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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역사저널 그날 1

 

신병주: 네. 이때 승정원에서 100세 이상인 사람을 조사한 적이 있어요. 세종 때인데, 100세 이상이 몇 명 정도 됐을 것 같아요?
그날: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
신병주: 맞습니다. 총 열 명, 남자 세 명, 여자 일곱 명. 옛날에도 여성이 좀 더 장수하셨던 것 같고, 최고령자가 104세였습니다.
(...) 세종이 관심을 기울인 건 죄인뿐만이 아닙니다. 노비에게도 출산휴가를 줬죠. 흔히 우리가 '노비'라 그럴 때 노는 남자 종, 비는 여자 종을 뜻하는데, 이 여자 종이 아이를 낳으면 100일 간의 휴가를 줬습니다. (...) 더 획기적인 것은 남편에게도 한 달간 휴가를 줬다는 거예요.

 



 

 


한국사 공부에 참고하려고 든 책인데 넋을 놓고 보았다. 틈틈이 만화책을 보던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반대도 물론 있다. 가능성이 적을 뿐이지.) 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건 성공신화에 기반한 듯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들을 보고 '아 쟤네는 피땀흘려 노오오력했을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한다거나. (물론 대부분은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많을 뿐이다.) 무슨 (남성) 선수가 SNS에다가 무슨 글을 싸질렀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관 안 하고 멋지다 아이언맨이다 우와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어떤 여성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면 그걸 사회적 실패로 간주해서 '왜 네가 그런 일을 당했는지 생각해봐라.'라 따지는 것이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남성은 여성에 대해 추행함으로서 자신이 권력 있는 사람이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 모두 성공할 잠재적 가능성도 있고 실패할 잠재적 가능성도 있다. 자신이 실패할 때 남들에게 겁나 무시당하기 전, 성공한 자리에 있을 시기에 알아서 조신하게 처신하자.
역사도 마찬가지다. 대체 역사 자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사람들의 승리만 따지냐. 권력에 아부하고 승자만 좋아하는 사람의 나쁜 심리가 그렇게 역사를 만드는 거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게 가장 슬프다. 청년들 고생한다 그러면 자꾸 자기네들도 고생했다고 하는데... 이걸 그냥 입 닫고 있어야 하나 싸우기도 점점 지침;; 특히 기성세대에게 있어 세상 참 좋아졌다는 이미 거의 진리급 인식인 듯하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자신들의 어릴적 삶도 조선시대 노비로 사셨던 분들보다 나은 삶이지 않은가. 현실을 바꿀 생각이 없으면 그냥 청년들 대드는 거 듣고 견뎌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고생하시면 된다. 경험상 자기세계를 죽이고 남들 하는대로 하면 만남이 쉬워지고 그러지 않으면 어려워지더라. 예전에 아는 누나가 “무덤에는 혼자 들어간다”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 어느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누구나 다 혼자라고. 정말로 인생에 가장 깊이 남고 실제로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는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그게 역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즘이 별 거 있나. 세종이 바로 남성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현재 출산휴가보다 10일이나 더 긴 여성 노비의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산부인과에 해당하는 의학서도 편찬하니 말이다. 특히 향약집성방은 각별히 예뻐했던 딸이 죽자 슬퍼하면서 지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가. 세종은 굉장히 과학자적 자질이 강한 사람이라 들었다. 웅변에도 능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성질이 원래 그렇다고 변명하지 않았다. 도리어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적절한 때 마음을 써줌으로서 커버해냈다. 전성기엔 12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 일생을 공부에 힘썼다는데 잠이 많은 나로선 정말이지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양녕대군이 경회루 편액을 쓰잖아요. 그러자 태종이 아주 흡족해하던 장면도 기억나거든요.

 




1권에서는 태조와 이방원의 갈등을 용의 눈물과 정도전 드라마 줄거리를 덧붙여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세종의 이야기가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지막에서는 창덕궁을 소개하며 이 건물과 관련된 조선의 전반적인 역사를 짚어본다. 개인적으로는 낙선재와 석복헌이 있어서 경복궁보다도 더 좋아하는 건물이 바로 창덕궁이다 ㅎ


역사저널 그날에 대해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하는 사실이 몇 있는데 역사저널 그날 시즌1에서는 남경태 선생님이 등판하신 적이 있다. 초반에는 고려말 조선초에 대한 설명의 기초를 확실히 세워두시느라 말을 정말 많이 하셨다. 보통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에겐 라디오 <타박타박 세계사>랑 책으로 유명할 것이다. (유명한 철학 팟캐스트 두철수에서도 이 방송이 잠깐 소개된 적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지라 만나뵐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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