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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죠?"
그(도모히로 유이치)는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토쿠니 이미와 나이!

 

 2000년 초기 애니메이션 중에서 코코로 도서관이라는 작품이 있다. 아주 외진 산골짜기에다가 도서관을 지어서 여성 3명이 같이 꾸려나가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동네도서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같은 사람이 동네도서관을 짓고 싶다니, 모두가 배를 잡고 웃을 만한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나는 코코로 도서관 애니메이션과 이후로도 드라마라거나 일본의 여러 이야기에서 동네도서관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남모르게 그런 꿈을 키워 왔었다. 확실히 동네서점이 책을 팔아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직접적인 면에서 훨씬 더 효율성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동네도서관도 그런 몇몇 문고들을 소개하고 있고, 우리 독서모임도 대게 신간을 다루다보니 '동네서점이 아닌 그냥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읽어온다. 나도 이 책을 읽을 때 중점적으로 찾던 게 세 가지 있었다. 첫번째로 자본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였고, 두번째로 사람을 어떻게 끌어오는가, 세번째로 책을 빌려가면 사람들이 제대로 다시 돌려주느냐였다.

 

 

 

매우 지루한 이야기지만 저 세 성우가 상당히 좋다... ㄷㄷㄷ 사이토 치와 데뷔작에 이치하라 유미, 사와시로 미유키.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은 이 책을 읽으면 얼추 해결된다. 하지만 세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회원들이 추천하는 책들에 대해서 무조건 호의적으로 대하는 저자의 자세였다. 개미같이 성실한 회사원 자세가 동네도서관을 꾸릴 때도 그대로 배어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최대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을 존중하는 정신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회원을 10명 내외로 꾸리는 데 강조점을 두는 걸 보건대, 저자는 신뢰를 퍽이나 강조하는 것 같다. 책을 빌려가면 반드시 돌려줄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이번 독서모임에서 김도인이라는 사람의 책을 추천했던 사람이 생각났다. 김도인이라니. 이름도 수상쩍다 생각해서 도무지 살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 동네도서관 책을 보니 뭔가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제 눈 딱 감고 책을 샀다. 표지를 한참 보다가 이 김도인이란 사람이 지대넓얉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어도 수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만일 동네도서관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선입견 낀 눈으로 큰 오해를 할 뻔했다.

 

 동네도서관에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마이크로 라이브러리라서 지역 외나 국가 밖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예 외국인들을 초청하는 동네도서관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째 외국인들을 일본의 분위기에 적응시키려 하는 것 같고... 요새 이 동네도서관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오사카가 혐한 분위기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듯하다. 초밥집이 한국 사람을 업신여기고 전철도 그렇고 여행을 갔다가 일본 사람에게 얻어맞은 관광객도 있다고 한다. 동네와 국가의 단결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지만 내부 사람들이 외부 사람들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게 동네도서관의 다음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도서관은 저자가 말했듯이 만남의 장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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