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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고령화 가족

엄마는 왜 흔히 '사리마다'라고 불리는 펑퍼짐한 주부용 속옷이 아니라 주니어용 팬티를 입는 걸까? 혹시 누군가 아직 엄마의 팬티를 봐줄 남자가 있다는 걸까? 그렇다고 쳐도 그게 과연 엄마의 엉덩이에 들어가기나 하는 걸까?

 

 

 

 전남친이 이 작가의 팬이어서 이 책을 들고 대신 천명관 작가의 사인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하나도 몰랐지만 작가 분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굉장히 텁수룩하고 새까만 인상이라서 깜짝 놀랐었다. 더 놀라웠던 건 그 작가가 '내 팬이라고 하는 젊은 여자는 이 분이 처음이다'라면서 자꾸만 나에게 작업을 거셨다는 거다(...) 나는 거기에다가 대놓고 "남친 이름과 제 이름을 같이 써서 싸인해주세요."라고 하였다. 그렇게 쓰면 절대 후회할 거라는 작가분과 맞서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받아쳤다. 사실 작가의 인상이 남성으로서 너무나 내 타입이었고, 남친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실실 웃으면서 그 작가분의 말을 매몰차게 맞받아쳤을까. 그 때는 나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난 어지간히 S 취향이니까.

 그 때의 남자친구와는 5년 사귀고 나서 헤어졌다. 서점직원 일조차 계속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힘든 나날이 되풀이되었다. 그 때 이 책을 읽고나서 그에게 빠져들게 되었고, 최근 악스트 잡지를 보고 나서 더욱더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교보문고 사인회 때 만났던 천명관과 지금의 천명관은 천지차이다. 그 때도 유명인이긴 했지만 지금은 사인회를 가도 손을 잡기는 커녕(손이 상당히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어졌다는 데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오함마에서 나는 천명관 씨를 떠올린다. 집에서 틀어박혀서 방귀를 뀌고 조카의 팬티를 훔치는 그의 모습은 친숙하다 못해 더할 나위 없이 동네 아저씨같지만, 얼마든지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 무궁무진한 남자. 언제나 나에게 걸려드는 이성은 있다. 하지만 마구 괴롭히면서 무신경하고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그가 멋있어 보일 때면 항상 때가 늦는다. 그는 남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그도 서로 만날 수도 없는 저 멀리에 각각 떨어져 있다. 후회해도 늦는 일이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과 캐서린처럼 다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인생은 또 그렇게 흘러간다.

 팬티 사건 다음으로 음식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계란을 안 넣은 삼양라면을 좋아하는 건 작가 본인의 취향일까, 아님 다른 사람의 취향일까. 나도 삼양라면 상당히 좋아하는데 말이다. 계란은 넣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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