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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활동가의 일기

임신을 하신 미등록 필리핀 여성분이 지난달 9월에 센터를 방문했다. 일반 여성병원을 다니다 고혈압으로 아이가 위험한 상태가 되어 2차병원으로 가야하는데 미등록이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의료비지원요청으로 오셨던 것이다. 그리고 몇 번의 안부 전화 후 그분은 나에게서 잊혀 갔다.
(...) 방문객-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아 이거 싱크로율이 ㅠㅠ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의 사람을 내부로 받아들여야 세상이 바뀐다'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 말에 깊이 수긍하면서도 깜짝 놀랐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혀를 쯧쯧 차던 그 어머니이시다. 대통령이 바뀌니 정서도 바뀌는 것일까? 아님 어차피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수준으로 세상이 잔인해지고 있으니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민을 느낀 것일까? 무엇이든 간에 사건은 사건이었다. 그러고보니 요즘엔 출생하자마자 아이의 국적을 '무국적자'로 등록하는 사람들도 늘었다는 게 옛말이다.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진 모르나, 이제는 국적으로 심각해질 때는 지났단 뜻일 수도 있으며, 국가 이념이 종교처럼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이전에도 평행과 역설 책을 장황하게 소개해준 적 있지만 다시 말하겠다. 

 

사이드는 팔레스타인 사람에서 이집트인으로, 다시 미국인으로 표찰을 바꿔야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자랐지만 히브리 학교를 다녔고 이스라엘 여권도 지니고 있었다. 전자는 유명한 철학자가 되고 후자는 세계적으로 날아다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었다. 그들은 뉴욕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책을 써서 한국에도 번역되었다. 사이드는 특히 베베른 등의 제2비엔나 학파들이 이방인의 정서가 담긴 음악을 작곡했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감명을 준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국적을 넘나드는데도 한쪽에는 아직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가 나쁜데다 점점 심해진다는게 나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외국인을 손님, 방문객 정도의 정체성으로만 인식하는 것도 한몫하는 듯 하다. 언어가 좀 다르다 뿐이지 걍 제주도 가는 것처럼 살러 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 난 그게 가장 이해 안 가더라고. 뭘 그렇게 장황한 이유가 필요하고 오지랖들이 넓은지. 그래, 따지고보면 일자리가 적은게 문제지, 일하러 온 사람이 일자리 구한게 문제인가? 왜 다른 경쟁자 욕은 안하는 건지? 오지랖은 결국 상대가 만만해보이니 펼치는 게 아닌가?

대체로 어떤 사건에 대한 소감을 글로 적은 다음 세계 인권 선언문을 인용하는 식이지만 요새 젊은이들 가벼운 에세이 쓰듯이 시나 음악을 응용하기도 했고 시간대로 했던 일이 간결하게 쓰여진 글도 있었다. 10시에서 6시까지 근무한단 소린데 최저임금 받을 거 생각하면 월급이 나랑 같겠네..

솔직히 나도 될 수만 있음 이주노동자처럼 12시간 일해서 돈 벌고 싶다. 하지만 아침 10시에 일하기 시작해서 저녁 10시에 퇴근한다면 몰라도, 오후 2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한다면 아마 몸이 망가지지 않았을까.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아마 후자로 일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을 것이다. 과연 일한만큼 제대로 수당을 주는지는 의문이지만.

우리나라만 특히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배운 사람은 돈 잘 벌고 높은 직장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듯하다. 일단 사장이라면 그래도 지식이 좀 있는 사람들일 것 같은데, 알면서도 이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치졸하다.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게 너무 싫어서 빡세도 그냥 혼자서 일하고 산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한다는 건 봉급이 적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내가 일을 견디고 할 만해도 다른 사람들이 견디지 못할 일이라면 그 일의 옳지 못함을 지적해야 한다. 의식을 깨워야 한다. 그래서 각자가 앞날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존엄의 시대-이주노동자 이야기

어제 만난 사장이 그런 말을 했어
줄돈 전부 주면 뭐가 남냐고 난안줄거야
너는 자본주의 속 일만 하는 기계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존엄성 하나없는
차가운 공장 더러운 현실에서 열심히 일만한다
도대체 나는 누군지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것 뿐인데
나는 남아야 할까 울지마 달라질 건 없어
울지마 그냥 기계들처럼 살아가
가만히 조용히 사장 말들으며
그럼 집에 돈은 보낼수 있어
나는 이해못하는 간판을 보면서 무슨 뜻일까 생각하지
거리에 나를 보는 불편한 시선 모른채 못느낀척 열심히 걸어간다
도대체 나는 누군지 사람답게 살고 싶은것 뿐인데
(...)
아니야 전부 거짓이야 절대로 나는 차가운 기계가 아냐
이제는 일어나 목소릴 내면서 나는 존엄성을 되찾을 거야
앞으론 두번 다시 가만있지 않아

 

돈이 좋냐-활동가 이야기

돈은 언제 주는지 몇 번 말해도 안주는데
사장에 얘기한 다해도 사정 어렵다 말하네
사장은 아우디 몰고 있고
사모는 벤츠를 너네 진짜 이상해
너의 거짓된 말들은 나를 분노하게 해
결국 검찰송치 처벌받을 거야

돈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명의변경하지마라 사기꾼들아
결국 진실은 밝혀지지 니네는 끝장이다
몽땅 망해라 망해라
욕하지마 폭행하지마 돈떼먹지마
제발 임금체불하지좀마
욕하지마 폭행하지마 차별하지마
갑질좀 하지마

돈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명의변경하지마라 사기꾼들아
결국 정의는 승리하지 니네는 끝장이다
정신 차려라 차려라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누님 귀엽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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