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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파란 하늘처럼 하드록처럼 사랑해

 


파란하늘처럼 하드록처럼 사랑해

저자
로브 셰필드 지음
출판사
Y브릭로드 | 2009-03-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한 여자에게 바치는 한 남자의 순정과 사랑이 담긴 녹음테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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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헤드의 <Creep>에서는 톰 요크가 "I'm a creep, I'm a widow"라고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 홀아비는 별표가 붙은 미망인이다.- p. 169

 

 전에 스즈키 고지의 <어두컴컴한 물속에서>라는 소설을 한강 변에서 읽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와서 한강변이 온통 불어나고 인간이 걸을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물에 잠겼었다. 몇 분만 더 지체하면 한강에 떠내려가 헤엄을 칠 수 있을 듯해서 재빨리 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생각하면 할 수록 정말 잘 한 일이었다. 덩굴에 긁혀서 다리의 사방에 빨간 줄이 덕덕 그어진 걸 빼고는 한강의 고인이 되지 않고 무사하게 살아나왔으니까. 하필이면 왜 그런 제목의 책을 그런 장소에서 읽었는지는 묻지 마라.

 

 

 

아니 그보다 정말로 그 책을 보는데 비가 그렇게 내릴 줄은 몰랐다고.

 

 오늘도 벌써 컴컴해진 걸 보면 비가 무시무시하게 내릴 것인가보다. 난 그 날씨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 행복하게 나아갈 것 같은 소설에서 정말 거짓말같이 주인공 여자가 죽었다. 폐색전으로 집에서 그냥 거닐다가 깔끔하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장면이 하도 충격적이라서 주인공 남자가 여자랑 오손도손 잘 살았다는 이전의 이야기는 깨끗이 날아간다. 주인공 남자는 그 후의 홀아비 인생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디스커버리 체널에서 짜증을 견디지 못해 대나무를 찾아다니는 팬다'라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에게 너무 죄송하지만 정말 미친듯이 웃었다 ㅋㅋㅋ 이거 국회도서관에서 읽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날 미친년 보듯이 쳐다봤을 듯.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직도 90년대 음반을 최고라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었다.(심지어 핸드폰 음악은 정말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다운로드 받은 게 많은데, 내 친구는 그 음악들을 들어보더니 '뭐야 이거 낡은 90년대 음악들밖에 없어, 지루해.'라고 했었다. 고맙다, 친구. 나에겐 그게 최고의 찬사다.) LP나 테이프의 묘미를 아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책이라고 감히 칭하겠다. 아무튼 R.E.M이나 Pavement를 아시는 분들에겐 필수 도서로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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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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