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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황금가지


황금가지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서양철학일반 > 서양철학의이해
지은이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을유문화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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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어서 내내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객기를 발휘해 읽게 되었다. 율리시즈 읽었을 때처럼 비싼 연체료 지불해가면서 읽어야 했지만 역시 두꺼운 책은 읽은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도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프레이저 씨가 한 권으로 직접 축약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생략된 티가 너무 곳곳에 드러나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야 할까... 12권 번역본은 우리 대학 보존서고에 꽂혀져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다. 나중에. 지금은 이 책의 여운이 너무 진하게 남아서 읽기가 좀 그렇고;
 유명한 전설인 네미 사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카니발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해석한 글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은, 그 관습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 매우 먼 거리를 돌아갔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미신과 풍습, 종교, 그리고 약간의 과학을 한 데 어우른 책인지라 지식으로서는 따라갈 책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국의 풍습까지도 부분부분 설명해두었다. (그 풍습을 프레이저 씨가 직접 봤는지 아니면 어디서 헛소문을 들은 것인지는 제쳐두고.) 그러나 너무 많이 돌아간 탓에 제목 ’황금가지’를 설명하는 요점을 다소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신을 죽이는 관습, 혹은 왕을 죽이는 관습의 모순에 대해서 너무 집중한 탓이 아닌지. 자신이 전에 썼던 이론도 뒤집곤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신은 이전의 책에서 마녀를 숭배하기 때문에 죽인다고 설명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마녀가 재앙을 일으킬까봐 죽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뭐 철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잘 바꾼다고들 하지만 무려 몇 백장이 넘는 이론을 뒤집어놨으니, 허무감을 느끼지 않을리가 있나. 아무래도 마녀까지 조사하면 옆길로 빠지는 것 같아 적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 무리의 왕이 되는 게 진정 무엇을 뜻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P.S 이 책에 또 하나의 재밌는 구절이 있는데, 프레이저 씨는 인디언들에게서 성관계하는 시간에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 풍습을 발견하고서 의문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고 적었다. 만약 이 분이 책을 편찬했을 때 동양의 '음양론'을 발견했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