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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당신과 저녁 먹을 좋은 구실 자매가 있다는 것 중에서 악어처럼 울고 있으면 휴지를 가져다 옆에 두면서 일단 자라고 말해주는 것 제일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 커피 혹은 치킨 틈만 나면 같이 사 먹자고 조르는 것 모기가 있을 땐 모기 추적자와 살충제 살포자로 역할 분담을 나눠서 대개 2:1 이상의 쪽수로 모기를 잡을 수 있는 것 바보같이 가게에서 바가지 쓰고 오면 같이 가서 사장님 이게 말이 되냐 고 따져주기도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 이것도 페친이 읽어보고 사람들에게 널리 추천해달라고 요청받은 시집이다.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돌도 던져 달라고 하던데,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여성을 차별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매우 올곧은 그녀의 마음이 잘 표현되었다... 더보기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짜장면 중국집에서 물컵에 젓가락을 담그고 주방을 바라본다 후드득 튀어오르는 기름방울이 메리야스를 뚫는다 가슴에 화상을 입고 벌려진 상처에 연고를 바른다 너의 손이 아니리라 짜장을 볶는 손이 너의 손이었으면 좋겠다 당신 슬픔이 아직 버물려지기는 이른 오후, 암실에 숨은 꽃, 춘장의 역사처럼 내내 가슴에 얼룩을 남겼을 너의 손을 생각한다 달콤한 짜장 한 사발 후루루 말아먹고 이빨에 낀 미련까지 기꺼이 마서버린다 내 사랑 그렇게 달고 쓴 상처로 비벼졌으면 좋으리 문 밖은 비가 내리고, 양파 때문에 콧물이 들락거린다 남겨진 검은 면발이 배갈 같은 눈물에 퉁퉁 부운 속살을 들어낸다 크 짜장면에 빼갈이라니 뭘 아시는 분이네요. 이 시집을 출간한 시인 분은 내 페친이시다. 언젠가 버스정류장 종점까지 가게 되어 아이들.. 더보기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평생 우정을 나눈 친구라 하더라도, 인간관계는 수평을 이루기가 아주 힘들다. 관계에는 역학의 부등호가 있어서 한쪽이 좀 더 우위에 있고 다른 한쪽이 더 배려하게 돼 있다. 언제나 자기를 희생해 더 사랑하는 사람, 더 아껴 주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 그들은 밀고 당기는 힘의 관계에서 기꺼이 주도권을 내어 주기 때문에, 상대방은 이들의 선하고 약한 마음을 때때로 조종하기도 한다. * 서민씨 글은 읽지 않았습니다. 요새 굉장히 짜증나는 글을 쓰더군요. 여기서도 부인 얘기를 쓰는 등 주제와는 좀 먼 이야기를 썼습니다. 모종의 사건들로 인해,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이상(그리고 내가 그 인간의 정치관, 경제관, 술버릇, 기타 등등에 관해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 이상) 인간관계는.. 더보기
어떤 사랑 이야기 게다가 소하치로는 비장하고 있는 패도의 칼이 빠지지 않게 쇠못에 금으로 된 당사자상을 장식으로 붙이고 다녔다. 그것을 그는 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누가 그 내력을 물어 보면, "이것 말인가? 아마쿠사봉기 때 노획한 십자가를 다시 주조해서 만든 것이요" 하며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은혜 갚는 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천주교도에 분노하고 그들을 탄압하면서도 그들에게 초자연적인 공포를 느끼고 십자가는 되려 숭배하는 일본인들의 모순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부적으로 쓴답시고 만들었겠지만 도리어 예수님의 노여움을 사는 게 아닐까 ㅋ 참고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마바라의 난은 정말 엄청났다고 한다. 천주교세는 그 이후 처참하게 몰락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성공회와 정교회 교세는 성장.. 더보기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어떤 만남은 기척도 없이 우연히 찾아옵니다. 오래전의 약속처럼 찾아온 만남은 기이한 인연 같기도 합니다. 그런 만남은 아주 특별하지만 반가운 소식을 물고 오는 까치의 지저귐처럼 좋은 일만 생기진 않습니다.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쇠 긁는 소리처럼 불길한 기운을 몰고도 옵니다. 청기마을은 태양광과 관련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주변의 산을 밀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산이 서울에서 온 사람의 소유지라서 쉽게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게 될 보상금의 인상을 노리고 있다. 여기서 님비 현상의 복잡성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 인상깊었다. 그 곳에서 사는 정서도 자연을 걱정하는 주민 중.. 더보기
Blonote 영화감독 박찬욱의 손글씨 다들 영화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데 그럼 두 시간만 살 건가 최근 어떤 사람이 실패한 경험을 쓰는 자소설이 유행한다고 한다. 자기계발서는 어떤 사람이 한 때 성공한 것을 가지고 폼 잡으며 자랑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남들도 이렇게 하면 성공할 거라고 하지만 막상 여러 요인들이 맞아들어가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패한 경험을 쓴 자소설마저도 지금의 자신은 달라졌다는 메시지가 뒤에 얇게 숨겨져 있다. 그런 와중에 새롭게 떠오르는 에세이가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충을 호소한다. 단지 그것만으로 끝내는 것이다. 떡볶이를 먹고 싶단 말은 생의 의욕을 상징할 뿐, 어느 누구에게도 훈계질을 하지 않는다. 나에겐 아무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 현대시와 .. 더보기
날개 달린 물고기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인간입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같이 가시로 남을 아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에 빠진 사람입니다 세상을 가장 아름다운 눈빛으로 응시하기에 자신은 가장 아름다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간은 꿈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현실의 가난한 밥 한 그릇에 만족하며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낙오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더욱 더 아름다운 사람은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한세상 살면서 꿈의 동지를 만나 시린 어깨 부비며 꿈의 그릇을 키워가는 사람입니다 최근 페친 중에 외부 세상에 관심이 없고 사회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을 남기면 잘난척한다 비웃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세.. 더보기
코하루의 나날 1. 대체로 얀데레가 취향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제일 처음으로 모에했을 땐 아무래도 미래일기였던 듯하다. 그만큼 강렬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게 얀데레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통제를 해버리게 되는데 그러면 츤데레와의 구분이 없어져버린다. 사실 츤데레도 아픈 말로 사람을 쿡쿡 찌른다는 데서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아는 사람이 3D 츤데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캐릭터와 굉장히 성격이 일치한데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고통받고 그녀의 자녀는 그녀와 말도 잘 섞지 않으려고 한다능(...) 아무튼 그러다보니 얀데레는 미묘하게 살인(...)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판타지나 SF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어나면 그건 고어죠. 2. 여기서 중요한 게 밸런스이다. 남자애인 .. 더보기
반투명인간 나는 몇 번 다른 사람에게 내 섹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가로막히고 말았다. 애인과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잤네 잤어, 하며 웃던 친구들은 정작 애인과의 섹스 얘기를 하면 네 잠자리 사정까지는 듣기 좀 그렇다며 막았다. 1. 역시 킨제이 보고서는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이쪽 업계(?) 내에서는 짱인 듯하다. 배운 적이 없는 관계로 무성애라는 관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직도 통용되는 걸 보니. 2. 언해피에서 오토코리섹슈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모에화하다니 섬나라는 역시 대단하다.) 혹시 무성애자에 관해 좀 친숙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참조해도 되겠다. 주인공은 공사판 안내표지를 사랑하며, 이런 자신을 이상하다 여.. 더보기
광란자 누구이건 말건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삶이나 다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 어째서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은 이다지도 끔찍하고, 기괴하고, 이해타산적이며, 불신으로 가득한 걸까? (...) 이놈의 도시, 말 많은 작은 도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3부이다. 어쩐지 2부에서 나왔던 내용과 상당수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굉장히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일단 2부는 제제가 거짓말로 둘러대고 입양된 집을 나와 도망가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광란자에서 제제는 버젓이 학교를 다닌다. 그리고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라임오렌지나무라던가 두꺼비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따르씨지우라는 의미심장한 아이가 처음부터 수상한 태도를 보인다. 제제와 달리 쭉 빠진 바지를 입고 다.. 더보기