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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검은 돌 숨비소리

강동휘 선생님 중에서

 

김석교

 

뽑안 오난, 아 이놈덜이 이번엔 사름 죽인 그 피투성이 흙투성이 살점투성이 뇌수투성이 골수투성이 범벅 호미를 우리안티 탁 던지멍 그걸로 놈삘 깎앙 먹으랜 허는 거라. 말 안 들으민 너네도 다 폭도난 이 아이 짝 난덴 겁을 주멍. 우린 동지섣달 사시나무 털 듯이 닥닥닥닥 털멍 어찌어찌 놈삐를 깎긴 깎아신디 어떵 그걸 먹을 수가 있나게. 안 먹는 놈은 폭도로 간주허고 저 짝 날 줄 알랜 계속 겁주난 이젠 할 수 어시 한 입씩 베어물긴 물어신디, 눈물 나고 콧물 나고 토 나오고 설룹고 무섭고 기가 맥혀네 도저히 목구멍 알로 넘어가질 안해여. 왝왝 괙괙 끅끅 토허고 눈물 콧물 겁똥 겁오줌 좔좔 깔기멍 그 놈삐를 먹는디, 다덜 속으로 소리 안 나게 극극 울엄시난 그놈덜은 우릴 보멍 켈켈켈 웃고. 어찌어찌 겨우 하나씩을 먹긴 먹어서. 다 먹으난 그제사 이젠 알동네더레 내려가겐 허는 거라. 오늘은 재수 어선 안 되켄, 일찍 내려강 술이나 먹겐 지네끼리 고르멍 말이지.

 

 

; 난 소시민이라 겁나 쫄아서 분노보단 저거 시킨 새끼들 아직도 살아있나 이 생각했음. 제발 살아있음 세계평화를 위해 재기해.. 사실 이 시는 옛날 문체로 쓰여져 있는데 키보드로 어떻게 치는지 모르겠다. 정말 시의 본래 맛을 알고 싶어진다면 시집을 사시길 바란다.

 

나이가 좀 든 시인과 젊은 미래파(?) 시인들이 모두 섞여서 4.3을 노래하는데, 흔히 운동 관련 시들이 그렇듯 나이가 좀 지긋한 듯한 시들이 마음에 든다. 특히 직접적으로 제주 사람들의 방언을 담은 시들이 더 와닿았다. 사투리를 직접 육성으로 들을 수 있음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들지만. 흉내내려고 해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현장에 직접 간 시인들만 들을 수 있는 진미로 남겨둔다 ㅎ

 

프로불편러라 죄송한데 유용주 시인의 토끼 사냥 읽고나서 이 한마디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새는 소년소녀 가장이 없다. 없어야 하고 말이다. 의지할 친지가 아무도 없는 아동들은 시설에서 키워지고 그래야 한다. 만 18살 되면 이들이 나와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아 너 소년소녀 가장이었구나~' 이러고 있음 누가 그들에게 일자릴 주겠는가. 그리고 애초에 애들이 왜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하는가?

아무리 예전 시를 올렸다고 해도 MB라면 비교적 최근인데, 편집하신 분이 이 시를 빼거나 아님 시인이 처음 이 시를 지었을 때부터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아예 뺐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시로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민숙 시인이 쓴 바람, 의 묘지였다. 서정시로 쓸 수도 있으면서 배경을 명확히 제시하고 적절한 문구로 메시지까지 남기는, 짧지만 드물게 선명한 좋은 시다. 이래서 내가 짧은 시를 좋아하지 ㅎㅎ 이번엔 아쉽게도 제주도 방언이 좋아서 가장 좋은 글귀에는 올리지 않을 거지만. 꼭 한 번 이 책을 들면 후반부에 있는 이 시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도로 관광가는 사람들은 늘고 있고 다랑쉬오름은 포장되려 하고 있다 한다. 뭐 '선택의 자유'겠지만 당신의 발자국이 찍힌 곳마다 거기 주민들이 학살당해서 그들의 골수가 흐르던 무덤임을 기억하자. 그곳을 콘트리트로 포장하고 건물로 찍어누르고 있다는 것도. 제주도의 원주민들은 여전히 국가의 방관에 의해 알게 모르게 피해를 입는 중이다.

 

시인들이 의외로 제주도에서 사는 어르신들이 혼술 혼밥하시는 걸 그렇게 안타까워 하시더라.

근데 청년들을 포함하여 지금 많은 사람들이 혼술 혼밥한다.

솔직히 나도 돈과 출세가 전부이고,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이 지워지는 이 세상에서 누굴 믿으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런 것이다.

 

섬은 무덤이었다 중에서

 

김경윤

 

"어찌게 그 징한 세월을 말로 다 하것소.

아무리 말해도 지비들은 모를 것이요."

 

육십 년 세월도 진실을 매장하지는 못했다

굴비 두름처럼 손목이 묶인 채 학살된 떼주검이

밤마다 도깨비불로 떠돌다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던 날

애비를 잃고 한평생 재갈 물린 세월을 살아온 아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파들파들 떨고 있는 파도 소리 들리고

까마귀쪽나무 그늘에서 휘파람새가 씻김굿 가락으로 울었다

 

"말도 못하는 시상을 살고 나왔지 싶소.

고것은 전쟁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앙이었어라."

 

 

내가 읽어본 시들이 여럿 보인다. 그래도 나도 꽤 시집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밤의 명령 중에서

김해자

 

동굴 속에서 마지막 빛나던 검은 눈동자여 아직도 말 못하는 흰 산의 울음으로

살려달란 말 대신,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한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손가락으로 말하라 짓이겨진 손톱으로 말하라 숫자가 아니라 돈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를 질러가며 말하라 소름 돋을 줄 아는 맨살의 정직함으로 말하라

중천엔 슬픈 달, 개가 짖고 늑대가 울부짖는다

두 개의 기둥 사이 떠오르는 아침 해의 기억으로 태풍 속 한 점

고요한 눈으로 말하라 대지를 휩쓰는 부황 뜬 세계 바다를 넘어

사막에 천막을 세우는 집 없는 자들의 떠는 손으로 말하라 영문 모르고

젖가슴에서 밀쳐진 가시 둘러쳐진 아기 돼지의 입으로 말하라

 

 

아무래도 세월호가 제주도를 향했기 때문에 많은 시인들이 4.3과 겹쳐 생각했나 보다. 아무튼 세월호 참사는 4.3과 함께 국가가 벌인 국민 학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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