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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akami Ryu

달빛의 강

 


달빛의 강

저자
무라카미 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1999-06-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실연의 충격으로 자살을 꿈꾸던 도쿄의 한 여자. 우연히 떠난 여...
가격비교

 

쿠바는 결코 인간이 인간에게 응석을 부릴 수 없게 한다.- p. 69

 

 

 

<백조>라는 제목을 고친 건 잘 했는데, 문 리버로 그냥 냅두면 될 걸 굳이 번역해서 피해를 본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까지 꼭 한글말을 따져야겠느냔 말이다.

솔직히 '문 리버'라는 제목과 '달빛의 강'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게 더 재즈 음악과 연관있어 보이는가?

그러면서 본문에서는 <문 리버>라고 하더라.

 

 일단 이 책을 보고 상당히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류의 소설치고는 상당히 구조가 탄탄한(혹은 정상적인) 편이다. 철저히 전혀 연결 안 되는 단편으로 칸막이 치듯 나눠져 있던 그의 예전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시간도 뒤죽박죽이고 인물도 뒤죽박죽이지만 아무튼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장면이 나아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게다가 Walk on the wide side는 작가조차 썼는지 안 썼는지 기억도 못하는 작품이다. 어째 다른 작품들은 한 사건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데 이 단편만 저 멀리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떤 남자가 권태에 빠진 나머지 직장도 내팽개치고 가족들과 호텔에서 '모르는 사람 놀이'를 하며 처음 본 사람 대하듯 한다는 줄거리이다. 여태까지 무라카미 류의 소설내용이 잔인하기는 했어도 무언가 몽롱하고 하얀 안개에 뒤덮여있는 느낌이었는데, 여기선 그의 숨겨져 있던 '비겁한 야성'이 있는대로 드러나있다.

 그리고 <백조>라는 단편소설은 대놓고 레즈비언을 등장시키고 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중에서 레즈비언을 표방하는 소설이 여러개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등장시키기는 처음이다. <매너 하우스>라는 소설에서는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내려 하자 가차없이 그의 잔인함을 벗겨내는 창부가 등장하는데, 무라카미 류 소설의 답답한 분위기와는 달리 속이 뻥 뚫리고 깔끔한 맛이 났다. 닫힌 아파트 문을 하이힐로 쾅쾅 차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생각해보니 그 장면도 쿠바 음악에 잘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라카미 류는 쿠바 음악을 들으면서 이 글을 썼고, 그 음악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글 스타일을 잠시 잃어버린 게 아닐까? 비록 아직도 이 책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경쾌한 쿠바 음악보다는 우울에 빠진 재즈 음악이었지만.

 무라카미 류는 후기에서 다신 단편이나 이런 작품을 쓸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토로했지만, 이런 단편이라면 몇 편 더 연재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느 사랑의 이야기> 단편이 제일 재미있었는데, 음악도 또한 내 스타일이었다. 처음부터 작렬하는 그 베이스라인은 정말 끝내준다.

 

 

 

들어라. 그리고 읽어라.

 

Playlist

http://www.youtube.com/watch?v=K8-9TdKu_1M- 한 20살의 청년이 오피스 레이디와 첫 데이트를 할 때 들려준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aGCEH6hpI-Y- 어떤 여자가 플라티나 목걸이 한 쪽을 보이에게 건네주며 알려준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VwIeFlBHrVg- 쳇 베이커. 노래는 임의로 좋아하는 곡 선출.

http://www.youtube.com/watch?v=XFmb_grwfBg- 쿠바의 댄서들.

 http://www.youtube.com/watch?v=LnLCm2gPysA- 쿠바 댄서랑 바람난 오피스 레이디랑 헤어진 영화감독이 듣는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sdPAVK39qYE- 주인공이 코크 퓨어 브레스를 흡입하고 엔이라는 뉴욕의 어느 창녀와 세크스하면서 들었다는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4P0hG3sD0-E- 영화감독이 오피스 레이디랑 세크스한 장면을 비디오로 편집할 때 삽입했던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4wNknGIKkoA- 마지막 단편의 제목.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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