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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어느 별의 지옥

역사 중에서

뛰어온다
치마 깃 걷어들고
춤추며 온다
다 어깨 걸고
흘러가고 있을 때
홀로 되돌아와서
뺨을 갈기며
토사물을 머리에 쏟아붓는
여자가

날아온다
눈꺼풀도 없고
입술도 없고
구멍뿐인 여자가
바위틈에 알을 낳고
또다시 흘러가고 있을 때
거슬러 오르자고
비수를 내미는
전생까지라도 가자고
한 달에 한 번 피비린내 나는
여자가

 

 

 

 

뺨 때리는 행위에 대한 시가 매우 많다. 

 

나는 뭔가 아버지가 그런 처벌을 내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시 초반을 보면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선구적으로 시작한 해외의 여성에 관한 책을 출판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끌려가서 뺨을 일곱 대 맞았다고. (집안의 체벌이 독재주의와 다름없다는 건 버지니아 울프도 소설 속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뺨을 맞는 건 분명 그 어떤 폭력보다도 모욕적인 행위지만, 어린 여성이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체벌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나이를 먹으면 어린 여자라고 무시하는 건 사라진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남편한테 시달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성서 이야기가 가끔 등장한다. 아무래도 내장이 자주 나오는 것도 피와 살이 되는 예수님 비유에서 나오는 듯하다. 먹이의 역사에서는 요셉의 꿈풀이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훈계의 어조를 하고 있지는 않다. 내용도 꽤 흥미진진한 편이다. 사실 왕도 요셉의 꿈풀이가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밌으니 상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시집이 재미있는 편이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떨어진 비가 쳐다본
파란 하늘

망쳐버린 그림이 바라본
흰 종이

까마귀가 내려다본
묻힌 사람

오후에 일어나 뒤돌아본
아침

숨을 끊으면서 들어본
용수철같은 딸의 아침 노래

 

 

들국화가 원곡을 불렀지만 난 비안 그룹이 부른 버전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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