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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그대 품안으로 16~20권

 


그대 품안으로

저자
키타가와 미유키 지음
출판사
#{for:publisher:1:2}, 그대 품안으로#{/for:publisher} | 2002-11-01 출간
카테고리
그대 품안으로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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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뭘 하기 위해서 태어난 거니?

 


 

 


 

아무래도 리뷰를 쓸 때는 말 안한 것 같은데 15권에서는 이 두 년놈들의 심술이 아주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는다.

그것도 콤비를 짜서 공략하는데, 난 이 둘이 20권이 되도록 엮어지지 않는 게 되려 신기했다.

양동작전에서는 최고의 콤비인데.


 어머니의 부하인 렌은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식어가는 가스미를 임신이라도 시키려고 강제로 덮치다가, 그것도 안 통하자 교코에 대한 가스미의 묘한 질투를 사용해서 애매모호한 말을 하는 등 가스미를 심리적으로 자극해 스스로 지 품안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되도록이면 일반화는 안 하는데, 이건 확실하다. 말을 이상하게 하거나 애매모호하게 하는 놈은 무조건 나쁜 시키다 ㅋㅋㅋ. 사실 그것도 교코가 체외수정을 해서 요시키의 애를 가질 거라는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작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빽이던 아버지 빽이던 그 모든 걸 사용해서 요시키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려고 한다. 그에 대한 요시키 태도는 '아 님 그냥 빨리 날 좀 포기해주세요.' 거의 부처급이다?! 하지만 이 녀석도 결국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자진해서 안기는 데서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한다. 용서해달라며 요시키가 일하는 곳까지 쫓아온 가스미를 자신의 곁에 묶어두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덮치려 하지만, 역시나 그럴만한 용기는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결국 그 모든 게 감당이 안 되니까 요시키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 16권의 가스미.


 그런데 렌에게 강간당하는 16권 너머에서부터 그녀는 되려 점점 강해진다. 그녀도 남자에게 완력으로 제압당하는 상황에 두려워하기도 하고, 요시키에게 그런 모습을 들켰을 때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렌에게 '우리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왜 당당하게 말하지 않고 이런 짓을 하는 거죠?' 같은 말을 하면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요시키는 마지막까지 어머니에 대해서 완강하게 대들지만, 그녀는 요시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해서 표현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이 두 남매에 대한 집착에서 서서히 놓여나기 시작한 건 솔직히 가스미의 공이 컸다. 


 


대부분은 이 커플이 맺어진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둘만 행복하다니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혹은 '도덕관념이 심하게 잘못된게 아닌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난 이 커플이 잘된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20권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낸 이후, 이 작가는 외전 한 편도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결말을 그렇게 쓰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완결방식이다. 확실히 이 만화의 겉모습은 아침드라마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결코 그렇지 않다. 교코는 자본주의 상으로 볼 땐 요시키에게 상당히 이상적인 배우자이다. 고고학에 관심이 있는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 이 커플이자 남매의 어머니는 더 노골적이다. 그녀는 일에 바빠서 가스미의 옆에 자주 있어주지 못하며, 그 죄책감으로 줄곧 그녀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풍족하게 베풀어주었다. 그녀가 남동생인 요시키와 연애하는 '금칙사항'을 저질렀을 때, 그녀는 그들이 그 물질들을 그대로 그녀한테서 빼앗아간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는 노동과 연관이 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옛적부터 칼뱅은 재산을 모으는 게 신의 구원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 특정한 노동을 하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은 보통 '신용'을 얻어야 하며, 그 신용을 얻기 위해선 버려야 할 것이 많다. 금기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은 사무적이지만 그만큼 명확하다. 중세때부터 종교와 자본은 쿵짝이 잘 맞아왔으며, 종교의 냄새가 흐릿해지고 있는 지금도 무직 혹은 비정규직에 대한 마녀사냥은 뚜렷하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자본주의 시절에 의해 행복을 빼앗기고 그에 반대해 금기를 저지르고 행복해지려는 사람들에게서마저 행복을 빼앗으려는 자들에게, 우리는 저 커플을 맡겨야 하는 걸까?

 물론 나도 이 책이 말도 안되는 순정 판타지라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정말 가스미가 강했더라면, 그녀는 요시키를 안정적인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여성에게 넘겨줬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산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미래에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의 리뷰에서 아무도 이런 지적은 하지 않을 것 같으니,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이다.

 어쨌던 모든 인간은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런 점에서 '사랑해'라는 말은 명령어이기도 하다.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