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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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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피천득 (샘터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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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깎던 노인'과 같이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만 봐오던 유명한 수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어른이 되니까 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수필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아무리 자기 딸을 사랑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대학생된 딸에게 로렌스의 소설을 보지 못하게 만들다니... 잔인하다ㅠㅠ!
그것도 약과다. 아들은 아예 있다는 소리도 안하다가 수필 끄트머리에서야 존재감을 보였다!
(본인은 줄곧 소영이라는 외동딸 한 명만 둔 줄 알고 있었음.)
세대차이에서 이루어진 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빙빙 돌아서 읽는 내내 개운치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장난스런 자기비하에 이어지는 자기 아내에 대한 외모비판...ㄱ-
 눈살이 찌푸려진 이유는 내가 개그콘서트를 안 보는 이유하고 같은 것일까 ㅎㅎ.
어린시절의 상처를 담담히 혹은 원망스럽게 담아낸 저자의 모습이 쓸쓸하고 아프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머넘치는 글들도 왠지 모를 다정함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이 글을 쓰셨을 때도 중년쯤 되셨을 텐데, 어째서 자꾸만 천진난만한 소년이 쓴 글을 들춰보듯 읽게 되는 것인지.
그래도 외국 꽤나 드나드시는 교수님이라 그런지, 꼭 우리 학교 영어학개론 교수님의 글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특히 프로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맹목적인 존경에 넘치는 말투가 닮았다. 정말 프로스트는 누구던 좋아하는 시인인 듯.
본인은 자연과 순수가 묻어나는 프로스트의 시보다는 생활고에 찌들고 사랑에 병든 존 던의 시가 좋지만.
 어쨌던 휴학한 이후 오랜만에 영미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쁘다.
 괜시리 블로그에 끄적거리다 중단했던 영미시 해석을 재개하고 싶다고 생각해 버렸다.
진지한 이야기도 여럿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없이 깔끔하게 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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