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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치적으로 또 심리학적으로 이 사건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덴마크 내의 독일 당국이 취한 역할, 즉 베를린으로부터 온 명령에 대해 그들이 명백히 사보타주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치스가 원주민으로부터 공개적 저항을 받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경우이며, 그 결과 이 저항에 노출된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그들 자신은 분명히 민족 전체의 처형을 더 이상 당연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원칙에 기초한 저항과 맞닥뜨리자 그들의 '강인성'은 태양 아래 놓인 버터처럼 녹아내려, 진정한 용기를 몇 차례 조심스럽게 드러낼 수 있기까지 했다.

 

 

 

 

 자꾸 이 책 보고 교회다니냐고 물어보는데 눈 똑바로 뜨고 다녀라 인간들아. 독일 철십자 훈장이잖아. 어딜 봐서 저게 정상적이고 평범한 십자가로 보이냐.

 

1. 이 책에 대해서 방송할 때 '양심'이란 단어를 중심으로 다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책에서 '정의'에 대해 이야기할 거고 그 외에는 다 의미가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어째서 굳이 개인에 대해서 다루려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분명 저건 정치랑 법 이야기인데... 그래도 방송 진행은 진행이니 참고자료 하시라고 '양심' 키워드만 뽑아놓고 정리하긴 했다. 다만 명심해 두라고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한나 아렌트는 철학과 신학에 관심이 많으며 심리학은 공개적으로 싫어한다. 양심과 윤리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싶다면 우리나라의 병역거부와 관련된 저서를 봐라. 그래도 아이히만의 양심보다는 그쪽이 덜 거짓말 같을 것이다.

 

독일의 폴란드 인들은 이미 유대인의 별 대신 특별한 'P'자 표지를 달고 다니도록 이미 강요받았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이미 알듯이 파괴의 과정을 제도화하는 가운데 경찰이 취한 최초의 조치였던 것이다.

 

 

 또한 2차세계대전 때의 공포를 까먹었거나 혹은 그 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후손들이 대놓고 이딴 어리석은 짓을 하지 못하게 책을 쓴 것이라 생각된다(...)

 

2. 이 책으로써 '아이히만을 숭배해요!' 라던가 그가 얌전하고 순순히 앉아서 심판을 받아들였다거나 하는 건 더할나위없는 개소리임이 증명되었다. 당연하지만 미친 놈에겐 미친 재판이 적용되었으며, 아이히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사용하려 했으나 엿같은 이스라엘 스타일에 말려들었다. 처음부터 죽일 작정이면 그냥 죽일 것이지 갖고 노는 방식이 너무 역겨웠다. 그런 의도를 똑바로 알았으면 아이히만은 자살했거나 아님 공개적으로 그들을 비웃었을거라 생각되는데. 결국 악한 사람이 죄를 받는게 아니다. 생각을 안 하는 악한 인간이 죄를 받는거지. 그들을 숭배한다는 녀석들도 참... 눈치코치가 없구나.

3. 그리고 난 한나 아렌트의 말에 일부 찬성하지 않는데, 예를 들면 독일 젊은이들이 분노하면 취업에 장애가 되니까 현실적인 문제들이 주는 부담으로부터 값싼 센티멘털리티로 도망간다는 점. 확실히 그런 인간은 존재하고 내 주위에도 있지만 솔직히 얼마 되진 않고 그들 대부분은 그런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내가 차단시켜서 그러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울분을 장르문학 혹은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나 드라마같은 것에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 스타워즈라던가 에반게리온의 고부갈등도 있지만 한국에서도 노희경 드라마 작가같은 사람이 있다. 단지 일베충같은 사회의 쓰레기덩어리 존재들이 그걸 희석시킬 뿐이지.

4. 또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역시 너무 꼰대적이다. 음의 방정식에선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에게 누명을 씌워 학교에서 추방시키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 때 변호사가 '너희는 왜 법적으로 신고하거나 다른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았니?'라고 꾸중을 했는데, 기가 막힌게 애들이 법적 사항을 모를 건 물론이고 어차피 학교의 상황에선 다른 어른들에게 알려도 '선생님 말 잘 들어야지~'로 무마되었을 거 아닌가? 유태인도 오래전부터 역사적으로 무언가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게 있으니 피해자를 자기 손으로 그들만의 룰로 처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독일 재판이나 국제 재판에선 처형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럼 유태인에 대해 상당한 집착을 보였던 아이히만이 언제든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잖아? 그런 '이야기'를 한나 아렌트는 삐뚤어진 복수로만 바라본다. 나도 유태인은 싫어하지만 법적 재판 어쩌고 하는 대목은 상당히 지루하고 부질없었다. 어차피 미래에는 과학의 힘을 빌어 '여러모로 사형당하는 게 더 나을법한' 신종 처벌이 개발될 수도 있다. 또한 불행하게도 로컬푸드 등으로 국가라던가 공동체가 더욱 굳건해지는 요즘 사회에서 국제형사법은 통과되기 더 요원해져서 어차피 내 인생 내로 제대로 그런 게 만들어지긴 불가능할 듯하다(...) 반기문이 유엔 총장되는 시대인데 뭐...

5. '예루살렘이 새로 만들어지고 폭풍살인한 아이히만을 납치해서 데려오고 유래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입법부는 법 안 만들고 뭐하냐'라는 말을 한다. 그에 대해서 답하자면 간단하다. 입법부를 강화시키면 자본가들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박근혜 대통령 투표율이 20%대로 떨어졌었다. 그래서 지 인기 올린답시고 임시공휴일을 마구 찍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놀고 마트와 관광지의 매출은 는다고 한다. 그럼 마트와 관광지(대체로 지방)의 직원들은? 돈 있는 인간들 휴가 보낼때 병신들 존나 뼈빠지게 일하다 뒤지라는 거다. '최저임금이나 올려 새끼들아ㅗ'라고 해도 이 인간들이 안 올려주는 이유는? 뻔하지 않나. 최저임금 올리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자체를 배배 꼬아놓고 '어쩌라고? 공휴일 찍어내는 게 더 쉽잖아. 매출 올랐으면 됐지 뭘 더 바래 거지들아. 매출 안 오른다고 짤리지나 않으면 다행인 프롤레타리아 놈들 일해서 돈벌어라ㅛ'라고 하면 끝이다. 결국 입법부가 쉬워지면 여러모로 곤란한 부자들 때문에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단 거다. 그 시절부터 자본주의는 튼튼했고, 법을 넘어서 있었다. 두번째로 제노사이드에 대한 국제적 법률은 지지부진한데, 경제에서는 '글로벌', '세계화'라며 잘도 밥쌀 수입이라던가를 때려박고 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미국이 우리나라한테.)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6. 사람을 죽이는건 범죄나 전쟁이나 민간인이 보기엔 똑같다. 세월호에 대해선 매우 소란하면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유독 조용한 이유가 '만일 테러였다면?' 이런 생각 때문이다. 확실히 유태인을 유럽에서 추방시키고 얘네들 고국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 나라를 설정한 뒤 거기 주민들을 다 죽이고 유태인을 들여놓는단 생각은(어차피 결국 유태인까지도 다 죽였으리라 생각하는데) 매우 엽기적이지만 어차피 그것도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라는 데 있어선 다를 바 없다. 결국 궁극적으로 나쁜 건 높으신 분들의 우리같은 미천한 개미들은 알 수가 없는 그 깊은 생각이다. 살인범죄가 전쟁의 살인행위를 방해했다니. 마치 전쟁을 스포츠 경기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뭐 남자가 여자 꼬시는 걸 헌팅이라고 하지. 여자를 사냥감 보듯, 데이트를 스포츠 경기하듯.

7. 엽기적인 걸 하나 더 추가하자면 유태인들의 살상동조행위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주장에 의하면 이왕지사 미친 놈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 잡종 유태인 혹은 무식한 유태인들은 다 제거하고 자신들의 유전자만 남기려는 고위직들의 소행이라는데... 여러분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끝까지 아이히만이 계급의 미천함 때문에 뉘른베르크 국제재판소에 가지 못했다는 것과 결합시켜서 계급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뇌만 남겨도 어차피 성격과 영혼은 남길 수 있으니 육체를 아예 없애고 프로그램화하면 우주여행 얼마든지 갈 수 있다던 네버엔딩 유니버스란 책의 글이 자꾸만 생각난다. 남들이 볼 때 다들 역겨운 짓이라고 욕해대면 그쯤에서 좀 그만들 해야지 ㅉㅉ

8. 덴마크가 나치에게 저항 활동을 할 수 있던 이유는 간단하다.
첫번째, 나치가 인종정책을 펼치는데 열등민족이 있는 만큼 우등민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등민족이 바로 덴마크.
두번째, 덴마크는 공산당 활동이 활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덴마크 사람들 등 나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보타주를 하면서 유태인 등의 학살에 저항했다는 거다. 이는 노동에서 이루어지는 불합리한 일까지 포함하여 크게는 인류에 대한 죄도 총파업으로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근데 요즘에는 슬슬 기자도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인데, 이런 식으로 노동하는 인간들이 다 없어져버리면 '인류보완계획'이 일어나도 저항하지 못하고 어떤 국민이 확 줄어들거나 몰살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좌파는 그런 개념없이 '정치도 차라리 알파고가 해줬음 좋겠다' 따위의 말이나 지껄이고 있다. 딱히 과학을 사용하여 우수한 인종만을 남기는 것만도 아니다. 일부 장애인 운동가는 선천적 장애를 가진 부모가 선천적 장애인 아이를 키울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즉, 유전적으로 장애를 만든다는 소리.) 결국 그런 기계를 프로그램하는 프로그래머는 생존하기 마련이며 기계의 스타일은 프로그래머의 인격에 깊게 관여되어 있다. 인간이 아니면 사보타주도 총파업도 못한다. 로봇은 보통 일을 '부탁'하기 위해 만드니까. 근데 건담도 로봇이고 핵폭탄 소리 나오고 인간을 잉여로 만들거나 뉴타입으로 진화시키거나 할 수 있는데 그럼 그 애니메이션은 범죄의 재발 시나리오인가!

 

 

 

이건 여담인데 칸코레에선 전함 비스마르크도 모에화하면서 왜 아이히만은 모에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일베에서 제기되었다. 그에 대한 대답. '전쟁에서 인간을 모에화하면 재미 없다고.' 저 말이 맞다. 어차피 군대와 전쟁은 비인간화가 목적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