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ligion&Development

기쁨에 찬 가난

성에 관계되는 지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지체를 타락에서 깨끗하게 보존하고 물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 지체는 동정을 지키면서 혀는 보존하지 못할 때, 혀는 동정을 잘 지키면서 눈이나 표정, 귀나 손은 지키지 못할 때, 그리고 이 모두를 다 동정으로 깨끗이 보존하면서 마음으로 격정과 열정의 왕래를 허락하면 자신을 하느님과 천상천하의 모든 이들 앞에서 조소와 모멸의 대상으로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권유에 의해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관련된 책을 보았다. 프란치스코 성인에 관한 책이라기보단,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면서 했던 짧은 명언에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결성되고 나서 서로들 같이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자기네들끼리 만든 규칙을 에세이 식으로 풀어놓은 책으로 봐도 되겠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성인의 명언도 명언이지만, 수도회 사람의 글귀가 심상치 않다. 간간히 혼자 고행을 해온 프란치스코 성인과 달리 수도회는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이, 심지어 핏줄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 존경하는 사람과 모시는 신이 공통되다는 이유만으로 모여서 평생을 함께 살아온 공동체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하는 소리를 평범하게 들어 넘길 수가 없다. 생판 모르는 남들이 모여 오랫동안 서로의 등 뒤를 서로에게 맡겨야 하는 현대의 일터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아무리 종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심적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혔다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종교 내의 단체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도심 내 사람들이 안심하고 인연을 맺기가 딱 좋다. 왜냐하면 (천주교에서는) 신 아래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이다. 신만큼 높은 사람이 없기도 하고 혹은 아무리 어떤 인간이 훌륭하더라도 결국 인간이기에 종교 내 단체에서는 꽤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엔 갖가지 인간이 있기에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종교를 믿는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신을 믿으면서도 신을 가슴에 모실 수도 있는 타인을 '진짜 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따돌리는 케이스가 있다. 이 책은 살면서 만날 수도 있다고 넘길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을 그냥 봐주지 않고, 옷까지 발가벗겨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그들의 못되고 썩어빠진 마음을 꼬집고 있다. 오죽하면 그들에게는 힘센 수도사들의 몽둥이만이 제격이라 하겠는가. (심지어 비유가 아니다 ㄷㄷ.)

 이 책 덕분에 앞으로도 프란치스코 성인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더 많은 서적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눈치와 사회관계의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있어선 정말 유익한 책이었다. 특히 명상에 있어서는 나와 굉장히 의견이 유사해서 재밌게 읽었다. 그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나오는 김도인이 쓴 책에서 '명상은 쉽다'는 식의 구절이 영 탐탁치 않았는데, 이 책에서도 명상은 쉽지 않다고 써서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는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과도 관련이 있다 생각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도 있지만, 두려워할수록 사랑하게 될 수도 있고 난 그게 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내심 두려워하는 게 있어야 인생을 조심하며 살게 되더라.

'Religion&Develop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에 계신 하나님  (0) 2017.04.18
손정의,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0) 2017.04.11
뉴 에이징  (0) 2017.03.12
마음 하나  (0) 2017.02.15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0) 2017.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