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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거리의 법칙


거리의법칙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문학선
지은이 러셀 뱅크스 (민음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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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보는 와중에서도 밥 먹으면서, 버스 타면서 꼬박꼬박 몇 페이지씩 넘겨준 책이다. 다음 시험때까지 어느정도 기간이 남아있는 오늘 제대로 주행해서 겨우겨우 책을 다 읽었다. 이 후기도 사실은 학원까지 빼먹은 채 쓰는 중이다. 다른 사정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열성을 보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본인은 소년의 모험기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의 전반적인 전개가 특히 맘에 들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처럼 감성이 섬세한 이야기와는 또 다른 맛이다. 이야기의 장소가 미국으로 바뀌던 자메이카로 바뀌던 차갑고 신랄한 분위기가 전반적이다. 본은 자신의 불행한 이야기를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쿨하게 털어놓듯 이야기하고 있다. 자메이카에서 아편 팔다가 총 맞아 죽은 본의 정신적 지주 이야기가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국가의 차이일까? 뭐 두꺼웠긴 했지만 사실상 이 전에 <B급 좌파>라는 두꺼운 비소설책을 보기도 했고, 역시 어마어마한 양의 비소설책인 <히틀러>를 보기도 한 탓에 이 책을 넘기는 일은 더없이 수월했다. (사실상 끝까지 못 읽을 것 같아서 연체상태로 내버려두고 나중에 다시 집기로 했지만...)

 

 원제는 주인공이 스스로 설정한 자신의 이름, 본을 토대로 했다. 바로 '본의 법칙'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너무나 어린 탓에,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없는 탓에(...) '본의 법칙'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중후반까지도 등장하질 않는다. 친구와 살았던 집을 모조리 파괴해버리는 본의 모습은 물론, 자메이카에서 마리화나를 수확하는 이야기마저도 어쩐지 처절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살던 곳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 그 곳을 떠나지만, 다른 나라에서조차 백인이라는 이유로 경계를 당하는 것이다. 본은 자메이카에서 매우 행복했다고 말하지만, 이 곳에서든 저 곳에서든 자신의 자아를 찾지 못하는 상황은 결국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꿋꿋이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자아를 찾아내기 위해서 나름대로 머리를 쓰면서 노력한다. 러셀 뱅크스라는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자신의 떠돌이 생활을 본의 생활 속에서 그대로 담아낸 느낌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생생한 이야기와 독특한(?) 대처방법을 담담히 털어낼 수 없을 테니까. 남의 이야기를 하는 어투보다는 왠지 '모든 게 지나갔다'라는 식의 담담한 어투였다. 그 점이 나를 특히 감동시켰다.

 

 비록 본의 성적 성장기는 여자로서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전개였다만, 언제나 소년의 모험담은 재미있다. 그것이 올리버이든, 찰스이던, 홀든이던간에 말이다. 아마도 그 작품 속에서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하는 그들의 눈이 언제나 별처럼 세상을 비추며 어른들이 감추려는 추태를 파헤치고서는 저희들끼리 킬킬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본 같은 아이들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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