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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월든

그러나 우리가 집에 머물러 자신들의 일만 돌본다면 누구에게 철도가 필요하겠는가?

 

 

 

미치광이 중에선 리어 왕처럼 그렇게 생각보다 숭고한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에 1호선 지하철에서 퍼질러 앉아 끊임없이 신문을 읽던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정치면을 읽을 때 두들겨 팼었던지 갑자기 스포츠 신문에 격한 관심을 보이며 읽기 시작했고 나는 그 미치광이에 대한 흥미를 잃었었다. 좀 재밌는 미치광이를 보고 싶다. 산수를 흥얼거린다거나 하는 미치광이도 본 적 있지만 인생에 딱 한번 뿐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머니의 옷을 많이 물려입는 편인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운좋게도 엄마와 내가 체격이 비슷하다. (사실 내가 2kg 정도 더 뚱뚱하다.) 둘째는 내가 패션 감각이 너무 후져서 서울에서 산 옷을 보고 어머니가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해서 더위를 먹은 줄 알고 급히 눈앞의 유니클로에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살아나셔서는 옷을 골라 급히 사주셨기 때문이다. 이건 부모의 사랑을 떠난 일인데 그 옷들은 나마저도 어느 순간 너무 끔찍해져서 다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구성이 너무 딸렸다. 셋째는 근근이 먹고 사는 스릴에 재미를 붙이다보니 어쩌다가 옷은 추위를 막고 민망한 부위를 가리면 되지 않냐 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나 때문이다. 어쨌던, 그 덕분에 월든의 소로우처럼 엄청난 주목을 받고 살게 되었다. 특히 10대들은 내 옷차림을 비웃다가 어느 순간 화를 내면서 지나간다. 지금은 내가 돈이 없는 판자집 사람인 줄 알고 동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티셔츠를 사는 데 드는 돈 5000원도 쓸 생각이 없다. 그 5000원은 모임을 가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커피를 마실 때 정말 필요한 돈이다. (사실 그 때도 커피를 굳이 사야 하는가 의문이다.) 또한 나는 나를 비웃고 화내며 날뛰는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다. 감정이입을 해봤는데, 그들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트라우마 수준으로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보다. 사실 내가 몸에 딱 맞는 옷을 좋아하긴 하다. 활동하기 편한 게 중요하지 않은가. 남들도 그런 옷의 소중함을 느껴봤으면 좋겠는데. 아니,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옷의 스타일을 눈치 보지 않고 입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대학에 공부하러 가는 건 개인의 자유고, 말리고 싶진 않다. 단, 공구는 한 번이라도 손에 잡아봤는지 묻고 싶다.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서 익힌다고 하지만 군대 밖의 세상에서 손에 잡아봤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책을 정면으로 진열해야 하는데 전혀 고정되지 않아서 와이어로 묶기 위해 철판을 드릴로 뚫은 적이 있고, 다행히도 상사의 정확한 지시에 따랐기 때문에 손을 뚫진 않았다. 이는 대학에서는 별로 얻을 수 없는 지식이었다. 그 외에도 따뜻하고 기능성 있는 집을 얻기 위해 배워야 할 지식은 많다. 그 때문에 일찍 죽는다면,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낫다. 120살까지 살면서 부모에게 배신당하고 형제에게 배신당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초라하고 낡은 몸과 마음으로 덜덜 떨다가 죽느니 말이다. 대학을 나왔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건 학력이 아니라 외박을 밥먹듯이 해서 바깥 세상에 익숙한 육체와 대학 외부의 인맥 뿐이더라.

 마을 사람들이 끝내 소로의 오두막을 방문하지 않은 데 대해선 소로가 마을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니까 소문이 나서 그를 괘씸하다 생각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국 짧게 산 소로가 오래 산 그들보다 더욱 더 명성을 떨쳤고, 우리는 여기서 아싸가 뭔지, 싸가지없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도 사실 자신들 가운데 인기가 있는 것보단 훗날 세상에서 명성을 떨치는 게 더 가치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독 똑똑한 사람을 예의가 없다는 둥 재수가 없다는 둥 침대가 더럽다는 둥 수근거리는데(근데 다 큰데다 혼자 사는 청년의 침대에 침입한 유부녀는 대체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런 모험을 감행한 것일까나?), 나는 그저 그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을 선택할 줄 아는 그의 유능함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것이라 생각한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든 호수와 우리 고장의 호수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고장의 호수에 토끼가 나온 건 15년 전. 들꿩은 옆옆마을에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일까?

 

 그러고보니 각자 차이가 많이 날지 몰라도 강원도가 남에게 관심이 많은 건 참트루다. 나는 강원도의 유일한 단점이 그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사는 소도시만 봐도 일단 서울에 무슨 가게가 있다고 소문나면 이 조그만 데에서 2개월도 안 되어 똑같은 가게가 세워져 있다. 일단 서울촌놈들 몰려와서 여기 백화점도 없냐 아쿠아슈즈도 없냐 투덜대는 탓도 큰데, 참다참다 못해 니가 그렇게 갖고 싶음 시장에 가서 만들라고 한 적도 있다.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백화점은 짓지 마라.) 아니 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함. 대체 어떻게 나이를 먹었길래 식탁보같은 걸 레이스로 못 뜨냔 말이다. 아무튼 그걸 귀 기울여 듣는 인간도 문제이다. 만일 모든 걸 집에서 직접 만들고 집까지도 직접 만든다면 지방 중에선 가장 집값이 비싼 문제도 해결될 것이고 민박할 곳을 따로 만들어놓으면 관광객들도 좋아할테니 관광도 해결될 것이며 그럼 개념인들만 관광올테니 헛소리 안 듣고 스트레스도 해결되고 얼마나 좋나. 그러면 강릉에서 삯이 발견되었는데 사방이 콘트리트 도로에 둘러싸여 언제 로드킬 당할지 모른다는 바보같은 뉴스랑, 서울에서 양X까지 90분 걸린다는 도로가 막혀서 5시간 걸린다는 븅신같은 뉴스가 안 나올 거 아닌가. 40몇층 관광 호텔은 시발 존나 쪽팔려서 얘기하기도 싫다.

 그리고 이제 와서 예전의 실친들한테 이야기하는데 좀 걸어라. 일찍 죽긴 하겠지만 지금 걷는다고 죽지는 않아요. 너무 더워서 너무 추워서 혹은 폭설이나 장마가 오기 때문에 내가 사는 데로 오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자꾸 걷고 또 성의의 마음이 없어서 귀찮으니까 안 오는 거 아니냐. 남 욕하기 전에 자기 자신들을 좀 돌아보시길. 그리고 그렇게 느려터져서는 몸과 마음의 지방은 못 뺀다.

 요새 내 글에 관심을 가지는 실친이 많아지고, 심지어 내 옷차림과 옷 상표와 내가 만나는 사람과 내가 들고 다니는 책과 내 핸드폰과 산책할 때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등 참 많은 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ㅠㅠ 솔직히 넷상친구들이 인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 나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ㅠㅠ 그리고 좋은 관심도 있지만 상당히 기분나쁜 시선들이 섞여 있어서 부담스러웠는데 ㅠㅠ 여기서 조그만 외판원을 하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어서 상당히 곤란하던 참이었다. '남의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것도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 저렇게 편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월든에서는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라'라고 확실한 기준을 내어주면서 내 자신의 초라함(아마도 지식의 부분에서인 듯하다)에 대해 부끄러워해야지, 내 인생의 초라함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정말이지 큰 위로가 되었다. 첫 만남에선 굉장히 깐깐해 보였지만 만날 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그런 남성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아무튼 지옥도 아마겟돈도 사실 흠 잡는 사람들이 귀찮고 이 세상에서 쓸어버리고 싶어 만들어낸 판타지이지만 바퀴벌레 멸종만큼이나 실현 불가능이라 하더라. 따흑. 또르르...
.

 

 그치만 사냥에 대한 글은 싫어한다. 사냥에 대해선 굉장히 이중적인 글을 쓰는데 결론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사냥을 추천했다고 한다. 자신이 절제할 줄 안다 하여 모든 사람들이 절제할 줄은 아는 게 아니라는 전형적인 예시라 본다. 소로가 탄생한지도 200년 지났는데 그 호수 주변에 아직도 동물이 살아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밥을 먹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으니 돈이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퇴치할 3대 악으로 커피, 홍차, 술을 추천하고 줄일 것으론 고기를 추천하는데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ㅋㅋㅋ 요즘 돈을 많이 절약해야 할 시기인데 월든을 읽고 새롭게 결심을 다지게 되었다. 덕질과 책 읽는 돈을 아껴서는 안 되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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