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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사기백과사전

"조나라의 귀공자인 당신이 지금 공무에 충실하지 않고 법령을 무시하면 결국 국가의 법령이 무력해지고, 그렇게 되면 제후들이 출병해 침략해올 것입니다. 제후들이 출병해 조나라를 침략하면 당신의 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당신과 같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공무에 충실하고 법을 지켜 모든 백성을 공평하게 대한다면, 나라가 강대해지고 조 씨 정권도 더욱 안정될 것입니다. 당신은 조나라의 귀족으로서 백성들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위의 구절은 다스리는 사람, 즉 보스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인간관계에 대한 대목이 가장 많이 나온다.

 

 천하 사람들이 대체로 시장에서 교역하듯 돈을 보고 교제를 한다는 것, 부귀와 영화를 과시하려 많은 사람들과 교제하지만 속으로는 나쁜 인간이 있다는 것, 좋은 말을 쓰게 듣고 재물을 주고받는 걸 최고로 치는 소인들이 있다는 것 등등. 이 책을 보면 정말 친구를 가려서 사귀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배우자나 동거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머니가 성당의 모임에 나가는 걸 좋아하시는데, 그쪽에서 사귀는 친구 한 분이 암 초기로 판정되셨다고 한다. 무려 지름 30cm 정도의 암덩어리라서 큰 병원을 가야 한다. 몇번 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신경질적인 사람이기도 해서, 고기를 잘 먹지 않는 등 건강을 챙기려 노력하시는 분이었다. 그런 분이 뜻밖에도 그동안 병을 키우고 계셨으니 어머니는 상당히 놀란 듯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또한 인간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는 사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배우자와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어서 납득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인간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라고 어느 페친이 이야기했었다. 나도 사실 공감이 간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애초에 인간관계때문에 병까지 얻느니 차라리 나와 맞는 사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물론 자기수양도 중요할 것이다. 항우처럼 자만하지 않고 유방처럼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되 한신을 끊어낼 때처럼 냉정하게 행동하는 소양을 길러야 한다. 그런 능력도 없다면 혼자 살면서 모든 사람에게 욕을 먹는 게 도둑놈이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자기의 본성을 따르는 것이니 차라리 낫지 않을까? 나는 백로인데 세상 천지에 까마귀 떼 뿐이라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 있는게 종족을 보전하는 길일 것이다. '백로'라는 나의 존재는 손상되지 않기 때문.

 보통 한신은 토사구팽당한 불쌍한 존재로 나오는데, 이 책은 한신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를 떼어내고 한신이 역모를 꾸몄던 부분을 실음으로서 그에 대해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사성어, 명문장, 명문장이 생겨난 배경, 고사성어를 적용시킬만한 역사적 사례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시간적 배치를 아예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봐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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