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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Nuturition

무자녀혁명

"여러분과 여러분의 결정에 초점을 맞추지 마시고, 그 사람들에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왜 그렇게 심하게 자기 감정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말입니다. (...) 어떻게 하면 그들이 여러분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요구하는 대신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내가 무자녀로 살기로 결심한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동학과에 간지 3년 되었을 때다.

 

 물론 초등학교 때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확인해서 내 아이가 성장할 때 그런 애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 그 애한테 폭력을 쓰거나 학대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막연히 다들 아이를 낳고 키우니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첫째로 아직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병에 걸려서 한동안 심적 방황을 했었다. 또한 이런 안정적이지 못한 국가에서 혹시라도 여자아이를 낳는다면, 내가 겪었던 성폭행이라던가 왕따 등의 일을 그 아이가 또 겪게 될까봐 겁이 났다. 세번째로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몹시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나도 그렇고 내 미래의 남편도 재산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았다. 네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주택에 차리는 동네도서관인데 그 일을 하려면 아이를 돌볼 시간은 많이 줄어들 것 같았다. 결국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으니 아이를 낳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라는 말을 그 당시의 남자친구한테 했었다. 그랬더니 그 남자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나중에 키우고 싶으면 입양하면 되지." 마치 내가 반드시 나중엔 아이를 키우고 싶어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듯한 말투여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험난함은 그 이후부터였다.

 

 

직장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 말한 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하지만 난 숨기는 걸 잘 못하는 데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엔 대놓고 말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봐야 하겠다. 그리고 그 대가로 나는 '씀풍씀풍 아이를 낳아야지' 같은 말을 들었으며, '혹시 예전에 임신 경험이 있었는데 낙태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 중 아주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어머니에게 찍혔었다. 그 이후론 나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 그 자체로 나는 어린 아이 취급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일하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가 아플 때 조퇴신청도 제대로 안 한 채 달려가는 직장 동료들을 보면, 마치 그들이 못한 일을 내가 다 하라는 듯한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그 어머니는 "여기는 아이를 다 낳고 키운 여성들이 취미삼아서 들어가는 직장이니, 너같은 애는 할 일이 아니다. 당장 그만 두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말을 나에게 했다.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직장 동료들과 상사에게 끊임없이 하고, 그걸 실제로 입증해야 했다. 다시 말해 이 직장 말고는 도저히 쓸모가 없는 무능한 인간인 척을 함과 동시에, 유능한 행동을 함으로써 공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아이를 둔 부모가 이런 짓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책에선 남성이 무자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에게 자궁이 있기 때문에, 자녀를 가질지 가지지 않을지의 선택 여부는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여성들은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지금 무자녀를 선택한 이유도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 본다. 예를 들어 나처럼 말이다. 직장 동료들은 가족 수가 많다고 해도 집도 있고 외식이나 여행도 다닐 여력도 있다. 반면 나는 이리저리 계산을 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유한 여성과 가난한 여성의 대립이 아이 있는 여성과 아이 없는 여성의 싸움으로 표출될 것이라 본다. 실제로 TV에 자주 나오는 우리나라의 여성 탤런트들은 다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미국과는 또 다른 우리나라의 이런 움직임이 상당히 우려되는 바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자식을 키우는 여성들이 무자녀여성을 피라미드의 최하층으로 짓누르고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며 나처럼 불안한 무자녀여성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있다. 뭐 무자녀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길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모두들 자식을 갖길 꿈꾸는 이 세상에서 자식을 갖지 않을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환경과 정치에 많은 관심을 지닌 여성이 그런 결정을 했다면 그건 그녀가 환경과 정치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이다. 페미니즘 사상때문에 그러했다면 그녀야말로 '진짜 페미니스트'라 불리워야 하지 않을까? 자타'공인 독'보적인 진보매체 할 수 있는 팟캐스트에서 대놓고 페미니즘을 비웃고 있는 이 사회에서 내가 뭘 바라는 걸까 싶지만, 그 점을 인정해줬으면 싶다. 그리고 인신공격을 중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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