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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마을 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

"아직 주민들의 절반은 냉소적이지만 나머지는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요. 절반이나 말이죠."

 

1. 저자만 말을 많이 안 했으면 참 깔끔했을 책이었다. 정치적 러다이트라니. 7년 전쯤 자꾸 되도 않는 아나키즘을 주장해서 촛불집회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오고 그 다음 다시는 집회 안 갔던 악몽이 새삼 떠오른다. 근데 이 책은 더 지독하다. 개인주의랑 아나키즘을 헷갈리지 말아줘?! 그야말로 아나코 생디칼리즘이 어리둥절할 이야기이다. 이 때부터 전통적인 시골공동체에 대한 동경과 회복을 뭔가 그럴싸한 것으로 포장하고 싶어서 그 이론에 대해서 책 한번 안 읽어보고 주화입마한 티가 확 났다. 뇌피셜이냐? 중2병이냐? 이 책을 읽은 내 혈압은 어쩌란 말인가. 심지어 환경 관련된 책이 재활용 용지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베어낸 나무가 아깝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게다가 제목에서 자신을 전문가라 소개하다니. 책 이름이 길어지면 망한다는데,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그걸 넣었어야 했는가. 엘리트주의와 아나키즘이 합쳐지면 국가의 심판도 받지 않고 설치는 무적의 엘리트가 될 뿐이라는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제멋대로 서울을 빈민 천지의 지역으로 만드는 건 참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요즘 부자들만 농사할 여유가 있으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빈민에 대한 경멸과 두려움과 미움을 도시 그 자체로 착각하면 곤란하지.

 그거야 물론, 나도 사회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 결혼은 해도 아이를 낳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당신이 먹는 음식도 정치다. 달걀이 비싼 이유는 조류성 독감 때문이고 조류성 독감은 4대강의 호수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며(학교에서 안과 관련 질병이 잘 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4대강의 호수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맨 처음으로 삽을 들었다. 그리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이유는 노무현의 자살에 기가 질린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투표를 거부해서 치매에 중풍 걸린 노인네들이 기를 쓰고 1번을 찍는 걸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국가를 부정하더라도 우리는 국가를 벗어날 수 없고 정 벗어나고 싶으면 구글 기업에 붙어라. 그 분들은 섬에다 구글 월드를 세울 생각이더라. 테슬라처럼 사기가 아닐까 싶지만.

 

 2. 진안 진안마을주식회사 마을기업가 강주현 대표를 보면 직접 메주 쑤셔서 간장 만드시던 어느 할머니가 생각난다. 농민이 아니어도 그냥 옛날 분들은 다 만들 줄 아시던데. 그리고 높으신 분들은 왜 자꾸 '하찮고 무식한' 농민들에게 어려운 질문하기를 좋아할까.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해도 될걸. 자기가 기업할 생각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역성을 세계화하는 방법을 쓰면서 치밀하게 팔아볼 수 있게 노오력을 해야지 남들이 우리 역사 우리 생각을 알아줄거야 라고 자위만 하는 건 파멸의 지름길이다.

 

 3. 노원구 마을이 학교다 사업은 슬로건이 잘 되었다는 것 외에 뭐가 성공했는지 잘 모르겠다. 방과후 학교가 구단위로 잘 되었다지만 그건 솔직히 어느 지역에서나 잘 되고 있지 않나...?

 

 4. 홍성군에 면이 홍동면만 있는 게 아닌데 왜 농가 인구는 홍동면만 계산하고 예산은 홍성군 것으로 잡았을까? 지역 이기주의도 아니고 홍성군 예산을 쓰려면 홍성군 내 2개읍 9개면 농가인구 전체를 계산해서 기본소득을 줘야지. 홍동면 빼고 다른 지역에서 농사하는 사람들은 농민도 아니냐? 홍동면 인구가 홍성군의 3.48%라는데 이건 완전히 1% 부자들만 잘 살게 해주는 식의 자본주의 정치랑 다를 게 뭐냐? 각 읍면의 농가인구비율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홍성군 모두에게 50만원씩 기본소득을 주려면 약 80%의 예산이 소모된다고 한다. 리뷰에다가 대놓고 썼으니 이 문구의 무시무시한 사기성을 눈치채는 건 홍성군의 몫이다. 저자 자신이 뿌린 말, 당신이 책임지고 거두시길 바란다. 잘해봐라.

 

 

 

5. 만장일치제라니.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나 갑자기 오와리모노가타리의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나가지 못하는 교실 생각났는데. 모두가 만장일치로 내가 이 마을에서 강제탈퇴되는 걸 찬성할 때까지 아무도 이 사무실에서 나갈 수 없어요! 법대로 하자면서 법정이나 안 가길 바란다. 다수결의 법칙이 왜 안 맞느냐는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 걸로 가정하고 고민해야지, '인간은 욕심이 많으니까'로 대충 퉁치는 건 이제 좀 그만해!

 

 6. 보은 선애빌 생태공동체연구소의 임원은 예전에 녹색당에 있을 때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다. 대뜸 모임에서 혼자 포교를 하시더라. 시골 마을에서 살고 싶다면 원주민이 조금이라도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텃세보다 더 무서운 게 고립과 사이비 종교단체다.

 

 7. 이 책을 보는 것보다는 여기서 소개된 책을 읽는 게 훨씬 낫다. 리뷰를 쓰는 참에 스쳐지나가는 책들을 직접 하나하나 소개하겠다. 

http://vasura135.blog.me/220913628430<-클릭

 

 기타: 항상 어떤 책을 받고 리뷰를 남겨야 할 때는 이 점이 참 곤란하다. 지적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책을 쓴 의도는 좋으나 시작부터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책을 볼 때는 훨씬 난감하다. 하지만 책에서도 나오듯이 이로 인해 무턱대로 농촌과 시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귀농하고 마을을 도리어 망쳐 놓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 사는 동네 다 똑같다. 그냥 공기와 물이 조금 더 좋아질 뿐이지, 먹고 사는 게 전쟁인 건 별로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본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훨씬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 일단 최저임금이 거기서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실 시골에서도 다 적용이 되야 하는데 말이지.

 

 무엇보다 마을주의자들은 여자들에게 연애하니? 결혼해야지! 라는 말부터 안 했음 좋겠다.
 소개팅 시키지 않았음 좋겠다.
 그냥 여자들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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