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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

천국보다 낯선 근사하잖아, 언젠간 노트르담 성당의 딸이 될 거야. 쇠기침을 몰아쉬며 그녀는 말을 했고 십자가는 멀리, 붉게 돌고 있었다. 하 늘 이, 내 리 신 병...이래. (...) 우리는 그리움이라는 성수로 침례를 행한 후 카펜터즈의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를 불렀다. 미지에 주파수를 맞추자 밀교의 종탑으로 향하는 흰 계단이 달을 넘고 있었다. 나는 우주인이야, 벗어나게 해줘...................! (...) 노래를 멈추려 했건만 쉴 새 없이 혀를 토했다. 어미 잃은 고양이마냥 목울대가 터졌다. 목사님이 안수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단다-. 중창단이 찬양집회를 해도, 소용이 없단다-. 어떤 권사님은 노래가사에 '응답하라!'는 남자 목소리가 수상하다며 .. 더보기
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이제 소쉬르를 열쇠 삼아 클로델을 다시 펼쳐보십시오. 클로델은 그저 모든 실재가 신이 구사하는 언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횔덜린의 말대로 철학은 신의 침묵과 동시에, 절망의 시대에, 사물들이 이루는 다수의 통일성이 사라지는 시기에 시작됩니다. 요새 공부할 땐 집에서 주로 영상을 본다. 개인적으로 두 부류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는 공부하고 있는 사정인지라 유명한 사람들의 강의를 집중적으로 듣는다. 소리내서 읽는 책들이 있다. 주로 철학처럼 무슨 뜻인지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는 책이나 시집이다. 오늘은 영어 공부를 하루종일 하고 집 밖으로 나와 걸으면서 리오타르를 읽었다. 머리 속이 상쾌해진다. 물론 나는 자신을 과시할 생각이 없으며 절대 이 책이 힐링서라고 할 생각이 없다. 도리어 머리는 과열되는 느낌.. 더보기
주간경향 1264호 만약 실제 교부 받은 계약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가계약금으로 하였을 때 사실상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맞지 않으며 제약의 구속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매수인 역시 지급했던 가계약금을 포기하는 것만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약정된 계약금 전체를 지급한 뒤에야 계약 해제가 가능할 것이다. 1. 첫째, 애초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인권위법이 '성적 지향'을 규정했다는 문장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못 배운 늙은이들이 탈고 한 번 거치지 않고 쓴 듯하다. 평등권을 지지하자는 의미로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모를까 굳이 침해와 차별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이중으로 넣어 문장.. 더보기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꽃을 버리며 오늘 아침 꽃병의 꽃을 버리듯 만약 버림받는다면 나는 나를 버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그도 나처럼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나를 버린 것인지 모른다. 내가 배고플 때 나 대신 아무도 밥 먹어줄 수 없듯 내가 버리지 않았는데 나 대신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가 설령 나를 버렸다 해도 그것은 그를 더 이해하는 기회일 뿐 우리는 단지 세상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이해받고 싶은 것이다.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먼저 버리려 한다. 연애 시작한 19살부터 쭉 제가 버리는 입장이라 반성하며 깊이 공감합니다(...) 아는 사람이 결혼하기 전 조건 두 개를 내걸었다고 한다. .. 더보기
젤리와 만년필 2호 애인은 내게 결혼은 아침마다 내리고 싶은 곳에 올라타는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애인을 놀이동산으로 데려가 롤러코스터를 태웠다. 애인은 소리를 질렀다. 내릴래! 내릴래!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이후에도 애인은 소리를 질렀다. 내릴래! 내릴래! 길을 걷다가도, 식탁에 앉아서도, 시금치를 집어먹다가도, 내릴래! 내릴래! 하며 젓가락을 집어 던졌다. 헤어질 때도 내릴래! 외쳤고, 다시 찾아와 사랑을 원할 때도 내릴래!라고 했다. 내가 싫은 사람과 만날 때의 상태랑 비슷하네 ㅋㅋㅋ 결혼하면 안 될 사람이었구만. 항상 이런 애들이 있다. "이래봤자 니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라던가 "무언갈 무작정 반대하고 있으면 대책이 저절로 세워질 거라 생각하나 보지?"라고 하는 속이 배배 꼬인 사람들. 내가 생각하기엔 초광.. 더보기
굿모닝팝스 vol. 313 만약 면접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고 준비 기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중요하긴 하지만 준비하기 까다롭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이 다소 소홀할 수 있는 주요 기출 문제, 빈출 문제들부터 준비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도 적게 들이고 실제 활용도 및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세상에 시험까지 본단 말인가... 1. 어떤 직업도 천한 직업은 없다. 단지 사람이 귀한가 천한가에 따라 갈릴 뿐이다. 짧게 사귀면 그 사람의 직업만 보이겠지만 당장 밥만 같이 먹어도 그 본성이 보인다고 나는 장담한다. 엘리트인 사람이 지식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멍청한 걸 많이 봤다. 또한 의외로 사이비나 반사회적 집단에 엘리트가 많은 경우가 있죠 옴진리교라든가. 뭐 과거에는 나치도 있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은 셈이다. 2. 마.. 더보기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자 이제 아셨지요, 어떡하면 좋겠어요?" "그럼 지우면 되지 않아. 싫은가?" "좋아요, 이야기할 곳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사르트르가 철들 무렵을 쓰던 시기의 프랑스에서 낙태는 불법이었다. 상당히 오래 전의 이야기인데도 혁명적이란 느낌이 든다. 단지 여전히 사르트르보단 보부아르가 더 매여 있었다는 느낌이다. 물론 사르트르나 보부아르나 다수의 애인을 만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사르트르 말고 다른 신체 건장한 애인을 만나 육체적 사랑을 나누자마자 그 재미에 홀랑 빠져서 그와 속세(?)의 결혼을 하고 싶다고 주장했었다. 나중엔 다시 사르트르에게 돌아오지만, 그 행동도 사르트르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해서 자신의 이념을 흡수하도록(이념에 흡수시키는 게 아니라) 바치려는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걸.. 더보기
세상의 모든 비밀 7인분의 식사 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 주방에는 낡은 냄비 낯선 냄비 동시에 끓고 일곱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면 세 쌍의 대화와 한 명의 독백이 발생할까 한 쌍의 대화가 탱크처럼 독백 위를 지나가고 세 쌍의 대화가 함께 폭발하면 거대하게 부푸는 핵구름 아래서 내통하는 입과 귀가 몰래 낳는 기형의 비밀들 목을 비틀면 벌컥, 거품부터 입에 무는 맥주잔을 쨍그랑 부딪치며 귀를 틀어막을 수 없어서 소시지로 꾸역꾸역 입을 틀어막는 사람들 합창은 혼자서 못 하나? 일곱이서 입을 맞추면 그건 침묵이 되나? 미안하지만 많이 비슷하..다.. 초반부터 여자애 혹은 셋째라는 이유로 애를 지우려고 한 집안에서 시인은 태어났다. 지금은 미친 거 아닌가 싶을 테지만 시인이 40세라던데 옛날엔 이런거 많았고 지금도 드물게 있을.. 더보기
주간경향 1263호 하늘에 떠 있는 '남자' 밑에 펼쳐진 도심은 강남 삼성동이다. 요컨대, 포스터엔 '용산'이 없었다! 용산? 2009년 1월 20일 벌어진 용산참사 말이다. 마침 시사회가 열리던 날 바로 앞 토요일이 참사 9주기였다. 단순한 유비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용산참사를 '인용'하는 것을 보는 게 괴로웠다. (...) 그리고 이 아버지는 초능력을 발휘해 그날의 희생자들, 철거민들과 경찰들, 그리고 최종적으로 컨테이너에서 떨어지는 자신의 딸을 구해낸다! (실제 용산사건에서 여성 사망자는 없었다.) (...) 그러나 강추한다. 1. 그러나 강추한다는 뭐야. 나만 당할 수 없다는 건가? 무튼 안 보길 잘했네. X도 최종 전투에 지진 넣었다가 일본에 실제로 지진 일어나서 연재 중단되었었다. 현실과 겹친 장르물 만들 땐 신중.. 더보기
적멸에 앉다 노량진역의 폭설 중에서 비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포장마차의 행렬 (...) 밥그릇에 사정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허겁지겁 녹여 먹는 취업 준비생들 한국사, 헌법, 영어 공부에 청춘을 건 9급 공무원 수험생들 속성 단기 완성 강좌처럼 금세 한 끼 식사를 해치웁니다 미끄러운 육교를 간신히 건너 학원 건물로 사라집니다 "씨발, 천지 분간은 필요없다." 학원 입구에서 폭설을 뒤집어쓴 어떤 남학생이 하늘을 치어다보며 선언문을 읽듯 소리칩니다 하늘이 평평 내려옵니다 새로 직원이 채용되었는지 (근데 알아보니 아니더라)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문은 사라졌다. 그래도 전화가 없는 걸 보면 이제 다시는 나에게 문의 안 할 건가 보다. (이것도 아니더라) 다른 알바 하지 말라고 압박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시간협의랜다. 편의점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