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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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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유목연은 비밀의 세계에서 나와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 목격자가 너무 많다. 세상에 원래 비밀이라는 것도 없고. 그가 초라한 중년의 파트너도 함께 모시고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일례로 내가 성폭행을 당한 장소는 다양하다. 성당, 사람이 우글거리는 여의도 공원 한복판, 모텔 등. 그러나 그 어떤 장소도 성폭행을 당할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듯한 말을 들어서 충격을 받았다.

 

 아니. 애초에 성폭행을 당하기 적합한 장소와 아닌 장소가 따로 있나? 어디서든 성폭행을 당하는 건 부당하다. 책에서는 가정에서 성차별적인 말을 듣는 사람들이 일부라도 있다는 게 충격적이라 하지만, 원래 성차별적인 발언을 가장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난 딱히 나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전 남친이었던 남성에게 사과를 요구하진 않았다. 단지 그 녀석이 나에게 저질렀던 체위를 블로그에 적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욕을 바가지로 먹고 남아있던 친구 관계마저 모두 잃었다. 그 녀석을 만나기 전 대학 시절에는 어떤 남자가 동아리실에서 나에게 추잡한 짓을 저지르려 했다. 그걸 선배가 발견했는데, 그 남자가 예전부터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 행동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러다가 그 새끼가 날 목졸라 죽이면 어쩌라고 개새끼들아.) 나 혼자 그 만화동아리에서 쫓겨났다. 이후 성가를 부르는 동아리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만화동아리에 있었던 내 동기가 성가동아리의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귓속말을 하는 걸 목격했다. 역시 대학은 방송통신이 짱이다. 여자가 원하는 체위를 거부하는 남친 따위는 평생 만나지 마라.

 전부터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과격한 한국 페미니즘의 흐름을 보면서 왜 이들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자기들끼리만 놀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뻔뻔스럽게도 개념녀라고 호칭하는 정운의 전반적인 말에서 그런 흐름이 느껴졌다. (그런데 정운 씨는 어느 잡지 사진의 분위기를 거부한다는 칼럼니스트의 말 속에서 뭔가 느낀 게 없었을까?) 그러나 어경희 씨가 쓴 셀피 페미니즘 란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스스로의 몸에서 발견해가는 그 사진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분명 속이기 쉬운 얼빵한 성격 말고도 나한테 무슨 매력이 있어서 남'녀'들이 성추행을 가하려고 생각했다 여기는 나로서는 상당히 관심있는 분야였다. 그리고 꼭 여성에 대한 관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진을 여성이 찍어야 하냐는 물음도 참신했다. 그러고보면 이 잡지는 의견의 다양성으로는 성공한 듯하다. 글도 사진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보는데, 특히 편집장이 마지막에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작성한 데서는 어느 정도의 통쾌함도 느껴졌다. 마지막 글로 별 5개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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