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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

"그때 어느 권사님이 몇 번 집을 찾아와 나에게 안수기도를 해주었는데 그때마다 심하게 내 목을 조르며 "귀신아 물러가라"를 계속 외쳐대며 나를 괴롭혔습니다.(?)
나는 권사님의 그런 행위가 싫었지만, 나도 모르게 "알았다. 나간다."라고 대답을 함으로써 멀리 (청주에서) 대전까지 오신 권사님에 대한 예우(?)를 해 드리려는 나를 발견했지요."

 

 

 

군데군데 일반인에게 자세한 용어는 삼가겠다고 하는 구절이 보인다. 아니 그럼 혼자서 말을 삼가고 쓰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닌가. 너무 전문가와 일반인을 구분하여 쓰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1997년이라면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정신질환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던 때였는데, 그 때 초판을 냈어도 이건 그 시대에도 뒤떨어지는 약간 촌스런(?)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심리학에 대해서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데엔 도움이 된 거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 말고 전문서를 보는 게 나에겐 재미있을 듯하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유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 구절을 인용해주면 설득이 될 듯. 근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그러고보면 종교인들이 참 시대에 뒤떨어지는 점이 많은데, 신부님이 쓴 책 중에는 심지어 노부부가 아이에게 이거저거 너무 퍼다줘서 망하고 신부님에게 하소연을 해서 훈계를 좀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근데 주변에 그런 사람 이 전혀 없는데 나로선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 거다. 듣기만 해도 무슨 화석이 살아 숨쉰다는 얘길 듣는 듯하다.

 근데 이 구절만 봐도 정신병환자 가지고 보호자 반응이 너무 다양해서 저자가 힘들었을 것임이 짐작된다. 한명은 내가 잘못 키워서 그랬다는 둥 푸념할 거고 다른 한명은 우리 가족 중 제일 싫어하는 인간 닮아서 저런다고 요양원 보내버릴거라 할 거고(...) 또 다른 인간은 두 말을 동시에 다 하겠지. 에라이 중생들아 ㅡㅡ

 아무래도 너무 옛날에 쓴 책이어서 정신과에 대한 이야기마저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항정신성 약물의 중독성은 최근엔 전혀 없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요즘은 환자의 의사가 없으면 입원을 시킬 수 없다. 즉 강제입원이 되지 않는단 소리다. 사실 나는 이게 약간 아쉬운 게, 저자의 말처럼 망상에 시달리거나 아직도 정신병원 가면 호적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고 믿는 정신병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 부모의 돈을 노리고 정신과 의사와 합작하여 부모를 강제 입원시킨 자식이 유산을 잽싸게 갈취해간 사건 때문인데, 돈 때문에 영혼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이렇게 사회에 넘쳐나서 아픈 사람이 병원도 제대로 못 가게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폭력적인 제목, 크리스천이 아닌 일반인들은 기피하게 되는 출판사 외에 또 이 책에 대해 신뢰가 안 가게 하는 점이 있다. 바로 문장을 끊어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출판사에서 따로 교정을 해주지 않았을까? 저자가 제지했을까? 어떤 문제던 설명을 해야 하는 책에서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문장을 질질 끌면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현저하게 떨어지며 저자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지게 된다. 하필이면 중요한 정보를 이렇게 쓰다니.

 

 일단 저자는 정신과가 그렇게 완벽하진 않다면서 동성애를 정신분열증으로 착각한 병원 예시를 들고 있는데, 이는 귀신들림을 정신병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예시가 아니다. 즉, 이는 자칫 단순히 저자의 망상일 수도 있다는 결론으로 내려질 수도 있는 상태이다. 정신과가 완벽하지 않다는 건 사실이나 저자의 말대로 하자면, 귀신들림과 정신병은 대등한 상황으로 존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정신병에 걸려도 이 의사에게는 치료받기를 거부할 듯하다. 이런 의미에선 강제입원이 금지된 지금의 법안은 옳은 건지도. 예시도 너무 악의적이다. 대다수의 개신교 사람들이 혐오를 느끼는 게 동성애임을 알면서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

 딱히 귀신들리지 않은 사람도 정신이 피폐한 또 다른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는 케이스도 있다는 걸 내가 발견했었다. 그 케이스는 전형적인 신체망상을 가지고 있어서 한쪽 다리가 3센티나 짧다고 생각하며 다녔었는데, 다중인격장애가 있음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고 그 인격과 대화를 하는 등 상당히 친해서 그 인격과의 대화나 일기의 주고받음으로 인해 다른 인격이 했던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무튼 귀신들린 케이스는 아니었음.

 결정적인 문제는 귀신들림이 정말 나쁜 현상인가하는 것이다. 분명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있으리라. 하지만 몇몇은 용한 무당이 되어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복채를 필요로 하긴 하지만) 퇴마록처럼 어딘가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귀신을 영능력으로 퇴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과 종교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멋대로 마귀라고 여기면 곤란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부분은 쿠르트 코츠 목사의 저서들을 읽어보면 조금 더 심층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분이 있었다. 동양권에서 말하는 신내림과는 조금 다른 영역이라는데, 가톨릭 구마의식 허가 기준을 보면 신병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혀 배우지 않은 두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며, 정신과 의사의 진단도 필요하다나. 그러나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뭐하러 마귀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고, 무엇보다 너무나 서양 위주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판타지에서 보면 동양에서의 귀신 쫓는 의식보다 약하더만.

 대부분 푸닥거리가 효과가 있는 건 모두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서 나오는 양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효과가 좋아지는 것뿐이다. 마치 안녕하세요에서 정신병있는 애가 나와서 이상한 말을 지껄이지만 모두의 경악스러워하는 얼굴을 보고 잠시 움츠러들듯이. 만일 초능력도 쓰고 푸닥거리에서 정말 효과가 있다면 무당을 하셔야지.

 그냥 임상노트나 에세이라 하기엔 정신분열증에 대해 너무 정리가 잘 되서 되려 아쉬웠다.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오히려 귀신들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땐 확 꺾이는 느낌이었다. 귀신들림은 다른 책에서 썼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러나 경력에서 나오는 연륜은 인정한다. 솔까말 크리스천들은 다 봐야되지 않을까 싶은데, 천주교에서도 천동설 지금까지 믿는 신자들이 많다. 우주까지 던져주고 싶은 인간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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