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평가라서 죄송하지만 실제로 허무한 걸 어쩔...
내가 결말만 그렇게 허무하지 않았어도 평가는 이것보단 더 좋았을 것이오... 내가 왜 히가시노 게이코 소설을 안 보는데... 스토리는 좋은데 마무리가 너무 어설퍼서 안 보는 거란 말이다!! 에필로그에서는 더 소설을 쓸 것처럼 해놓았지만, 어차피 출판사에서 예산이 안 되면 접는 경우가 허다하잖아 ㅠㅠ 2편 써도 될 정도로 그렇게 훌륭하게 쓴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베짱이십니까. 아무튼 완결 좀 내달라고요. 주인공은 계속 가게를 하는 거야, 아님 의사가 되는 거야 뭐냐고!!!
대충 줄거리를 소개해주자면 이렇다. 주인공은 잘난 정신과 의사의 자식으로 아버지와 똑같이 정신과 의사가 되었으나 결국 40대가 되어서 일을 그만두고 조그마한 바 겸 가게를 운영하게 된다. 낮엔 정신없이 자고, 밤에는 가게를 열어 음악을 틀며 술도 마시고 가게 손님들과 대화하는 그런 일상. 그러나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그에게 상담을 털어놓는다. (혹은 주인공이 오지랖 넓게도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사사건건 끼어들어 치유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소설의 포인트는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직장일로 인해 고민하고, 불투명한 앞날을 들여다보려 노력하며 초조해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30대가 되자 그들은 정신없이 살았던 자신의 나날들을 돌아보면서, 풀지 못한 자신의 욕구 때문에 아파하고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아직 20대 중반에 취직도 못 했지만 곧 나에게 다가올 현실같아 이 책을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다소 충동적인 성격, 그리고 부모님과의 갈등은 안 그래도 불안한 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다행히도 이 책은 논픽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런 때가 있었을지 모른다. 혹은 앞으로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현 의사는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소설 속에 투영하여 주인공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이 책으로는 뭔가 2% 부족하다. 최대한 언어를 쉽게 소화해내려 노력한 모습은 보이지만, 아직도 심리학의 '심'자도 못 들어본 일반 사람들에겐 난해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말을 내고 싶지 않다는 의중은 알겠지만, 마지막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못함으로서 병원을 뛰쳐나온 주인공의 결단을 '40대의 치기' 혹은 '직장 사춘기'로 만들어버렸다. 저자가 완결까지 확실하게 써 준다면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건 안 되건 간에 훌륭한 소설이 될 것이다. 더불어 정말로 서울대병원을 박차고 나와 바를 차려주시는 패기까지 갖춰주셨음 한다.
칵테일을 좋아하는 본인에게 바텐더는 로망~
클릭하면 제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이만, 총총.
'Psych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중독과 셧다운제 (0) | 2014.07.23 |
---|---|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0) | 2012.10.07 |
우울증 (0) | 2012.07.09 |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0) | 2011.09.05 |
flow (0) | 2011.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