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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akami Ryu

피지의 난쟁이


피지의난쟁이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류 (예음,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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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같은 대국이 베트남같은 소국에게 군사개입을 하여 괴롭히는 행위는 참을 수 없었어요."
"그렇지 않아."
"뭐가 그렇지 않죠?"
"너희들은 강력한 조국인 미국이 가난한 소국인 베트남조차도 간단하게 점령할 수 없다는 점에 초조했던 거야."
 위의 내용만 보면 "오오미 개념글이네요"라고 칭찬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무라카미 류는 파시즘을 어느 정도 찬양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항시 명시하시길 바란다. 무튼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과는 달리 이 소설은 상당히 몽환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굳이 중요한 부분을 꼽자면 소설 중후반이라 생각한다. 미국에 있는 어떤 공장도시에 갖힌 매저키스트 난쟁이와 여자가 미치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자꾸 하기 시작하는데, 그 때 그들은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처지의 가상인물을 만들어내고 그 가상인물이 상상하는 가상인물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난쟁이의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썼던 동화이야기까지 합치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엄청나게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특히 그들이 환상의 세계에 있는지 아닌지를 무지하게 신경써야 한다. 스토리가 뒤죽박죽이고 끝도 열린 결말이라서 전체 내용을 열심히 훑어보지는 않아도 된다. 난 지금 할아버지의 수기에 집중해서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도에 끝나버려서 쿠스쿠스가 신에 의해 코끼리에게 깔려 죽었는지 아닌지가 엄청나게 신경쓰이는 중이다. 잠도 안 올 기세다(...) 
 소설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듯하다가, 점점 범위가 넓어지면서,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SM에 기초해서 근본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인간의 정신적인 한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독자의 정신적인 한계까지 실험할 태세다. 이 책을 읽고 '재밌었다'라고 말하는 사람 자체가 마조히스트가 아닐지 의심될 정도. 아무튼 '피어싱(유년의 기억)'같은 소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 하드한 SM들이 등장하므로, 굳이 SM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집어보시라. 이미 품절되어 시중에선 팔지 않으며, 중고책방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책이다. 본인은 국회도서관에서 짱박혀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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