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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역사전쟁

최후의 빨치산으로 불리는 정순덕이 1963년에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혼자 산속에 살았던 것에 불과했다.

 

 

 

 

 뜻밖에도 이슈가 될 만하다고 생각했던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해보니 서고에 처박혀있는 데다 빈말로라도 절대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긴 나도 저자의 최신 책을 읽으려다가 집은 책이니. 전에 읽으신 분이 팝콘 봉지에 책을 넣고 섞다가 돌연 허리가 아프셔서 파스를 집어 등에 붙이려 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책에 붙인 듯한 상태였다. (심지어 파스가 정말 붙여져 있었다.) 나름 보수적인 지역에서 사는지라 그냥 본 사람이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하나. 물론 그 표지 상태보다도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가 더 더러웠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그의 과거를 안 이상 도저히 헌법의 상상력은 볼 수 없을 듯하다. 그 책 다룰 땐 도저히 독서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라도 생겼으면 ㅠㅠ 여러가지로 책을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고민된다. 일단 헌법의 상상력은 안 본다. 이래서 헌법 책은 헌법 구절을 풀이하는 책 위주로 봐야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이젠 일베어도 옛날 말이 되었다. 내 생각엔 댓글알바가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점점 역사에 대한 그들의 열광이 식지 않았을까 싶다. 흥미롭게도 어떤 일에 돈이 연관될 때면 재미는 반비례된다. 그러나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이다. 일베에 남은 몇몇 역사충들은 '일본에 대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알아간다'라고 말했다 한다. 다시말해 이들은 그들만의 신흥종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로 남을 혐오했을 때의 즐거움을 기억하는 몇몇의 사람들은 이제 여혐으로 기울어졌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내가 죽으면 세상도 끝난다라는 말은 간혹 이렇게 섬뜩해질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제국의 위안부도 2차피해 어쩌고라는 책갈피 책도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를 대변할 뿐이지 역사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는 사회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은 가해자에 의해 이용될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의 명성쌓기 외 타인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처음엔 아기자기하고 간단하게 역사 내용이 쓰여져 있어서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한마디로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사실 내가 시험공부한다는 핑계로 갖은 덕질을 했었는데(...) 그게 일제강점기 시절 작가들의 소설을 거의 몽땅 마스터한 것, 그리고 사회 자습서(그 당시 서술형으로 길게 쓰여진 책이 있었다)를 몽땅 형광펜으로 그어놓고 공책에 써넣기였다. 연도 순서로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말이 있었고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렇게 공부하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옛날부터 쓰는 게 좋았다. 그러나 세계사랑 한국사랑 나란히 놓고 연표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책은 예전부터 동경해오던 책이기도 했다. 아무튼 옛날 고3시절 공부와 독서에 미쳤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피가 끓어오른다 할까,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한 건 아니기에(중간에 판타지와 BL소설에 빠짐) 요즘 애들이 얼마나 세세히 역사를 공부하는지를 보고 부러움에 배가 아프다고 할까. 두서없지만 여하튼 괴로웠던 때만 떠올라서 잊어버리려 노력했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보수적이면서 참 급진적이기도 하다. 정통 우주세기 건담빠들은 야사에 속하는 디오리진조차도 우주세기에서 빼려고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교과서에 싣기도 하고;;

우리나라 민중들이 너무나 단순한 민중들이란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경멸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그 시대에 살았다면 경제성장기에 돈 막 쓰고 독재정권 찬양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문송합니다 등의 유행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김영삼 문민정부에 분노했다고 할지라도 일반화를 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주의도 마찬가지이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서, 먼 훗날에 일어날 것이 아니라서이다. 왜 지금 민주사회주의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노력이란 단어를 지긋지긋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정도의 몸부림은 필요하다. 국가가 싫으면 무인도에서 혼자 살라지. 어차피 그 무인도도 대부분 '개인'의 소유지라지만 말이다.

 

 

 

P.S 문장이 좀 길다는게 흠이긴 하다. 단어의 반복을 줄였더라면 더 보기 편했을텐데 말이다. 게다가 이해하기가 좀 힘든 문장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드라마 각시탈 수준이다. 좀 더 섬세하게 물어보면 이해의 수준이 마치 이집트 파라오 시대 정도다. 그들이 우리의 강토를 짓밟고 조선 백성들을 끌고 가서 징용에 동원하고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식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미지 자체가 파괴적이고 영화적이다. 일제는 조선을 집어삼키기 위해 30년 이상 공을 들였고 36년을 지배했다. (...) 물론 해방 후에도 기회주의자라고 쉽게 규정하기에는 여러 진정성 있는 노력들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김활란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여사님이 얼마나 교육 문제를 위해 헌신하셨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냐'는 식의 여성계 어르신들의 반발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나오면 김활란이 기회주의자라서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활란이 여사님이라고 차별하는 것인지 분별이 가질 않는다. 내용도 객관적으로 보기엔 쓸데없고 차라리 빼버려야 하는 문장인데 이걸 굳이 써놓은 게 수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알라딘에서 별 5개 중 4개 반으로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은근히 여성이 받은 수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여성을 비하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어서 씁쓸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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