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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나는 지금 꽃이다

가시별

별은
별이 그리워
가시빛으로
반짝인다

밉다
미워

나는
네가 그리워
가시 같은 말로
잠 못 이룬다

 

 

 

확실한 건 난 빨강이라는 청소년 시집을 봤을 땐 이렇게 공무원이 쓴 전형 시 같고 간질간질하고 게다가 어딜 봐도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간 시가 들어있진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자료로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문학작품으로 칠 수 있을지는 약간 회의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시를 올릴 때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놀라웠다. 아무래도 글이 쉽다보니 읽으면서 자신들도 무언가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그런 희망을 주는 점에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문학은 문학을 실천할 수 있게끔 독자를 유도하는 기능도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낼 수 있는 요즘에 훨씬 더 중요해진 능력이라고 본다.

 주로 가난하거나 어딘가 약한 인물들을 가지고 재치있게 시를 쓰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웃기도 하면서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바이다. 요새 나온 청소년시집을 가지고 청소년을 고객층으로 하여 책장사를 하려고 일부러 노린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의 눈초리가 있다. 나는 무슨 수를 쓰던간에 좋은 책이 잘 팔렸으면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만의 이야기를 써서 무언가가 안 되서 죽고만 싶은 그들의 마음을 대신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면 그건 또 얼마나 가치있는 일이겠는가.

 '꿈'이라거나 '별'이라는 키워드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이별이란 단어를 띄우면 '이 별'이 되어 너를 별처럼 지켜보게 된다는 시는 띄어쓰기에 따라 완전히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우리나라의 언어 특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서로 사별한 아빠별과 엄마별을 그리워하는 학생들이 서울과 제주도 간의 거리를 이어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스토리의 시도 감명적으로 읽었다. 이렇게 두 단어가 시에 포함되면 유달리 재치가 빛나고 부드러워지니 이 시집을 읽을 때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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