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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akami Ryu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서울과 부산 등 한국의 대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생각한다. 어째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 자국 요리만으로는 부족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 레스토랑에 가고, 런던 스타일의 펍이나 바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할까. (...) 명동 골목에는 맛있는 노점이 여기저기 있다. 노천 의자에 앉으면 먼저 홍합 국물이 나온다. 나는 오돌뼈와 닭똥집 안주에다 참이슬을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가격은 넷이 먹었는데 4000엔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난 단순노동이 천직일지도 모르는데, 무언가 작은 것들이 바닥에 확 쏟아지거나 아님 유리가 깨져서 파편들이 쏟아지는 등 도저히 빗자루나 청소기를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난 그런 걸 잘 줍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겁을 한다. 귀찮지 않느냐, 손 다치지 않느냐 기타 등등.. 더보기
69 "나카무라, 똥에 사상이 있다고 생각하니?" 하고 내가 물었다. "사상? 똥에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요." "옛날부터 사상범은 일단 헌병이나 고등경찰에서도 특별 취급을 받았어. 사상이 없는 범죄는 그냥 감옥에 처넣어버리지. 거기에 똥 아니냐? 더럽기도 하고, 사상과는 도저히 인연이 없잖아.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아." 잠깐만요, 하고 나카무라는 계단 중간에서 멈추어 섰다. "똥을 싸라고 한 사람은 겐 선배입니다." 울먹이는 표정으로 나카무라는 그렇게 말했다. "똥을 싸라 한다고 똥을 싸는 고등학생이 세상에 어디 있니. 농담을 정말로 들으면 어떡해." 자신을 겐이라 불러달라는 야자키를 둘러싸고 나가사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이 조용한 도시에서 페스티발을 크게 벌이길 꿈꾸고 사람들을 모.. 더보기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 저자 무라카미류 지음 출판사 웅진닷컴 | 2002-12-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무라카미 류 장편소설. 파편화된 현대 가족의 초상을 통해 역설적... "괜찮아요, 회사?" 저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어떻게든 될 거야. 히데요시는 아키코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회사가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는 구조개혁이니, 불량채권의 근본적 해결이니 하는 말들이 매일처럼 나오고 있다. 일주일 정도 전에, 도대체 구조개혁이란 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약한 놈은 죽으라는 거야. 히데요시의 대답이었다.- p. 97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던가.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에 이어 지금까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는 단어이다. 요즘에는 맨얼굴로 뉴스에 내보.. 더보기
교코 교코 저자 무라카미 류 지음 출판사 민음사 | 1997-08-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쿠바인에게 댄스는 일요일 오후 한때를 즐겁게 지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노예나 이민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런 것이다. 그들은 심한 노동으로 걸레처럼 늘어진 몸을 이끌고 초라한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쿠바의 댄스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정당한 피로와 긍지와 희망을 자신의 몸에 되살려내기 위해서 춤을 춘다. 그 때문에 그 스텝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p. 210 무라카미 류는 맨날 이런 쪽의(...) 영화만 만드는 줄 알았던 나. 그런 나에게 교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기는 했다. 교코라는 여자아이는 8살 때부터 호세라는 어떤 미군에게서 춤을.. 더보기
달빛의 강 달빛의 강 저자 무라카미 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1999-06-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실연의 충격으로 자살을 꿈꾸던 도쿄의 한 여자. 우연히 떠난 여... 쿠바는 결코 인간이 인간에게 응석을 부릴 수 없게 한다.- p. 69 라는 제목을 고친 건 잘 했는데, 문 리버로 그냥 냅두면 될 걸 굳이 번역해서 피해를 본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까지 꼭 한글말을 따져야겠느냔 말이다. 솔직히 '문 리버'라는 제목과 '달빛의 강'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게 더 재즈 음악과 연관있어 보이는가? 그러면서 본문에서는 라고 하더라. 일단 이 책을 보고 상당히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류의 소설치고는 상당히 구조가 탄탄한(혹은 정상적인) 편이다. 철저히 전혀 연결 안 되는 단편으로 칸막이 치듯 나눠져 있던 그.. 더보기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저자 무라카미 류 지음 출판사 웅진닷컴 | 2000-05-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연애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 연애라는 것... 뽕짝은 응석과 의존의 노래이다. 뽕짝 같은 연애 따위 절대로 하지 않도록 하자. - p. 72 이 책에서 나오는 질문과 결론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거다. 참고로 무라카미 류가 솔로라는 말은 아니다. 택도 없죠 ㅇㅇ 나를 비롯하여 일본 본국과 해외에 이 분 여자팬들이 얼마나 많은데. 솔직히 내가 생각할 땐 이렇다. 남자들은 허세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누구보다도 내가 잘나보이고, 그래야 궁상맞지 않게 살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여자가 자학하면 어느 정도는 진심으로 처량해보이는데 남자가 자학하면 꼴불견으로.. 더보기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첫날밤둘째날밤그리고마지막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류 (샘터사, 1999년) 상세보기 시금치에 깃들어 있는 마늘 향은 시금치에서가 아니라 접시 너머에서 풍겨 왔다. 향기란 이상한 것이다. 티가 나지 않는 것일수록 어느 기억과 연결되어 버린다.- p. 42~43 위에 나오는 음식은 캐나다산 오말새우와 시금치 그라탕. 쿨 부용(향초 야채와 화이트 와인을 졸여서 만든 것)에 오말새우를 넣고 찐득하고 바삭거릴 정도로 가볍게 삶는다. 시금치는 마늘 향을 첨가하여 버터에 볶는다. 완성된 요리에 달걀 흰자를 얹고 살짝 구워 색깔을 낸다. 중학교 시절 반장이자 시대의 반항아였던 야자키는 커서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부반장을 맡았던 얌전한 성격의 미치코는 커서 제대로 사춘기에 걸린 중학생 아들을 한.. 더보기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달콤한악마가내안으로들어왔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류 (작가정신, 1999년) 상세보기 "쾌락이란 금지되어 있는 것에만 잠복되어 있다, 라는 당연한 말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 곳 요리를 먹으면 말일세."- 코르쥐다르의 밤은 요염하다 p. 16 그의 소설쓰는 형식을 봐서 생활상이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무라카미 류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그의 책에서 소개되는 음식들은 대게 다채로운 편이다. 이탈리아의 음식이라거나 어느 해외의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을 듯한 사치스런 음식들도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삼계탕이나 야구장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핫도그처럼 소박한 음식들도 많이 나온다. 진정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에게서 나올 법한 태도이지 않은가. 음식으로서 자신의 계급.. 더보기
피지의 난쟁이 피지의난쟁이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류 (예음, 1997년) 상세보기 "미국같은 대국이 베트남같은 소국에게 군사개입을 하여 괴롭히는 행위는 참을 수 없었어요." "그렇지 않아." "뭐가 그렇지 않죠?" "너희들은 강력한 조국인 미국이 가난한 소국인 베트남조차도 간단하게 점령할 수 없다는 점에 초조했던 거야." 위의 내용만 보면 "오오미 개념글이네요"라고 칭찬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무라카미 류는 파시즘을 어느 정도 찬양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항시 명시하시길 바란다. 무튼 과는 달리 이 소설은 상당히 몽환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굳이 중요한 부분을 꼽자면 소설 중후반이라 생각한다. 미국에 있는 어떤 공장도시에 갖힌 매저키스트 난쟁이와 여자가 미치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 더보기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사랑과환상의파시즘(상)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류 (지양사, 1989년) 상세보기 사랑과환상의파시즘(하)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류 (지양사, 1989년) 상세보기 1989년도에 쓴 무라카미 류의 정치소설이다. 사실 무라카미 류의 해박한 정치, 사회, 문화적 지식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마 이 책을 읽는다면 그의 소설 전체에서 해박한 지식이 묻어난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으리라. (비록 본인의 정치관과는 의견이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이 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철저한 일본주의자이며 어느 정도는 파시즘 옹호주의자이다.) 이 소설 속 먼치킨 주인공은 자신의 의견을 매우 분명하게 표방하는 인물이다. 오로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