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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가난의 시대

뉴스를 딱 들으니까 시청 앞에 한 600명의 엄마들이 애들 업고 모였어요. 또 지금처럼 호화로운 플래카드가 아니야. 기저귀감에다가 "우리는 못 나가. 못 살아도 여기서 살아." 이런 식으로 몇 개 써가지고 둘둘 말아서 "서울시장 나와라, 우리 만나라" 하며 소리치고 웅성웅성하니까 방송국이 다 시청 주변에 있었어요. 근처에 동양방송, 동화방송 그리고 KBS가 남산에 있었고, 문화방송이 정동에 있었죠. 그때는 라디오 방송만 있지. 텔레비전 방송이 없었을 때니까. 이날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다 나가버린 거야.

 

 

 

역시 인상적이었던 건 저자가 직접 가난에 맞서 투쟁했던 역사를 적어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가난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부터 잡은 것도 적절했고, 마지막을 설문지에 대한 운동가들의 대답으로 잡은 것도 또한 적절했다. 거의 모든 운동가들의 힘든 점은 역시 '자신도 어려운데 남들까지 챙겨 주어야 한다'와 '현실과 맞서 싸워도 변하는 게 없다'일 것이다. 이 책이 나올 때는 2012년이라서 용산참사가 가장 커다란 일이었기 때문에,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용산참사로 꼽히고 있다. 빈민을 도와주면서 좋았던 기억을 꼽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나는 송전탑 반대 일로 녹색당의 후원을 받고 밀양에 갔을 때 그곳에 사는 할머니가 손을 잡아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데... 운동권에서 일을 오래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역시 사람은 가장 슬프고 끔찍한 일이 강력히 기억에 남는 것일까.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합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역시 박봉과 과로 속에서 자신을 챙기면서 운동을 해나가는 일은 어렵다.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만, 종교계가 기도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투쟁하여 판을 바꿔나갈 운동가도 필요하다. 전철련은 전반적으로 잘해나갔다고 본다. 난 서울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 하숙하게 해달라고 고모에게 무릎꿇고 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숙사 지원을 받았다면 고모와 나는 서로에 대해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대학을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고모와 충돌이 있어서 5년을 다 못 채우고 집을 나와야 했었다. 먹는데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옷을 두고 다니면서 세탁을 할 수 있는 데가 있어야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 때 참으로 내가 살만한 집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집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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