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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율리시스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문학선
지은이 제임스 조이스 (생각의나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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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보면 첫번째로 놀라게 되는 건 1000장이 넘는 그 엄청난 두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조이스가 이 책을 쓰는데 들인 시간은 거의 4~5년 남짓, 그리고 소설 속 시간은 단지 6월 16일 하루뿐. 그리고 두번째로 서문에 쓰여진, 야심에 빛나는 작가의 자신감과 오만함이 충만한 그 한마디.
"나는『율리시스』 속에 굉장히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추어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영국의 수많은 교수들이 이 책 때문에 대학 울타리 속에 갖혀 평생을 도서관만 들락거리는 풍경이 그야말로 눈에 선하지 않은가.
아마도 그들에게 이 책은 애증의 대상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번째로 그의 풍부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이 책에 있는 것들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성경과 성경에 대한 풍자와 율리시스와 오디세우스와 변신이야기와 블레이크와 밀턴과 테니슨과 셰익스피어의 일생과 햄릿과 스코틀랜드-영국 사이에 끼어있는 아일랜드 역사와 유태인에 관한 온갖 우스갯소리와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사생활과 당시 유명했던 여러 시인과 과학자들과 연극과 아일랜드 민요 등의 온갖 노래를 여러 등장인물들의 무궁한 정신세계와 섞어 책 하나로 정리한 것이다.
대충 상상이 가는가?
사실 영문학도 성경도 종교도 슬쩍슬쩍 건드려봤던 본인으로서는 이 책을 보는 데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으나 초반부터 멀리건의 익살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 기가 팍 죽어버렸다. 그 다음부터는 모르는 것들은 설렁설렁 토막지식을 얻듯 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이 책을 때려치울 뻔했다. 특히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독일어와 불어가 짬뽕되어 있는 구절들은 정말... 구약성경처럼 사람들의 족보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전개도, 성경을 비판하기 위해 그렇게 쓰여졌다는 의도는 알지만... 이런 시... ㄱ-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스티븐과 이글링턴이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해 주먹질 직전까지 논쟁했던 장면이었다.
 여기서 본인은 프랑스에 갔다고 잰채하던 스티븐을 다시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옹호자인 본인은 제임스 조이스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는 사실을 그 구절에서 얼핏 알게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회와 작가의 심리와 가족배경을 토대로 작품을 논해야 작품평이라고 생각하기에, 이글링턴이 호되게 까이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음.
했던 말 또 하면서라도 자기 입장을 밀고 나가야 속이 시원하다는 무식쟁이들은 역시 논리로 쳐부셔야 함.
비록 그 때문에 스티븐은 아웃사이더가 됐지만.
 아무래도 스티븐은 나와 비슷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지적하고 보거나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 사람.
반면에 소설이 조금 진행되려는 차에 등장하는 블룸은 의심이 많고 시니컬하며 아는 척하기에 도리어 무식함을 숨길 도리가 없는 인물이다.
태생이 유태인이고 농담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사람들의 빈축을 사지만 왠지 모를 아웃사이더의 매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당연히 번역자에게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지만 원어로 이 책을 봤을 때 정말로 욕이 '경칠(damn)'이라는 단어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분명 쉐뜨라거나 에프 유 씨 케이나 선오브비치 같은 단어들도 분명 있었을텐데... 아쉬웠다.(응?)
다른 여자를 보면서 자위하는 블룸이나 기타 온갖 인물들의 성적인 상상들도 욕 못지않게 이 책 속에서 낮뜨겁게 등장한다. '순수한' 책과 콩나무 북카페 남녀회원들이 그런 구절들을 봤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해보았다. 참 즐거웠다 ㅋ(?!?!?)  마지막 페넬로페 장에서 이 성적 구절들은 절정에 치닫는다. 블룸의 아내 몰리의 독백장면은 수다스러운 면을 드러내기 위해 마침표를 찍지 않았으며 스티븐에 대한 망측한 몽상과 생각들은 읽는 사람을 분노케하기 보다는 너무 어이없어서 실소하게 만든다.
아내도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여자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지. 무튼 제일 어렵고 읽기 힘든 스티븐과 블룸의 만남장면만 제외한다면 그럭저럭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팬이기도 하니.
영문학을 접하지 않고 이 책을 한 번이라도 다 읽은 사람이라면, 그 분이야말로 진정한 용자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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