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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삶 껴안기

강의를 위해 괌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함께 간 신부님과 시내 구경을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건널목을 두 걸음 정도 건너갔는데 빨간 신호등이 켜지는 바람에 우리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런데 건널목에 멈춰 있던 자동차가 우리가 물러나는 걸 보고도 출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먼저 건너가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뒤에는 차들이 쭉 서 있고 우리 일행은 빨간불에 걸려 있고, 자기 차는 파란불인데도 사람이 우선이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가 무사히 건너갈 때까지 미소를 머금고 기다렸습니다.

 

 

 

 

일단 가톨릭을 우리나라 사람들,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 시점에서 풀이하는 부분은 맨 처음에 나오기도 했고 새롭기도 해서 여러가지로 눈길을 끄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에세이로 명확하게 정리해놓으니 여러가지로 읽는 사람의 마음이 호쾌한 게 있었다. 신분계급의 차이가 큰 조선에서 그나마 낮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 주장한 성경이었다. 신부이기도 한 저자는 여기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사람들이 남에 대해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이익을 셈하여 부자들을 위해 행동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잠비아 이야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잠비아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를 초반에 거부했던 의사는 일단 귀찮고 병원 문을 닫아 걸어두는 동안 수익을 벌지 못할 걸 셈했으리라. 그래서 잠비아에 돈을 기부하겠다고 했건만(아마 잠비아로 가는 기간동안 벌 수 있는 비용에서 조금 모자란 정도의 금액이라 생각된다.) 신부님은 단호하게 돈도 기부하고 봉사활동도 가자고 한다. 평창군수가 되고 싶었던 분의 이야기는 좀 더 의미심장하다. 잠비아에 가려면 평창군수를 포기해야 하지만 그는 끝내 후자를 택했다. 그러나 평창군수에서 떨어졌으니, 잠비아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지 않을 구실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 신부님은 짓굳게도 '낙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자를 그에게 올린다. 그들은 돈과 권력의 이익에서 벗어났기에 되려 잠비아에 갈 자유를 누리게 되었고, 봉사활동에서 만족을 얻게 되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는 추세다. 기부가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게 어쨌단 말인가? 자신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기부를 하지 않는다고 으스대며 말해도, 정말 기부를 포함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종사한다면 우리는 속으로 그의 탐욕에 치를 떨게 된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도 자신을 위해서 살라는 신부님의 이야기는 좀 고리타분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자식에게 모든 걸 다 퍼주고 자신에겐 아무 것도 없다며, 신부님이 계신 생태마을에 살고 싶다고 전화하는 노인들이 계시다고 한다. 나 같으면 그들이 정말로 자식들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었는지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부님이라서 그런지 저자는 그 말에 한치도 의심을 품지 않고,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해서 대답해주고 있다. 너무 친절해서 책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케이스라 할 수 있고, 아니면 하도 그런 식의 전화에 시달려서 신부님이 이 참에 생태마을에 쓸데없는 일로 전화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자식이 어리다고 거짓말로 속여먹거나 하면 자식이 클 때 부모도 똑같이 거짓말에 속을 것이다. 자식이 해준 걸 따지기 전에 자신의 행동부터 신경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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