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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GOGO 몬스터

 


GOGO 몬스터

저자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출판사
애니북스 | 2007-07-10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어른이 되면 뇌는 딱딱해져! 순수한 어린 시절, 나에게만 보이...
가격비교

 

이 학교가 너의 상자인 셈이야, 유키.

 


 


 

곧 폐교될 초등학교.

그 학교에서 저 세계에 사는 것들을 보는 아이는 사실 타치바나 유키만이 아니었다.

단지 유키가 3학년이었을 당시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유키 한 명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그가 왕따인 것도 아니다. 상당히 머리가 좋은 선배이나 항상 머리에 상자를 뒤집어 쓰고 토끼 우리 안에 들어가있는 IQ라는 사람과 이따금씩 '매우 비현실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있다. 그리고 정원사 할아버지를 도와서 나무와 꽃을 가꾸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상당한 실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항상 가까이 지내는 '슈퍼스타'가 있다. 


 

 


 

초중고 어느 때던 상관없습니다.

사춘기 시절 혹은 중2병 시절, 당신의 곁에는 항상 공기친구가 있었습니다.

.... 나만 그랬던 거야?


 IQ가 언급한 외계로의 접촉원망이란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길 프로이트 전집을 한 번 더 훑어봐야겠어. 하지만 유키의 이쪽과 저쪽 세계, 그리고 슈퍼스타에 대한 설명을 듣고선 순간 페르미 역설이 떠올랐다. 이탈리아 천재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친구들과의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우주의 나이는 오래 되었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항성이 있다. 인류가 아닌 지적생명체 역시 우주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그 중 몇몇은 지구에 도달했어야 한다. 그 때 엔리코 페르미는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관해선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가설들이 많다. 인간의 방대한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들 뿐이라 아마 인문학도들에게도 상당히 어필될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선 <모두 어디 있지?>라는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아무튼 전학생 마코토가 유키의 이론을 가만히 듣다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상당히 좋은 질문이었다. 아마 유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관이 결국 피해망상으로 전개될 때조차도 마코토만은 제대로 인간으로 보인 거겠지. 

 그는 '그들은 여기 있지만 아직 의사소통이 안 된다.'의 이론을 채택했다. 저쪽 세계에 속한 그것들은 출입금지된 학교 4층에 모여있으며, 철저히 이쪽 세계에 속한 사람을 배척한다. 사실 이쪽과 저쪽 세계는 잘 지내고 있었는데, 저쪽 세계의 보스인 슈퍼스타가 나타난 이후로 저쪽이 이쪽과 대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은 점점 저쪽 세계와 멀어지게 된다. 그에게 강력하게 보이는 슈퍼스타가 그에게 나타날 때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는 저쪽 세계의 것들에게 하모니카를 불어주면서 점점 저쪽 세계에 매달리게 된다.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모두 어디 있지?>라는 책은 잔혹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외계인은 없다'는 가설을 전폭 지지한다. GOGO 몬스터는 유키의 내면이 성장하고 마코토에게 호감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어쩌면 슈퍼스타는 유키 자신의 어두운 내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쪽 세계는 허구였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1학년생들이 집단으로 화장실에서 검은 물체를 봤다고 주장했고, 그 학교에 처음 온 입학생도 수도꼭지에 맺힌 물방울에서 할아버지 얼굴을 보았다. (요괴는 세번 부르면 나타난다. 아니 다섯번인가?) 단지 유키의 관심이 공기친구에서 현실친구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바뀌는 세계가 분명 존재한다.

 

 

 


만화 초반에 상당히 시니컬했던 유키.

 


만화 후반에 자신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어주는 마코토를 뒤돌아보는 유키.

어떤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 어떤 사람과의 관계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