거다. 솔직히 난 다 겪어본 일이라서 그냥 호흡명상에만 집중해서 책을 보고 나머지는 다 패스했다.

 

 5년 만난 사람이 인연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 당했다는 느낌이 났지만 두마디 하고 풀었다. 솔직히 한마디면 끝낼 일이었지만(...) 그리고 어떤 사람과 진정으로 같이 살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을 찼는데, 그 사람이 슬픔에 차 있어도 나는 위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일을 겪을 때 유산소 운동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호흡명상같은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고 본다. 세상의 좋은 점이 있는데, 그 좋은 점이 너무 약하거나 어떤 사람들이 그 점을 보지 못하니 이끌어내는 게 진보이지 않을까? 진정한 인생선배는 자신의 실패를 이야기하지도 않고,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선 소크라테스가 참으로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물건 판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고객이 진정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물건이 있는 위치를 말해주면 끝인 것이다. 더 이상의 말은 잔소리가 된다. 이제까지 자기계발의 한계였던 꼰대성을 탈피하려는 데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세상엔 학대 말고도 심리전문가에게 반드시 상담을 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성희롱같은 건 가해자를 찾아가서 소통하기가 몹시 힘든 일이고 특히 재현할수록 악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인사이드 무비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가 당하는 부당한 일들은 대부분 정치사회와 관련되어 있어서 개인이 해결하기 힘들다. 정 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면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의 유명한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의견도 제시되는 판이다. 절대 혼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책이 유행하다니, 아무리 개인성을 강조하는 시대이고 혼밥혼술이 판을 친다 해도 이건 아니다.

 이루려 했는데 이루지 못한 일을 죽음명상으로 떠올리라는 말을 듣고 사과를 떠올렸다. 확실히 연애경력을 떠올릴 때 나와 이전에 연애했던 애들을 남녀노소 모두 내가 차버렸다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있는지라, 뭔가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기분이 든달까. 근데 이건 뭘 얻는다기보다는 버리는 데에 더 가까운 거 같기도 하다. 그 외에 뭔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애초에 이루지 못할 때 모든 미련을 다 내팽개치기 때문이다.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도 하다.

 제발 이 책이 정신분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책은 자기계발이다. 이 책을 읽고 심리적이라고 떠벌리는 건 무식을 공공연하게 만천하에 드러내는 짓이며 마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를 보고 와 자본론 봤다라고 하는거랑 비슷하달까 그런 것이다. 이 책을 보고나서 정신분석에 흥미를 느끼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적들을 본다면 좋다. 그러나 이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말해두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책 중 주역 하나라도 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냥 시간낭비한 거다. (다행이랄지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의 정보를 본문에서 상세히 나열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 정신분석을 뭉개버린 데 지나지 않으니 제발 여기에서 나오는 그대로 어디다 얘기하고 다니지 마라.

'Religion&Develop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축일기  (0) 2016.11.09
동네 서점  (0) 2016.10.28
대통령과 종교  (0) 2016.08.26
경향잡지 2016년 1월호  (0) 2016.01.12
경향잡지 2015년 12월호  (0) 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